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노트] 한국은 뒷전, 미국만 챙기는 HD현대일렉트릭

한국을 대표하는 전력기기 3사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이다. 이 중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은 이달 3~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일렉스코리아 2026’에 나란히 참가했다. 이들은 제조업의 틀에 갇혀 있던 전력기기 산업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혈액을 공급하는 ‘하이테크 분야’로 진화했음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회에는 217개 기업이 참여해 544개의 부스를 꾸렸다.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문 곳은 단연 효성중공업 및 LS일렉트릭의 전시관이다. 양 사는 초고압 변압기에 이어 ‘송전기의 꽃’으로 불리며 신규 먹거리로 떠오르는 HVDC(초고압직류송전)를 알렸다.

반면 3사의 한 축인 HD현대일렉트릭의 사명은 전시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코엑스가 아닌, 같은 기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글로벌 전시회 ‘디스트리뷰텍 2026’이다.

불참 사유에 관해 HD현대일렉트릭 측은 국내보다 해외 전시회에 주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내보다 해외에 주력한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일렉스코리아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북미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고려할 때, 현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전시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러나 경쟁사인 LS일렉트릭이 일렉스코리아와 디스트리뷰텍에 모두 참가하며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아우른 것과 비교하면,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올인’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국내 전시회는 단순히 참가 기업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은 이번 행사에 각각 5000만원 이상의 부스 임차료를 지불했다. 여기에 부스 조성 비용과 운영 인력의 인건비 등을 합치면 투입 비용만 수억원이다.

이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형 부스를 차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기업이라는 ‘거물’이 전시회 중심을 잡아야 수많은 비즈니스 관계자 등이 행사장을 찾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견 중소기업은 신규 고객 확보의 접점을 얻는다. 즉, 대기업의 전시회 참가는 국내 전력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사회적 투자’이자 상생을 위한 마중물인 셈이다.

하지만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3사 중 하나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이 역할을 저버렸다. 이익 추구를 넘어 산업 전반의 발전을 진두지휘해야 할 책무를 외면한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뿌리인 한국 생태계가 흔들린다면 그 성장은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대신 미국을 택한 HD현대일렉트릭의 행보를 글로벌 시장에서의 보폭 확장이라고 포장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내년부터는 일렉스코리아 무대에서 업계 맏형 중 하나다운 책임감과 상생의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한국에 뿌리를 둔 기업이지 미국 회사가 아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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