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나고 문 닫는 우여곡절 끝에…아시아 1등 와인기업 일군 비결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23. 09:03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위기 속에 성장하는 1등 와인기업 '장위' - 산둥 옌타이 (글 : 모종혁 중국문화평론가·재중 중국 전문 기고가)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861년 청조는 아편전쟁에 충격받아 부국강병을 위해서 양무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동남아에 진출했던 화교의 일부가 호응했다. 중국으로 돌아와서 기업을 세우고 공장을 열었다.
그들 중 장필사(張弼士)가 있었다. 장필사는 본래 광둥(廣東)성 다부(大埔)현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입에 풀칠하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다. 그래서 17살에 화물선을 타고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로 건너갔다. 장필사는 차이나타운의 쌀가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성실히 일했다. 머리가 총명해 금방 승진하여 창고를 관리하는 책임자가 됐다.
몇 년 뒤 장필사는 돈을 모으자, 황무지를 사들여서 개간했다. 투자는 크게 성공했고 곧이어 증기선 운수회사를 설립했다. 이렇듯 사업을 확장하는 와중에 와인을 맛봤는데, 장필사가 매혹당했다.
마침 1871년에 프랑스 영사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산둥(山東)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인 영사를 만났다. 영사는 옌타이(煙臺)에 야생 포도가 무수히 많다면서, 품질이 좋아 현지의 외국인들이 주스나 포도주로 만들어 마신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필사는 미래에 옌타이에서 현대식 와이너리(Winery)를 열 것을 다짐했다.
그 뒤로도 장필사의 사업체는 더욱 커졌다. 은행을 개설했고 광산 및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또한 싱가포르, 방콕, 하노이, 마닐라,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지에 약국을 열어 큰돈을 벌었다.
1891년 청조는 산둥성에 철로를 개설하고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서 장필사를 초빙했다. 옌타이에 관심이 컸기 때문에, 장필사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장필사는 옌타이에 와서 기후와 토양을 조사했다. 그리고 철로와 광산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옌타이가 와인을 생산하기 알맞은 조건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장필사는 이듬해에 300만 량을 투자해서 중국 최초의 현대식 와인 생산업체를 설립했다. 청조는 화교의 투자가 필요했기에, 북양대신인 이홍장이 서명해서 영업허가증을 내줬다. 또한 군기대신인 옹동화가 회사 간판을 써서 내려주었다. 회사명은 사장의 성인 '장'에다, 번영하고 융성하라(昌裕興隆)는 뜻을 더해 '장위(張裕)'라고 지었다.
옌타이는 산둥반도 동북부에 자리 잡은 연해도시다. 온대계절풍기후대로 연강우량은 750~800mm에, 연평균 일조시간은 2,698시간이고, 서리 없는 날은 180일 이상 달한다.
실제로 옌타이는 '중국 북방 과일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사시사철 각종 과일 향내로 도시 전체가 향기롭다. 특히 옌타이 사과는 중국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 수출될 정도로 품질이 좋다.
옌타이가 자랑하는 또 다른 과일이 포도다. 옌타이가 전형적인 해양성기후에 맑은 날이 많고 서리가 적어 포도 당도가 아주 높다. 뿐만 아니라 옌타이는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을 갖추고 있다. 일정한 경사에다 햇볕을 잘 받는 남향의 언덕이 많다. 포도를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인 환경과 조건을 갖춘 것이다.
게다가 옌타이 시정부는 새로운 포도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개발센터를 열어 생산업체들이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옌타이는 중국 최고의 포도주 생산지로 성장했다. 2023년 옌타이의 포도 재배 면적은 19만 묘(畝)이었다. 생산된 와인은 6.3만㎘로, 중국 전체 생산량의 21%에 달했다.
전체 와인 생산업체는 204개이고, 일정한 규모를 갖춘 와이너리는 63개이다. 와인업체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8%가 늘어난 26.6억 위안이었다. 이는 중국 전체 매출액의 30%에 해당한다.
옌타이 와인업체 중 최대 기업은 단연 장위다. 2023년 장위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9%가 증가한 43억 8,500만 위안으로, 중국 와인업체 1위였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4.2%가 늘어난 5억 3,200만 위안으로, 독보적인 탑이었다.
현재 중국 와인산업은 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당국이 엄격한 도시 봉쇄를 시행하면서 와인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와인은 도시민들이 각종 모임에서 함께 마시면서 즐기는 서구의 문화였다. 하지만 도시 봉쇄로 모임이 불가능해졌다. 엔데믹 이후에는 중국의 경기가 침체했다.
그로 인해 2016년 중국 전체 와인 매출액은 464억 위안이었지만, 2023년에는 90억 위안으로 80%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억 2,000만 위안에 불과했다. 장위의 영업이익보다 못 미친 것이다.
또한 중국 전체 와인 생산량은 30만㎘에 그쳤다. 사실 장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와인에서 모두 나오지 않았다. 장위는 10년 전부터 와인 외에 브랜디, 코냑 등 생산하는 술 종류를 다양화했다. 그 덕분에 중국 와인시장의 위기 파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23년 영업이익을 거둔 대형 와인업체는 장위가 유일했다.
금세기 들어 와인은 중국인들에게 주목받으며 급성장했다. 특히 레드 와인의 소비가 엄청났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붉은색이 행운을 상징한다면서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한 레드 와인이 건강에 좋다고 인식하며 즐겨 마셨다. 따라서 산둥뿐만 아니라 허베이(河北), 랴오닝(遼寧), 닝샤(寧夏) 등에 와이너리가 생겼다.
이에 와인 생산량이 1만㎘ 이상인 기업이 장위, 창청(長城), 왕차오(王朝), 웨이롱(威龍) 등 여러 개였다. 이 중 장위, 창청, 왕차오가 3대 메이저를 형성하며 중국산 와인 판매량의 52%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기가 너무 오르면서, 짧은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와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여파로 2018년부터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에 결정타를 맞았다. 이로 인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줄어들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장위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은 탄탄한 내공 덕분이었다. 사실 장위는 1930~40년대 부도에 몰렸고, 문화대혁명 시기 문을 닫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장필사의 경영 철학을 견지하면서 오늘날 아시아 최대의 와인업체를 일구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861년 청조는 아편전쟁에 충격받아 부국강병을 위해서 양무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동남아에 진출했던 화교의 일부가 호응했다. 중국으로 돌아와서 기업을 세우고 공장을 열었다.
그들 중 장필사(張弼士)가 있었다. 장필사는 본래 광둥(廣東)성 다부(大埔)현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입에 풀칠하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다. 그래서 17살에 화물선을 타고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로 건너갔다. 장필사는 차이나타운의 쌀가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성실히 일했다. 머리가 총명해 금방 승진하여 창고를 관리하는 책임자가 됐다.
몇 년 뒤 장필사는 돈을 모으자, 황무지를 사들여서 개간했다. 투자는 크게 성공했고 곧이어 증기선 운수회사를 설립했다. 이렇듯 사업을 확장하는 와중에 와인을 맛봤는데, 장필사가 매혹당했다.
마침 1871년에 프랑스 영사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산둥(山東)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인 영사를 만났다. 영사는 옌타이(煙臺)에 야생 포도가 무수히 많다면서, 품질이 좋아 현지의 외국인들이 주스나 포도주로 만들어 마신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필사는 미래에 옌타이에서 현대식 와이너리(Winery)를 열 것을 다짐했다.
그 뒤로도 장필사의 사업체는 더욱 커졌다. 은행을 개설했고 광산 및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또한 싱가포르, 방콕, 하노이, 마닐라,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지에 약국을 열어 큰돈을 벌었다.
1891년 청조는 산둥성에 철로를 개설하고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서 장필사를 초빙했다. 옌타이에 관심이 컸기 때문에, 장필사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장필사는 옌타이에 와서 기후와 토양을 조사했다. 그리고 철로와 광산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옌타이가 와인을 생산하기 알맞은 조건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장필사는 이듬해에 300만 량을 투자해서 중국 최초의 현대식 와인 생산업체를 설립했다. 청조는 화교의 투자가 필요했기에, 북양대신인 이홍장이 서명해서 영업허가증을 내줬다. 또한 군기대신인 옹동화가 회사 간판을 써서 내려주었다. 회사명은 사장의 성인 '장'에다, 번영하고 융성하라(昌裕興隆)는 뜻을 더해 '장위(張裕)'라고 지었다.
옌타이는 산둥반도 동북부에 자리 잡은 연해도시다. 온대계절풍기후대로 연강우량은 750~800mm에, 연평균 일조시간은 2,698시간이고, 서리 없는 날은 180일 이상 달한다.
실제로 옌타이는 '중국 북방 과일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사시사철 각종 과일 향내로 도시 전체가 향기롭다. 특히 옌타이 사과는 중국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 수출될 정도로 품질이 좋다.
옌타이가 자랑하는 또 다른 과일이 포도다. 옌타이가 전형적인 해양성기후에 맑은 날이 많고 서리가 적어 포도 당도가 아주 높다. 뿐만 아니라 옌타이는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을 갖추고 있다. 일정한 경사에다 햇볕을 잘 받는 남향의 언덕이 많다. 포도를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인 환경과 조건을 갖춘 것이다.
게다가 옌타이 시정부는 새로운 포도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개발센터를 열어 생산업체들이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옌타이는 중국 최고의 포도주 생산지로 성장했다. 2023년 옌타이의 포도 재배 면적은 19만 묘(畝)이었다. 생산된 와인은 6.3만㎘로, 중국 전체 생산량의 21%에 달했다.
전체 와인 생산업체는 204개이고, 일정한 규모를 갖춘 와이너리는 63개이다. 와인업체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8%가 늘어난 26.6억 위안이었다. 이는 중국 전체 매출액의 30%에 해당한다.
옌타이 와인업체 중 최대 기업은 단연 장위다. 2023년 장위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9%가 증가한 43억 8,500만 위안으로, 중국 와인업체 1위였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4.2%가 늘어난 5억 3,200만 위안으로, 독보적인 탑이었다.
현재 중국 와인산업은 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당국이 엄격한 도시 봉쇄를 시행하면서 와인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와인은 도시민들이 각종 모임에서 함께 마시면서 즐기는 서구의 문화였다. 하지만 도시 봉쇄로 모임이 불가능해졌다. 엔데믹 이후에는 중국의 경기가 침체했다.
그로 인해 2016년 중국 전체 와인 매출액은 464억 위안이었지만, 2023년에는 90억 위안으로 80%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억 2,000만 위안에 불과했다. 장위의 영업이익보다 못 미친 것이다.
또한 중국 전체 와인 생산량은 30만㎘에 그쳤다. 사실 장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와인에서 모두 나오지 않았다. 장위는 10년 전부터 와인 외에 브랜디, 코냑 등 생산하는 술 종류를 다양화했다. 그 덕분에 중국 와인시장의 위기 파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23년 영업이익을 거둔 대형 와인업체는 장위가 유일했다.
금세기 들어 와인은 중국인들에게 주목받으며 급성장했다. 특히 레드 와인의 소비가 엄청났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붉은색이 행운을 상징한다면서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한 레드 와인이 건강에 좋다고 인식하며 즐겨 마셨다. 따라서 산둥뿐만 아니라 허베이(河北), 랴오닝(遼寧), 닝샤(寧夏) 등에 와이너리가 생겼다.
이에 와인 생산량이 1만㎘ 이상인 기업이 장위, 창청(長城), 왕차오(王朝), 웨이롱(威龍) 등 여러 개였다. 이 중 장위, 창청, 왕차오가 3대 메이저를 형성하며 중국산 와인 판매량의 52%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기가 너무 오르면서, 짧은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와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여파로 2018년부터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에 결정타를 맞았다. 이로 인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줄어들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장위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은 탄탄한 내공 덕분이었다. 사실 장위는 1930~40년대 부도에 몰렸고, 문화대혁명 시기 문을 닫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장필사의 경영 철학을 견지하면서 오늘날 아시아 최대의 와인업체를 일구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BS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스브스夜] '미우새' 돌싱 이용대, "또 실패할까 봐 걱정"…'무속인'이 된 '순돌이' 이건주 등장 예
- "친구 차는 떠내려갔다"…차량 위 고립된 남성 후일담
- 불상 올라가더니 "내가 보살!"…난동 부린 관광객 결국
- "폭행당했어" 친누나 전화에…술 마시고 자다 깨서 '쾅'
- "한우보다 비싸…올해 김장 포기" 배춧값 2만 원대 시대
- 억울한 75·85·95년생…연금보험료 100만 원대 더 부담?
- 인기 시들한 틈 노리나…교대 수시 경쟁률 5년 만에 최고
- 아들뻘 김정은에 '벌벌'…북한 간부 사회에 퍼진 불안감
- 중국서 1천만 명 넘는데…'배달왕' 죽음에 점화된 논란
- 사채업자에 '암구호' 넘긴 군 간부들…"돈 빌리려 담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