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문화 특례’, 특별법 권한 이제는 깨울 때”

강원특별자치도의 문화예술 예산은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문화의 핏줄 역할을 하는 청년·신진 예술인들은 창작 생태계와 자생력 부족으로 꾸준히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본예산 8조 원 시대’의 분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군 간의 수직적 거버넌스를 타파하고 사람 중심의 창작 안전망을 구축하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강원일보는 차기 도정의 문화예술 생태계 재설계를 제언하는 기획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 작품 중심 지원의 한계… ‘사람 중심’의 창작수당 도입해야 = 수치상으로 강원도의 예술인 창작지원 예산은 2022년 43억 원에서 2026년 1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지난해 공모사업 지원 건수도 1,012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26년 강원문화재단 예산안을 살펴보면 전체 328억 원 중 예술인 복지 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5,058만 원에 불과하다.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영세 예술인들이 겪는 생계 불안과 사회보험 사각지대는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행사나 ‘프로젝트(작품) 중심’으로 짜인 현재의 지원 구조를 ‘사람(예술인) 중심’의 안전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대안으로 청년 및 신진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가칭 ‘강원 예술인 창작수당’ 도입이 필요하다. 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 잠들어 있는 특별법 ‘문화예술 권한’, 실질적 이양 나서야 = 예술인 유출을 막는 또 다른 핵심 열쇠는 지역 맞춤형 정책을 가능케 하는 ‘문화분권’이다. 문화분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제도적 권한 확보가 필수적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출범 이후 산림·환경·군사·농업 등 4대 핵심 규제 완화에 행정력을 집중하느라 문화예술 분야의 권한 이양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현행 강원특별법 제73조의5에는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 지원’이 문화예술 특례로 명시돼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도 조례 연동이나 행정 규칙 구체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단순히 특별법상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강원특별법 특례조항을 적극 활용해 문화 권한을 실질화해야 한다. 유휴 시설이나 폐 군사시설, 폐광 등을 복잡한 절차 없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특례 조례를 제정하고, 대형 개발 사업 시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는 ‘문화영향평가’ 제도를 시범 도입하는 등 과감한 자치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 권한을 쥐고 예술인의 삶을 보듬는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할 때, 강원의 창작 생태계는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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