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이 서울에 있는 중고필름카메라 가게 둘러보고 구매한 현실판 3줄요약

겁내지말고 이집저집 둘러보시고 당당하게 카메라를 둘러보시라고 적어봅니다. 3줄요약 있습니다. 편의상 말줄이겠습니다.

5개월 전부터 지방에서 콘탁스 T3 BLACK 살려고 이리저리 웹사이트 뒤져봄 몇군데 매물이 나와 있음. 먼저 전화로 쭈욱 가격과 상태 물어보고 쪽지에 대충 적음.

그리고 SLR 클럽 장터에 들어가서 팝니다. 스캔함.

어디에서 구매한 제품이라고 내놓는 곳 찾아보니 많이 구매한 곳(어디에서 구매했습니다. 하고 알려주는배려심) 3-4군데 매장으로 좁혀지고 그중 몇몇 사이트는 디시 게시판 훑어보니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 업체 몇군데(효성, 가산) 있어서 다른 곳도 둘러보자 하고 서울로 올라감.

우선 충무로 디시게시판 에서 악명높은 국민 가봄.(매는 먼저 맞아야 제맛이라고 옛말?)

카메라는 안 보여주고 전화 미리 하고 갔는데 전화상으로 불러준 가격과 다르게 말하길래 그냥 정확하게 30초도 안 돼서 탈출함.

그리고 신성에 물건 많다길래 가봄 의외로 디지털이 많고 필름 카메라 종류는 잘 안 보임. 구경만 하고 나옴.

길 건너편 우리사 가봄 근데 카메라 종류가 너무 없어 놀람 가게를 정리하는 분위기라 그냥 쭈뼛쭈뼛 거리다 T3 BLACK 물어보니 쿨하게 블랙은커녕 실버도 없다고 하시길래 쿨하게 나옴.

그리고 명동 구경도 할 겸 야하게 옷을 입은 외국 여자들 구경하며 걸어서 남대문으로 가봄. 효성에 제일 먼저 가봄 가게 크고 좋아 보임 제품이 있어서 보여주길래 인터넷상에서 배운 거대로 고수인 척 아는 척하면서 스캔함 상태 좋아 보임.

디시에서 비싸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둘러보고 오겠다 하니 아무 말 안 하시고 물건 진열장 원위치시키심. 나도 말을 안 하고 어색한 눈웃음 흘리면서 그냥 나옴.

그리고 밑으로 쭉 내려오다가 협성 들어감. 전화상으로 T3 BLACK 있다고 해서 왔다고 하니 잠깐 기다려달라 하고는 밖으로 나가서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통화를 함.

오기 전에 전화상으로 물어볼 때 있다고 하고 가격 물어보니 여러 개 있어서 와서 보라고 하더니 전화만 한 2-3분 정도 어디론가 하시더니.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오셔서 내 옆에서 천장 바라보시면서 가격을 얘기하시는데 디시인들이 비싸다고 하는 효성보다 15만 원 정도 더 붙여서 얘기함. 그래도 상태가 좋은가보다 하고 알고 싶어서 보자고 하니까 또 밖으로 나가시더니 130초 정도 있다가 헐레벌떡하면서 보여주시는데 엥? 금방 효성에서 본 거 떠보고 본 거 또 보고 였다. 그냥 더 둘러보겠다 하고 하니 안경 너머로 촉촉한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 보시더니 얼마까지 알아봤냐고 하시길래 지금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 좀 더 둘러보겠다고 하니 시장에 물건 없을 거라고 막 우기심. 그래도 구경삼아 좀 더 둘러보고 다시 오겠다고 거짓말하고 탈출함.

그리고 오던 방향으로 다시 좀 더 가니 더 카메라하고 당근카메라가 딱 붙어 있음. 둘 다 가게가 깨끗해 보임.

차례대로 더 카메라 들어감 찾는 카메라 없어서 쭉 구경하고 다음에 오겠다 하고 나옴. 옆에 당근카메라 들어감. 역시 찾는 카메라가 없어서 얘기 몇 마디 하다가 가산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마징가 z처럼 생긴 중앙우체국 건물 쪽 가다 보면 지하상가 있다고 해서 가보니 조금 전 충무로에서 걸어왔던 길이라 에잇 바보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부터 둘러볼 걸 중얼거리면서 지하상가 둘러봄.

가다 보니 장씨 카메라 보임(실물로는 처음 봄). 장씨카메라는 인터넷으로 거래할 때 안 좋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밖에서 구경하니 사람이 한 분이 들어가다가 뭐 찾는 거 있느냐고 묻길래 촌놈처럼 웃으면서 가산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가리켜주길래 그대로 따라가 보니 LP판이 보임 본분을 망각하고 LP 둘러봄 내가 아는 음악가 코너에서 살 것도 아니면서 노래 제목 훑어봄.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등산복 보이고 옆에 꽃가게 뒤에 가산카메라 라고 간판 보여서 들어감.

가게는 적은데 의외로 필름 카메라가 많이 보였음. 그리고 디시인들이 여기도 비싼 집이라고 하길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음.

전화 문의하고 왔다 카메라 보자고 당당하게 말하니 눈썹 시커머신 분(나중에 부장이라고 했음)이 열쇠로 진열장 열더니만 당당한 표정으로 T3 BLACK3대나 진열장에 쭈욱 펼침 진열장 유리문 열쇠 열 때 일본 오래된 가게하고 살짝 겹쳐 보이는 환각 증세가 일어났음.

많은 수의 T3 BLACK. 잠시 주눅이 들었어나 미리 인터넷으로 가격을 보고 왔기에 이거 얼마냐 저거 얼마냐 요거 얼마냐 하고 묻고는 가격을 적는 척했음.

그리고 사실 충무로하고 효성하고 위에서 많은 제품 보고 왔다고 뻥 침 그랬더니 나를 지그시 뚫어지게 보더니 T3 블랙 많이 없을 텐데 함.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직접 본 것은 효성 한군데만 생각나서 깜짝 놀람(협성은 효성에서 본 거 또 보고 본 거 또 보고). 하지만 티 안 내고 대충 얼버무리고 약간 목소리 톤이 올라가면서 어쨌든 다른 데보다 비싸다고 말하면서 뒤에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바보처럼 중얼거렸음.

눈썹 시커먼 부장이 상태가 다 다르니 가격도 다를 거라고 함.

그래서 유일하게 효성에 매물 본 거 말하면서 가격을 말하니 눈썹 시커먼 부장이 거기 중간에 있는 것 효성 것보다 20만 원이 싸다고 말함. 그리고 상태가 효성하고 비슷할 거라고 얘기하길래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어저께 보고 점심 먹고 잠깐 들러서 보고 왔다고 함.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에 말없이 물건을 막 이리저리 필름 실 열었다 닫았다 전원 켰다 껐다 하면서 거칠게 물건을 다루어봄. (고장이 그 자리에서 나면 책임 회피할 수 있음.)

물건 이상은 없었는데 눈썹 시커먼 부장이 물건을 거칠게 다루는 내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를 지그시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살꺼냐고 물어봄.

그래서 나는 다시 디시 게시판에 비싼 집이라고 올라온 걸 상기하면서 정신줄을 잡고 가격 좀 깎자고 함. 그랬더니 효성보다 20만 원 저렴한데 그냥 사가라고 함. 그래도 지방에서 왔는데 조금 빼달라고 했더니. 위탁제품이라 내놓은 주인한테 물어보아야 한다고 함.

그래서 기대를 잔뜩 하고 주인한테 물어보라고 하니 휴대폰으로 전화함. 희미하게 휴대폰 너머 소리가 들리길래 혹시나 해서 초집중하면서 들어보니 무슨 말인지 안 들림.ㅠㅠ

통화를 끊더니만 나를 아까 협성 사장님처럼 촉촉한 눈빛으로 쳐다보시면서 5만 원 이상은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효성보다 25만 원 저렴하니 OK?

속으로 치사한 인간들 300이 넘는 물건을 팔면서 5만 원이라니 더러워서 이러고 생각하다가도 효성보다 25만 원 저렴한 거에 뇌가 스톱 되면서 주세여 하고 말하고 있는 파르르 떨고 있는 메마른 나의 입술.

눈썹 시커먼 부장 사람이 이거 주인이 우리은행 직원이다. 그리고 얼마 안 쓰고 내놓은 거 다 하면서 히스토리를 들려주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았는데 여자분이 사용했다는 말은 유독 똑똑히 기억이 나는 하루였다

요약.

1. 레어 카메라들은 생각보다 물량이 없다.

2. 이집 저집 카메라들을 품앗이를 많이 함. 본 거 또 보고 본 거 또 보고

3. 가격은 비싸다 저렴하다를 판단할 수가 없음 위탁품이 90%(너무 깎으면 자기 가게에 물건을 안 맡긴다고 함.)

4. 디시 게시판도 참고용이다. (직접 부딪쳐서 자극을 받아야 함)

현실판 중고 카메라 가게 둘러보고 구매한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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