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천재도 사기꾼 앞에선...거품 회사에 투자했다가 77억원 날린 사연은 [히코노미]
[히코노미-6] 저택에 화려한 정원, 분숫가에 앉아 편안하게 공부하는 안락한 삶. 그가 평생을 꿈꿔왔던 장면이 곧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투자한 주식이 대박을 앞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리학에 매료돼 공부에 푹 빠져 산 지 어언 60년. 진리를 탐구한 그에게 신께서 선물을 내리려 했던 것이었을까요. 학문도 투자도 모두 성공한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투자한 주식회사는 모든 거짓 정보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사우스시 컴퍼니(South Sea Company·남해 주식회사)’. 허상에 빠져 결국 전 재산을 날린 투자자의 이름은 아이작 뉴턴이었습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인류의 지성인 그조차도 ‘대박’이라는 꾀임에는 까막눈이었습니다. “중력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1688년 잉글랜드에 일대 격변이 일어납니다. 왕 제임스 2세가 신하들에 의해 왕좌에서 쫓겨나면서였습니다. 개신교 국가인 잉글랜드에서 제임스 2세가 가톨릭을 옹호하는 정책이 화를 일으킨 것이었지요.
새로 옹립한 왕은 같은 개신교 국가인 네덜란드의 지배자 윌리엄과 그의 아내 메리였습니다. 제 나라 폭군의 폭정을 견디지 못해 외국의 지배자를 수입해온 셈이었지요. 완전한 외국인을 모셔 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또 다른 정체성은 제임스 2세의 사위와 딸. 제임스 2세는 워낙 인기가 없는 왕이었기에 큰 소란 없이 부드럽게 정권이 교체됩니다. ‘명예혁명’이라고도 불리는 배경입니다. 메리2세와 윌리엄3세의 공동통치가 막을 올렸습니다.
윌리엄 3세 통치 이후 뱅크오브잉글랜드 설립(1694년), 약속어음에 관한 법 제정(1704년)이 모두 이뤄졌습니다. 현재 세계 금융의 수도인 런던은 네덜란드 군주로부터 그 첫발을 뗀 셈입니다.
당시 금욕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교회는 이런 자본가들의 허영과 야만을 비판했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응수합니다. “인간은 이윤을 좇는 존재”라고 말이지요.
제임스 브리지스나 찬도스 백작 같은 이들도 큰 부를 일군 인물로 이름난 사람들입니다. 탐욕과 소비가 경제적 미덕이라는 자유주의의 살아있는 상징들이었지요. 이들은 ‘꿀벌의 우화’를 쓴 버너드 맨드빌의 명언을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갑니다. “탐욕, 낭비, 자만, 사치와 같은 개인적인 악덕은 사회에 이롭다”.
금융의 달인인 이주 네덜란드인들은 영국 경제를 금빛으로 바꿔놓은 일등 공신이었지요. 회사의 가치는 치솟았고, 더 많은 사람들은 주가를 거래하기를 원했습니다. 잉글랜드 증권거래소인 익스체인지 앨리의 시작이었습니다. 옵션 투자와 같은 선진 투자 기법도 네덜란드에서 수입되기에 이르렀지요.
프랑스가 어떤 나라입니까. 수백 년 된 영국의 앙숙이요, 체스게임이라도 져서는 안 될 숙적이었습니다. 잉글랜드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단 하나. ‘미시시피 회사’를 능가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사우스시 컴퍼니’의 등장이었습니다.
모든 투자자들이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였습니다. 신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사우스시에 투자합니다. 물리학자 뉴턴도, 시인 알렉산더 포프도 대박의 열기에 휩싸인 인물이었습니다. 포프가 주식 브로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저는 국채의 주식전환에 관한 이야기를 매일 듣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열망에 너무나 들떠 있습니다.” 시인도 물리학자도 일확천금 앞에서는 속물이나 진배 없었습니다.
주식 거래소는 사우스시 주식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다니엘 디포(‘로빈슨 크루소’ 저자)는 그 때의 상황을 묘사합니다. “익스체인지 앨리에는 한몫잡기 위해 영국 전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사우스시는 그러나 대중의 믿음과는 달리 건실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회사를 이끄는 존 블런트는 내실보다는 주가만 쳐다보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방법으로 사우스시 주식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렸습니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잉글랜드에 있는 모든 빈자들 역시 본인들의 비루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너도나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주가는 폭등했지요. 한 달 사이에 80% 가까이 올랐습니다. 황당한 사업계획과 빈약한 매출에도 투자자들은 눈을 감았습니다.
상원의원인 허치슨은 국채를 사우스시 주식으로 전환하는 계획에 대해서 “수많은 가정을 파멸로부터 보호해야하는 것이 상원의원의 의무”라고 일갈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180파운드에서 시작한 사우스시 주가는 어느덧 1000파운드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1720년 국왕 조지1세도 이 주식 청약에 참여했습니다. 런던의 모든 사람이 외칩니다. “롱 리브 킹, 롱 리브 사우스시”(영원하라 왕이여, 사우스시여).
‘사우스시’라는 바다에는 물과 고기가 없었습니다. 오직 거품만이 가득합니다. 주가 폭락은 수순이었습니다. 1000파운드에 달하던 주가는 이제 100파운드로 떨어집니다. 며칠 만에 10분의 1토막이 난 것이었습니다.
성경에서나 묘사되는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사우스시’라는 파도가 잉글랜드를 강타합니다. “모든 질병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환상 속에 빠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태가 우리 눈앞에 와 있다.” 다니엘 디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잉글랜드 조폐공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던 뉴턴 역시 이때 모든 재산을 날렸습니다. 오늘날의 가치로 77억원에 해당하는 거액이었습니다. 부를 향한 욕심 앞에서는 그의 빛나는 지성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마침 라이벌 프랑스에서도 미시시피 회사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전 유럽을 뒤흔든 금융 위기였습니다.
국격은 번영이 아닌 위기에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미시시피 회사가 무너진 후 프랑스는 휘청거렸지만, 잉글랜드는 달랐습니다. 품격있는 지도자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등판했기 때문입니다. 새로 임명된 재무부 장관 로버트 월풀이었습니다.
그는 입각하자마자 책임자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사우스시의 부패에 눈감아준 유력 정치인들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전임 재무장관 존 아이슬라비를 비롯해 고위 관료 여럿이 탄핵당합니다. 광분한 투자자를 진정시키기 위한 제물로 충분한 인물들이었지요.
거친 말처럼 뛰놀던 기업들에겐 재갈을 물렸습니다. 1720년에 통과된 버블법(Bubble Act)이었습니다. 기업이 허위성 정보를 기반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었습니다. 경제사상 기업에게 규제를 가한 첫 번째 법안이기도 했었지요.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혁명적 발전은 잉글랜드를 산업 부국으로 이끌었습니다. 사우스시의 거품을 내실로 가득한 풍요의 바다로 만든 건 잉글랜드의 정치인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미시시피 회사 거품의 직격탄을 맞은 프랑스는 1787년 프랑스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집니다. 프랑스에는 월풀이라는 위대한 정치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때로 국가의 명운을 가릅니다.
ㅇ18세기 초 잉글랜드는 사우스시 회사라는 독점 무역권을 가진 회사를 설립하고 국채를 가진 투자자들이 주식을 가질 수 있게 했다.
ㅇ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면서 잉글랜드 전역에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이작 뉴턴도 그 중 하나였다.
ㅇ수익에 대한 거품이 드러나자 주식은 10분의 1로 폭락했다.
ㅇ그러나 월풀이라는 위대한 정치인이 책임자를 처벌하고,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면서 다시 잉글랜드는 금융중심지로 거듭났다.
<참고문헌>
ㅇ에드워트 챈슬러, 금융투기의 역사,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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