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패션 외길 박남영, 삼성물산 패션 수장으로

박남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략기획담당 부사장 /사진 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32년간 패션 외길을 걸어온 박남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이 신규 패션부문장으로 선임됐다. 박 부사장은 2015년 말 임원에 올라 이서현 당시 패션부문장(사장)과 3년, 지난해 이 사장이 전사 전략기획담당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다시 1년 반가량 호흡을 맞췄다.

2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달 1일자로 박 부사장을 패션부문장으로 위촉하는 내용의 인사이동이 단행됐다.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따라 자체 브랜드 전개부터 해외 시장 확장까지 폭넓게 실적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박 부사장은) 기획 및 전략수립에 탁월한 면모를 보였으며, 자체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사업까지 폭넓은 보직을 맡아 성과를 입증해왔다”고 평가했다.

1971년생으로 올해 55세인 박 부사장은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삼성그룹 여성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빈폴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 엠비오, 프라이언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경험한 뒤 2003년 기획팀에 합류했다. 이곳에서만 8년간 일하며 신사업 전략 구상에 특화된 역량을 쌓은 그는 이후 중국법인을 거쳐 2015년 임원을 달았고 올해까지 전략기획담당·빈폴사업부장·해외상품2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서현(1973년생) 사장과의 인연은 2004년에 시작됐다. 2002년부터 삼성물산 패션연구소에 몸담았던 이 사장이 2년 만에 기획팀 부장으로 보임한 해다. 중장기 방향성을 수립해야 하는 조직의 특성상 구성원 간 교류가 긴밀했고, 이때 박 부사장은 탁월한 업무이해도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 사장의 신뢰를 얻었다. 이후 이 사장이 기획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팀 리더로 측근 역할을 이어가며 관계를 공고히 했다.

두 사람이 경영 일선에서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춘 것은 2015년 말이다. 이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에 올라 이른바 ‘이서현 원톱 체제’가 열린 시기로, 박 부사장의 임원 승진도 이 직후 이뤄졌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서현이 패션 정예멤버로 박남영을 지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2018년 12월 이 사장이 퇴직하기 전까지 둘은 핵심 의사결정 라인에서 소통했고 지난해 4월 이 사장이 패션을 넘어 건설·상사·리조트까지 아우르는 전사 전략기획담당으로 복귀하면서 재회했다.

박 부사장은 글로벌 전략가로 꼽힌다. 2010년대 초반 이 사장 주도로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론칭하며 회사가 중국 진출에 역량을 기울일 당시 상하이법인에 급파돼 현지 시장 조사와 사전 정지작업을 총괄한 것도 대표적인 성과다. 상무 시절 해외상품2사업부장을 담당한 것 외에 현재 유럽 시장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이탈리아법인 이사도 맡고 있다.

박 부사장의 영전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미래 성장축이 해외에 존재한다는 위기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내수부진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패션부문은 올해 수익성은 물론 2조원 매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7.8% 급감한 790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590억원으로 약 4억원 줄었다.

회사는 해외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며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아시아 전진기지 구축을 위해 필리핀 유통그룹 수옌코퍼레이션과 손잡고 에잇세컨즈의 현지 진출을 타진했다. 지난해에는 상하이 백화점에 해외 1호점을 연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와 글로벌 선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앙개 역시 현지 유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을 사령탑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한 절박한 신호로 읽힌다”며 “신임 부문장이 패션 전문가인 이 사장과의 오랜 호흡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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