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현욱 "이젠 조심성이 생겼다… 더 오래 연기하고 싶다"②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먼센스] 이강은 최현욱에게도 끝내 다 설명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강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 그에게, 캐릭터의 남은 속내부터 배우로서 겪었던 오해와 지금의 일상까지 차례로 물었다.
[인터뷰] 최현욱 "최민식이 픽한 배우, 그 부담이 원동력이 됐다"①에서 이어집니다.

복수는 계획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이강의 복수는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건가. 국문학과가 아닌 굳이 공대로 진학한 이유나, 보육원 시절 말 한마디 때문에 복수를 결심했다는 설정이 동력치고는 약하다는 반응도 있다.
"둘 다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봤다. 허문오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경로는 여러 가지였을 테니, 전공 자체는 이강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거다. 다만 문오가 가르치는 과목까지 미리 파악하고 그 수업을 선택한 것 자체는 애초 계획의 일부였다고 생각한다. 동기 부분도 마찬가지다. 부모 없이 자란 환경에서 처음 마음을 열었던 어른에게 받은 배신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남았을 수 있다고 봤다. 그 정도면 이강에게는 충분한 원동력이 됐을 거고, 그 감정을 오래도록 곱씹으며 계획을 세워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회, 문오가 다시 글을 쓰자고 제안하는 장면은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이 부분은 감독님과 특히 얘기를 많이 나눴다. 처음에는 무너진 문오의 모습이 궁금해서 찾아왔다는 다소 냉소적인 마음으로 접근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강에게도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왔을 수 있겠다 싶었다. 결국 그 마음으로 엔딩을 연기했다. 그 장면에서 앞에 앉아 계시던 민식 선배님의 클로즈업 표정이 정말 대단했다. 보면서도 감명 깊었다
진경 배우가 연기한 문오의 아내와 이강 사이의 장면도 실제인지 상상인지를 두고 시청자 해석이 나뉜다. 30살 차이가 나는 선배 배우와 애정신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그 장면이 문오의 상상이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스토리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흐트러진 침구나 화장을 고치는 아내의 모습 같은 디테일에서 비롯된 상상이라고 봤다. 나이 차이보다는 '시청자가 문오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고, 촬영 전부터 감독님, 진경 선배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에서 선배님이 편하게 이끌어주신 덕분에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다.
공개 후 반응, 그리고 이강이라는 캐릭터
공개 직후 반응이 뜨거웠다.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 있다면.
같은 장면을 두고도 시청자마다 해석이 전혀 달라서 그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런 다양함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보고 끝내기보다 두세 번 다시 봐야 더 이해가 되는 작품이라, 그 지점이 이 작품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지인 중 한 명은 '허문오는 MBTI가 F일 것 같다'고 하더라. 반대로 저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갑자기 이강처럼 보인다는 말을 들어서 조금 속상하기도 했다.(웃음)

이강이라는 캐릭터를 두고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다. 이 의뭉스러운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불편하게 느끼셨다면 그 반응 자체가 만족스럽다. 불편함을 느꼈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를 제대로 전달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기 객관화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사람마다 색깔과 성격은 다 다르지만, 결국 인간은 누구나 한 가지 감정만 가지고 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낯선 감정을 꺼내는 일이 저한테는 부끄럽지 않다. 누군가에게 이 작품 안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을 전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지 않을까 싶다."
극 중 게임을 만드는 장면에서 이강의 내재된 폭력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실제로 광기 어린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도끼를 휘두르는 신도 인상적이었다.
광기 어린 인물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도 결국 계획된 것 중 하나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고 본다. 다만 도끼 신은 신났다기보다 오히려 힘들었다. 그 장면 자체가 문오의 꿈, 그러니까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그 악몽을 얼마나 무섭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문오가 거기서 놀라 깨어나는 장면이 설득력 있게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몇 번의 걸친 걸친 논란,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극 중 이강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것처럼, 최현욱 본인도 실제로 몇 차례 오해와 논란의 시간을 지나왔다. 담배꽁초 무단투기(2023년), SNS 사진 논란(2024년), 프로야구 시구 논란(2025년), 최근 예능 프로그램 속 태도 논란까지. 그는 이 시간들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촬영 기간과 맞물려 여러 논란을 겪었다. 예능 <방과후 태리쌤> 출연 당시의 태도 논란도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마음인가.
반성을 많이 했다.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촬영 현장에서 만난 좋은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앞으로는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능 관련해서는, 편집된 짧은 장면만 접하신 분들이 있다면 전체 방송을 한 번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선생님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라 상대 배우와도 대화를 많이 나눴고, 지금까지도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촬영 자체는 즐겁게 임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매사에 조심하려는 습관이 생겼고, 앞으로는 작품 자체로만 시청자분들께 몰입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함께 출연했던 대선배 허준호와 SNS로 편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사실 허준호 선배님과는 <맨 끝줄 소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작품을 세 개나 연달아 함께 하고 있다. 세 작품을 이어서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선배님께 의지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촬영이 끝나면 밥도 사주시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먼저 풀어주시는 분이라 저도 부담 없이 연락드리는 편이다.
<약한영웅> 함께한 배우들이 비슷한 시기에 각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약한영웅> 동료 배우들 작품을 저도 다 챙겨봤는데 하나같이 잘 돼서 정말 좋았다. 촬영할 때 느꼈던 그 진심과 열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같이 시작한 사람들이 다 잘되는 걸 보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거기서 좋은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최민식이 전한 조언, 그리고 최현욱의 일상
최민식 배우가 따로 해준 조언이 있다면.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뮤지컬 같은 공연도 챙겨 보고, 여행도 다니면서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결국 연기에 색깔로 묻어난다는 말씀이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라, 요즘도 종종 떠올린다."

그 조언처럼, 연기 외에 스스로 오래 유지해온 루틴이나 취미가 있나.
요즘은 다양한 운동을 챙겨서 하고 있고, 틈틈이 여행도 다닌다. 코펜하겐은 다녀와서 정말 좋았던 곳이다. 거리가 깨끗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어서 그 도시만의 공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못 가본 곳 중에서는 스위스를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여행 외에도 혼자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날씨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 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인데, 이런 편견 없는 태도가 감정을 다루는 배우로서는 나름의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최근에 MBTI 검사를 다시 해봤더니 INTP가 나왔는데, 저는 사실 T보다는 F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 다만 성향 자체는 T 쪽을 좀 지향하는 편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태도가 개인적으로는 더 매력 있어 보인달까.(웃음) 대신 생각이 많은 편인 건 맞는데, 오히려 그게 이 직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좋은 무기가 되는 것 같다.
최민식 배우는 데뷔한 지 4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처럼 SNS로 일상이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시대는 아니었을 텐데, 그런 선배 세대와 비교하면서 '평범한 삶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느낀 적은 없나.
그런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제가 놓인 환경 안에서도 충분히 즐기면서 지내고 있다.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것도 여전히 좋아하고, 요즘도 뮤지컬을 자주 보러 다닌다. 짧으면 짧은 대로 그런 순간들을 그때그때 누리려 하는 편이다. 오히려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더 크게 행복으로 다가오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장르 자체가 정말 다양해졌다고 생각한다. 악역, 액션, 로맨스까지 아직 못 해본 결이 훨씬 많다.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고 싶다. 코미디도 너무 좋아한다. 예능 프로그램도 불러주신다면 언제든 좋다. 어릴 때부터 정통 버라이어티 예능을 즐겨 봐서, 그런 형식의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차기작으로 야구선수 역할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어릴 적 실제로 야구선수였다.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 않은 준비 단계라, 지금은 천천히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야구선수 역할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어릴 적 꿈이었던 종목을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남다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영화 <바람>처럼, 언젠가 제 인생 이야기를 영화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먼 미래의 일이 될지, 그냥 바람으로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품고 있다. 학창 시절 야구를 하던 때부터 배우가 되기 전까지의 시간들을 그 안에 담고 싶다. 정확히 어떤 시대적 배경으로 그릴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지만, 대략 그 시기쯤이 될 것 같다.
그 영화 안에, 지금 이 작품을 찍고 이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어떻게 담고 싶나.
아직 먼 꿈이지만, 이 순간을 다룬다면(웃음)… 후반부에 몽타주처럼 짧게 스쳐 지나가는 방식으로 쓰고 싶다. 배우가 되기 전의 제 모습이 오히려 영화의 중심이 될 것 같고, 배우가 된 이후의 이야기는 그다음 편, 그러니까 시즌2쯤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강을 지켜봐준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강은 어릴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란 인물이다. 미워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이 친구를 담아주셨으면 한다. 이강이 쓰는 글 속 '다음에 계속'이라는 문장처럼, 이강도 문득문득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해 주셨으면 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