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석유화학 위기 … 지역경제에도 ‘빨간불’

LG화학 SM공장 가동 중단 이어 롯데케미칼도 일부 생산시설 멈춰
산단 가동률 떨어지고 수출 감소…전남도, 석유화학 위기대응 총력
전남지역 매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수 석유화학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석유화학 산업 업황이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남도와 여수는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수산단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남 핵심 업종인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LG화학이 스티로폼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도 일부 생산시설 가동을 멈추는 등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과 수출 감소, 수요 회복 부진 등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산업 전반의 활력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산 석유화학제품의 저가 밀어내기식 수출과 원자재 값 인상 등으로 힘을 쓰지 못하던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몰락이 가시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남의 석유화학 수출이 매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고, 공장이 몰려있는 여수시의 법인지방소득세 세입도 급감하는 등 지역 경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3일 전남도와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은 지난 2일 여수산단 내 1∼3공장 가운데 2공장 가동 중단 절차에 돌입했다. 생산시설을 비우고 질소를 충전하는 이른바 박스업(Box-Up)으로 가동을 정지한 상태에서 설비를 보호하는 조처다. 박스업 절차는 점검 혹은 폐쇄 전 가동 중단을 위해 필요한 절차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은 상반기 페트(PET) 생산라인을 멈춘데 이어 에틴렌글리콜(EG),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도 중단했다. 2공장 내 5개 공정 중 3개 공정이 멈춘 것으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413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등 올해에만 누적 6600억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공장 폐쇄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시황을 지켜보면서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만의 문제도 아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도 올 3분기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도 310억원 적자를 봤다.

여수 산단 분위기도 심각하다.
여수산단 내 NCC(나프타분해설비) 올 1~3분기 가동률은 평균 78.9%로, 지난 2021년 대비 17.8% 떨어진 상태다. 최근 4년 간 연간 감소율 평균(-6.1%)을 적용할 경우 오는 2027년에는 60.5%까지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여수산단 생산액도 지난해 누계 84조 1918억원으로 전년도(99조 4634억)에 견줘 15.3%나 감수했다. 지난해 누계 수출액도 약 42조원에 불과해 전년도 수출액 50조원에 견줘 16.0% 떨어졌다는 게 전남도와 여수시 분석이다.

석유화학산업 불똥은 지역경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여수지역의 경우 석유화학 산업 업황이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석유화학 산업 불황이 여수 지역 자영업자 및 지역 세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수 석유화학산업은 전남지역 매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당장, 올해 1분기 여수 원도심 상가 공실률은 27.7%로, 전국 평균 대비 2배 이상이다. 2022년 1분기 공실률(22.7%), 지난해 같은 기간(25.9%)보다 높다. 올 8월 말 현재 여수시가 거둬들인 법인지방소득세도 557억원으로 지난해(1672억원)보다 66.7%나 줄었다.

올 상반기 여수의 법인지방소득세는 490억원으로 전년(1599억원)보다 무려 69.3%나 줄어 긴축 재정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정부는 연내 기업 간 자율 구조조정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자구책 외에 인위적인 개입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남도도 석유화학산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달 27일 산업부 주도로 열린 3개 시·도 석유화학산단 간담회에서 충남 대산, 울산과 산업기반이 다른 여수는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곧 지역경제의 위기임을 지적하고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과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 주요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것을 적극 요구했다.

앞서, 전남도는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을 지난 11월 착수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금융·재정 지원, 연구개발 지원, 수출지원 등을 받을 수 있어 석유화학업계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남도는 또 지난 10월부터 정부에 ▲산업용 전기료 인하 ▲납사 관세면제 ▲석유수지 관세 불균형 해소 ▲대기배출 허용기준 완화 ▲플레어스텍 최소 발열량 규제 해소 ▲폐수 공용관료 설치 지원 ▲전력 및 공업용수 공급시설 조기 착공 등을 요청하고 있다. 여수 석유화학 위기대응 전략토론회를 통해 36개 사업 5조 6000억 원 규모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 추진키로 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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