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풀카운트] '푸른 피'의 역류, 44세 최형우가 대구의 '쇼'를 다시 시작할 때

- 44세 최고령 타자의 낭만 섞인 라스트 댄스… 젊은 사자 군단에 '우승 DNA' 이식 특명
- 시범경기 첫 타석부터 팔꿈치 강타 아찔한 신고식… 든든한 조력자 자처하며 7번째 반지 정조준
- 연패 끊어줄 베테랑의 묵직한 존재감… 스무 살 어린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하는 진짜 리더
야구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세월이 흐르는데도 좀처럼 낡지 않는 선수.
20년 가까운 시간을 관통하는 방망이를 휘두른다.
그리고 그 방망이를 들고 다시 대구로 돌아온 선수가 있다.

바로 최형우다.
그의 나이는 이제 44세.
보통 이쯤이면 감독이 될 수도 있는 나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타석에 서 있다. 그것도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행선지는 삼성 라이온즈다.

사실 예상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는 다시 대구를 선택했다.
FA 계약은 2년 최대 26억 원.
숫자보다 상징성이 더 큰 계약이었다.
돌아온 이유는 단순하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최형우에게 삼성은 시작점이었다.
프로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꽃핀 곳이다. 그곳으로 돌아와 마지막 도전을 하겠다는 의미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그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대구 개막전에서 자신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떠올리며 이런 농담을 했다.
“첫 타석은 삼진을 먹어도 이해해 주세요.”
웃으며 한 말이지만 진심이 묻어 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그의 역할이다.
삼성이 최형우에게 기대하는 건 과거처럼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슈퍼스타’가 아니다.
대신 다른 것이 있다.
바로 경험이다.
지난 시즌 삼성 타선은 강력했다. 팀 홈런 1위. 공격력만 놓고 보면 리그 최상위권이다.
그런데도 시즌 흐름이 요동쳤다. 연승도 많았지만 연패도 잦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젊은 팀이다.
이재현, 김영웅 같은 젊은 타자들이 중심이 됐다. 재능은 있지만 경험은 부족하다. 그 틈을 채우는 카드가 바로 최형우다.
감독의 진단도 같다.
박진만 감독은 “연패에 빠졌을 때 팀을 안정시킬 선수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캠프에서의 최형우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후배들에게 먼저 말을 건다. 타격 이야기를 하고, 훈련 루틴을 알려준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선수인데도 먼저 다가간다.
야구는 숫자의 스포츠다. 하지만 어떤 숫자는 기록지에 남지 않는다.
더그아웃 분위기, 타석에서의 침착함, 젊은 선수들에게 전해지는 경험.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최형우는 이미 그것을 증명한 선수다.
우승 반지만 6개다.
삼성에서 4개. KIA에서 2개.
이제 마지막 하나를 더 노린다.
최근 시범경기에서도 그의 타격은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타력은 예전만큼 폭발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타석에서의 집중력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세월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선수들은 세월과 협상한다.
최형우가 바로 그런 타입이다.
예전처럼 모든 공을 담장 밖으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 그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팀을 묶어주는 것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한 번의 스윙.
그래서 삼성은 그를 다시 불렀다.
44세의 리그 최고령 타자가 우승 후보 팀의 퍼즐이 되는 장면.
야구에서는 가끔 이런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최형우의 프로 통산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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