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의 소란스러움 대신 고요한 물결을 따라 걷고 싶은 날이 있다. 사람들 틈을 벗어나, 말없이 파도만 들리는 바닷가에서 진짜 휴식을 찾고 싶을 때 말이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의 끝자락에 자리한 ‘소돌항’은 그런 바람에 꼭 들어맞는 곳이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도 자유로운 이 조용한 어촌 마을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평온함을 안겨준다.

소돌항은 주문진의 북쪽 끝에 자리한 지방 어항으로, 1972년부터 지역의 삶을 지탱해온 곳이다. 원래 명칭은 ‘우암진항’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친숙하게 부르던 ‘소돌항’이라는 이름이 2008년부터 공식 명칭으로 자리잡았다.
이 항구가 가진 매력은 거창한 관광지의 요소와는 거리가 멀다. 상업적으로 꾸며지지 않은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크게 와닿는다. 방파제와 등대, 조용한 어선들, 잔잔한 파도 소리까지—이곳에서는 어느 것 하나 과장되지 않았다.

최근 소돌항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덕분이다. 주인공들이 방파제 끝 등대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던 장면, 그 배경이 바로 이곳 소돌항이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성지순례’ 코스로 떠오르며 특별한 분위기를 느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돌항은 여전히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다.
관광객이 많아도 떠들썩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잠시 머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소돌항은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는 아직도 어민들의 일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새벽이 지나면 소형 어선들이 고기를 가득 싣고 항구로 돌아오고, 선착장에서는 어민들이 바삐 움직이며 고기를 정리한다.

크지 않은 활어 거래 시장에서는 흥정도 조용히 이루어진다. 대형 시장의 소란스러움은 없지만, 오히려 그것이 소돌항만의 매력이다. 운이 좋으면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여행의 작은 보너스가 되기도 한다.
관광지처럼 꾸며진 것이 아니라 실제 어촌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 그것이 소돌항이 주는 특별함이다.

소돌항은 유명세를 좇기보다, 고요한 바다를 품은 일상 속 쉼터에 가깝다. 화려한 해변이나 인파 가득한 명소보다,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곳을 찾는다면 이곳만큼 적당한 곳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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