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주의 이익' 명분 앞세운 영풍, 지지 못받는 이유

이한듬 기자 2024. 10. 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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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이 이번 공개매수 명분으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내웠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영풍 역시 장형진 대주주일가에 유리하게 경영을 해왔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영풍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15.1% 줄어든 3조7617억원이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89억원에서 영업손실 169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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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본사. / 사진=이한듬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이 이번 공개매수 명분으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내웠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영풍 역시 장형진 대주주일가에 유리하게 경영을 해왔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으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전횡을 지목했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 지휘봉을 잡은 이후 회사를 사유화함으로써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적도 악화하고 주가가 떨어지고 있으며 투자손실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막기위해 MBK와 함께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를 추진, MBK에 경영권을 넘기고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해 모든 주주에 이익이 되는 투명한 경영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영풍도 오너일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7년 이후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장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회장, 차남 장세환 전 서린상사 대표, 장녀 장혜선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씨케이'를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올려 최소한의 비용으로 후계구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2012년 설립된 투자자문을 목적으로 설립된 씨케이는 매출이나 영업 수익이 거의 없는 회사이지만 2017년12월부터 2019년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장형진 고문으로부터 81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씨케이는 이 자금을 기반으로 2018년 2월 영풍이 가진 영풍문고 주식 2만9000주를 매수하고 4월에는 장 회장이 갖고 있는 3만7000주를 추가로 취득하는 등 주로 계열사 지분 매입에 활용했다. 직접 영풍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계열사 테라닉스로부터 영풍 주식을 매입해 영풍개발에 넘기기도 했다.

이를 통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오너일가→씨케이→영풍문고홀딩스→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직접적으로 장 회장이 보유한 영풍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할 경우 막대한 세금을 내야하지만 씨케이를 지렛대삼아 세금을 아끼며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주가와 실적 악화를 문제삼았지만 영풍 역시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풍의 주가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해도 1주당 100만원을 넘는 대표적인 황제주였지만 이후 추락을 거듭해 30만원대 안팎으로 떨어졌다. 지난 8월5일엔 장중 28만원을 찍기도했다.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진 9월20일 장중 64만9000원까지 치솟고 종가도 57만원을 기록했지만 이후에는 다시 하락해 4일 오전 10시40분 현재 36만원에 거래 중이다.

영풍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15.1% 줄어든 3조7617억원이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89억원에서 영업손실 169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834억원 적자다.

영풍은 환경·안전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여파라고 해명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석포제련소 내 안전사고가 잇따라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됐다. 최근엔 카드뮴 초과 배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이달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석포제련소 환경·안전문제에 대한 지적에 대해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다 안전한 회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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