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시스템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해 극비리에 개발 중인 차세대 대공포 시스템 '비호2(BO-2)'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어 온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인 주포 구경이 드디어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우디가 선택한 것은 30mm 구경의 대공포였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택된 30×173mm 규격은 현재 유럽에서 무인기 대응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독일의 스카이레인저 30과 같은 규격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후티 반군의 무인기 공격을 직접 경험한 사우디가 무인기 위협에 특화된 대공포를 원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과연 사우디의 이번 선택이 비호2를 어떤 성격의 무기로 만들어갈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방산업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베일에 싸인 비호2, 드디어 윤곽 드러나다
비호2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계획에 따른 방산 국산화 정책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사우디는 자국 군이 사용하는 무기의 50%를 국산화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에 새로운 대공포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그동안 비호2에 대한 정보는 극도로 제한적이었습니다. 한국의 다른 방산 프로젝트들보다도 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었죠.
과거 각종 전시회에서 한화가 40mm CTA포와 미사일을 탑재한 비호2 시제품을 공개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포 구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옵션이 가능하다"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작년 마덱스 전시회에서는 K21 장갑차와 해병대용 무인대공포에 탑재된 40mm 대공포를 장착한 버전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최종 사양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화가 현대위아에 특별한 30mm포 개발을 의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호2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30×173mm, 무인기 시대의 선택
한화가 현대위아에 개발을 의뢰한 30mm포는 30×173mm 규격입니다.
이는 한국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공포들과는 다른 규격이죠.

비호 복합과 차륜형 대공포에 사용되는 30mm포는 30×170mm 규격이고, 아파치 헬기나 현대로템의 RCWS에 사용되는 30mm 체인건은 30×113mm 규격입니다.
그렇다면 30×173mm는 어디서 사용되는 탄일까요?
바로 골키퍼 CIWS에 탑재되는 GAU-8 30mm 개틀링 기관포에 사용되는 규격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규격이 독일이 개발한 30mm 전방확산탄(AHEAD)에 사용되는 표준 규격이라는 점입니다.
독일의 퓨마 장갑차와 링스 장갑차의 주포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재 유럽에서 무인기 대응의 핵심 무기로 각광받고 있는 스카이레인저 30 대공포에 사용되는 바로 그 규격입니다.
사우디가 이 규격을 선택한 것은 명확한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후티 반군 드론 공격의 교훈
사우디가 30mm 전방확산탄을 선택한 배경에는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을 때, 기존의 방공망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사우디에게 무인기 위협의 심각성을 일깨워주었고, 무인기에 특화된 대공 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습니다.
30mm 전방확산탄은 무인기 요격에 최적화된 무기입니다.
전방확산탄은 목표물 근처에서 수백 개의 작은 파편으로 분해되어 넓은 범위를 커버하기 때문에, 작고 빠른 무인기를 요격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독일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스카이레인저 30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하지만 30mm 전방확산탄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파편의 무게가 1g 정도로 가벼워서 적의 야포탄이나 순항미사일, 전투기 같은 크고 견고한 목표물은 요격하기 어렵습니다.
35mm 전방확산탄의 파편이 3g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죠.
그래서 원래 독일에서도 30mm는 대인 공격용으로, 35mm는 대공용으로 구분해서 개발했었습니다.
30mm+미사일, 완벽한 조합을 노리다
사우디가 대공포로는 부족함이 있는 30mm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호2가 대공포만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호2는 30mm 대공포와 함께 별도의 대공미사일을 동시에 탑재하는 복합 시스템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한화는 기존의 맨패드 대공미사일이 아닌 사거리 10km 이상의 전용 대공미사일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이 미사일의 구체적인 사양이나 유도방식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맨패드 미사일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비호2는 무인기는 30mm 전방확산탄으로, 일반적인 대공 목표는 장거리 대공미사일로 대응하는 이중 구조의 방공 시스템이 됩니다.
이는 러시아의 판치르와 독일의 스카이레인저 30을 합쳐놓은 것과 같은 개념이죠.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현존 최강급 대공포 시스템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탄약 공급의 딜레마, 독일산 vs 국산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우디가 굳이 30×173mm 규격을 선택한 것이 이미 검증된 독일의 전방확산탄을 사용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스카이레인저 30에 사용되는 탄약을 그대로 수입해서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죠.
물론 한국의 풍산도 30×173mm 규격의 전방확산탄을 개발할 기술력은 충분합니다.
이미 비호 복합용 30×170mm 전방확산탄을 개발한 경험이 있고, CIWS-2용 30×173mm 전방확산탄도 개발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신뢰성이 입증된 독일 제품과 새로 개발해야 하는 한국 제품 사이에서 사우디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방확산탄은 상당히 비싼 무기입니다.
최근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35mm 대공포의 경우, 무인기 한 대를 요격하는 데 약 64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사일보다는 저렴하지만 결코 싼 무기는 아니죠. 이런 고가의 탄약 시장을 한국이 차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독일에 내주게 될지가 관건입니다.
세계 최강 vs 한국군 외면의 아이러니
비호2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상황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화가 사우디를 위해 세계 최강급 대공포를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군은 이런 첨단 무기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호2는 최신 30mm 전방확산탄과 장거리 대공미사일을 결합한 차세대 방공 시스템입니다.
현재 한국군이 운용하고 있는 비호 복합이나 천궁을 아무리 개량해도 비호2에 비견되는 성능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인기 특화 대공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군은 여전히 기존 장비의 개량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는 인정받는 한국의 방산 기술이 정작 자국군에서는 외면받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한국 방산업계 전체에도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자국군의 검증 없이 수출만에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의 선택으로 비호2의 주포 구경이 30mm로 확정되면서, 이 무기가 무인기 시대에 특화된 차세대 대공포임이 분명해졌습니다.
30mm 전방확산탄과 장거리 대공미사일의 조합은 분명 현존 최강급의 방공 능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하지만 탄약 공급망 확보와 한국군의 관심 부족이라는 과제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비호2가 진정한 성공작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도 함께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