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은 그림의 떡" 전공의들이 제기한 수련병원 만성적 문제는

정심교 기자 2025. 8. 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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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정심교 기자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의 만성적 문제로 △수련 기간 내 임신·출산이 눈치보인다는 점 △육아·병역 휴직 후 수련 재개 시 제도적 보호가 미흡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의정갈등 이후 수련병원 복귀를 저울질하는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 3가지를 정부에 제시했는데, 그중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에 대한 토로가 이어진 것이다.

4일 '전공의의 안정적 수련 재개를 위한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확보방안 모색'을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김은식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사직 전공의)은 대전협이 올해 여성 전공의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유했다. 응답자의 92.9%는 가임기인 25~29세(52.8%)와 30~34세(40.1%)였지만, '수련 중 임신·출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21.8%에 불과했고, 불가능하다고 여긴 비율은 49.7%에 달했다.

전공의 대정부 요구안 비교/그래픽=김다나

또 응답자의 60.5%는 "전공의 수련 시 출산·육아는 포기했거나 포기할 예정"이라고 답했고, "긴 근무시간과 방사선 노출 등으로 (임신하더라도) 난임, 기형아 출산 등 위험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은 출산·육아와 수련을 병행하기 힘든 진료과에 대해 묻자 "어느 과든 수련 자체가 힘들다"(75.1%)고 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신경외과(34.1%), 심장혈관흉부외과(33.8%), 정형외과(32.7%), 외과(30.7%), 응급의학과(30%) 순으로 나타났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두렵다고 답한 비율도 84.4%에 달했다. 김은식 비대위원은 "수련규칙표준안에 따르면 인턴은 3~6개월, 레지던트는 6개월~1년만 휴직할 수 있고, 전공의가 임신·출산하더라도 적합한 휴직제도가 없어 휴직 대신 사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전공의의 71%가 눈치 보여 임신을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공의 1명을 전문의로 키워내는 데 총비용은 8억6700만원이 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전공의가 육아휴직, 병역휴직 후 돌아와도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확보방안 모색' 정책세미나에서 의정갈등 이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에서 사직한 후 출산한 정소연 전공의는 수련을 재개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수련환경에서 육아를 병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정소연 사직 전공의(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 차에 사직)는 "의대생의 35~40%가 여성이고, 서울아산병원은 전체 전공의의 55%가 여성으로 전공의 중 여성의 비율이 높아졌지만 전공의 수련 기간에 임신·출산·육아를 병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그는 사직 전 임신하고 사직 후 출산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꿈꾸지만,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수련병원에 돌아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전공의가 수련 중 임신을 결심하기도 어렵지만, 난임 시술까지 받아야 한다면 과배란 유도, 난자 채취, 배아 동결 후 이식까지 연차를 여러 번 사용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며 "심지어 어렵게 임신했더라도 조기 진통을 예상하지 못해 입원한 전공의 사례도 꽤 있다"고 했다.

병역을 마친 후 기존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백동우 공중보건의(서울아산병원 내과 전공의 사직)는 "사직 전공의들이 병역을 마치고 전역할 시점에 (자기보다) 아래 연차가 진급해서 자리가 없으면 (자리가 있는) 타 진료과의 레지던트 1년 차부터 시작하거나, 수련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며 "병역 후 수련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인기과로 쏠릴 가능성 크다"고 지적했다.

한성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근본적인 수련환경 개선 없이는 중증·핵심 의료도, 훌륭한 전문의 양성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사태에서 길 잃은 전공의들의 수련 연속성을 보장하는 건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한동우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수련 시 '지도전문의'가 전공의를 어떻게 가르치냐에 따라 훌륭한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지만, 교수 업적을 임상과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며 "이런 현 체제에선 교수가 전공의를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에 대한 평가도 보상도 미미하다. 지도전문의의 전공의 교육 시간을 지정하고, 이를 교수 업적 평가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방영식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 /사진=정심교 기자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확보방안 모색' 정책세미나에서 패널들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런 지적들에 대해 방영식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병원 내 의사 인력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전공의의 주업무였던 당직, 입원환자 진료 등을 수련 전공의 이외의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도 구상해볼 수 있겠다"며 "현재 가동 중인 수련협의체를 통해 9월1일 전공의 하반기 수련 개시 전까지 전공의 모집 절차를 논의한 후, 수련환경 제도 개선, 근무시간, 수련 평가 방법, 지도전문의 제도 등 다양한 수련환경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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