사고 순간 기록이 사라진다면?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고 기록 영상이다. 최근 출시된 신차 대부분이 ‘빌트인 캠(내장형 블랙박스)’을 기본 탑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아의 픽업트럭 타스만(Tasman) 일부 차량에서 이 빌트인 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결함 가능성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아는 문제를 확인하고 곧바로 무상수리(리콜 성격의 서비스)에 돌입했다. 대상은 2024년 3월 23일부터 7월 25일 사이에 생산된 타스만 3,389대다.
빌트인 캠 오류의 원인

문제의 핵심은 빌트인 캠 제어기 내부 로직 오류다. 해당 결함으로 인해 카메라 내부 소자가 손상될 가능성이 확인됐으며, 이 경우
• 아예 영상 출력이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사고 발생 순간에도 영상 기록이 정상적으로 저장되지 않아, 블랙박스 본연의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법적 책임과 보험 처리 과정에서 운전자의 불리함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다.
OTA 무상 업데이트, 서비스 센터 갈 필요 없다

기아는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2028년 2월 26일까지 무상 수리를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기존처럼 서비스 센터 방문을 통한 하드웨어 교체가 아니라, OTA(Over-The-Air, 무선 업데이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즉, 차량 소유자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별도의 방문 없이 주행 중이 아닌 상태에서 차량을 인터넷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개선된 소프트웨어가 적용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기아 입장에서도 빠른 시정조치가 가능하다.
다만, OTA 업데이트는 사용자의 설정 여부와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반영이 늦어질 수 있어, 기아가 개별 안내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복되는 기아 차량 무상수리, 신뢰도 타격 우려

이번 사례는 올해 들어 기아가 진행한 여러 차례 무상수리 조치 중 하나다.
• 같은 달, 후드 가니쉬와 판넬 간격 부족 문제로 3,816대에 대한 시정조치가 이뤄졌다.
잇따른 무상수리 조치가 소비자 안전을 위한 신속 대응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신차 품질 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타스만은 기아가 글로벌 픽업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전략 차종인 만큼, 반복되는 품질 이슈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소비자 보호,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블랙박스 기능을 겸하는 빌트인 캠의 신뢰성 문제는 곧 소비자의 법적 권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에서 영상 기록이 사라지면, 운전자는 억울한 책임을 떠안거나 불리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가 단순히 기능적 편의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법적 증거 능력 확보까지 고려한 품질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OTA 업데이트 방식이 정착되면서, 차량 소프트웨어의 안전성과 신뢰성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불릴 만큼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뢰 회복 위한 투명한 대응 필요

기아의 이번 무상수리 조치는 빠른 대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한 결함 조치에 그치지 않고, 문제 발생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를 주목하고 있다.
차량 내장형 블랙박스는 단순 옵션이 아닌 운전자의 ‘디지털 증인’이다. 사고 순간에 영상 기록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운전자는 가장 중요한 보호막을 잃게 된다. 이번 사건은 기아가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 시대에 품질 관리 패러다임을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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