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왜 그런 병에 걸렸냐고요? [콘텐츠의 순간들]

지난 1월, 유튜브 채널 ‘유병장수girl(유병장수걸)’을 운영하던 유튜버가 투병 끝에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유병장수걸은 신장암 진단을 받은 20대 청년이 자신의 투병 생활을 브이로그 형태로 공유하던 채널이다. 힘든 항암 치료를 견디고 난 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갔고,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근황을 공유했으나 마지막 소식은 그녀가 아닌 그녀의 남자 친구가 전하게 되었다.
만화에서도 유병장수걸과 같은 청년들의 투병담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만화 〈혼자 입원했습니다: 요절복통 비혼 여성 수술일기〉(다드래기, 창비)는 30대 비혼 여성이 홀로 산부인과 수술을 감내하며 겪어야 했던 일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웹툰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현이씨), 〈커피와 스무디〉(게코)는 우울증 투병과 극복, 재발과 개선이라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작가 본인의 실화는 아니지만, 김보통 작가의 웹툰 〈아만자〉는 20대 청년 남성이 암 진단을 받은 뒤 겪게 되는 항암 치료 과정을 현실과 판타지를 교차시키며 감각적으로 그려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생활툰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육아·연애·학업 등 다양한 소재가 연재되었고, 투병 서사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웹툰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하며 생활툰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자, 청년의 투병기를 다룬 작품들 또한 희소해졌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24년, 네이버웹툰이 생활툰 장르를 다시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부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정식 연재를 시작한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커짐〉(물렁이)과 〈별 거 아니겠지〉(쥐망)는 아픈 청년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으며, 수많은 독자의 공감과 응원 속에서 완결을 맞이했다. 두 만화는 서로 다른 질병을 다루고 있지만, 한 번의 치료나 수술로 완치되는 것이 아닌 진단과 수술, 치료가 반복되는 지난한 투병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데 교집합이 있다.
먼저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커짐〉은 작품 제목처럼 갑작스럽게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특발성 거대 유방증’ 환자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주인공인 ‘물렁이’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그 병명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만큼 의료진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희귀질환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그의 경우에는 비슷한 연구 결과나 임상이 보고된 바 없던 차였다. 물렁이가 여러 병원을 전전했음에도 그녀의 이야기를 제대로 귀담아들어 주는 의사를 만나기 어려웠던 이유다.
증상이 심해진 다음부터는 뛰는 것은 물론이고 옷을 입거나 씻는 것, 잠자는 것 등 일상생활 전반에 모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물렁이를 진단한 의사 선생님은 ‘혹이 다글다글하다’며, 그녀의 가슴 바깥쪽뿐만 아니라 안쪽 상태도 악화했음을 알려주었다.
만화 속 주인공만의 이야기 아니다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협진으로 물렁이는 수술대에 올랐으나, 첫 번째 수술은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두 번째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으나, 말 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정보도 전혀 없는 상태. 모든 게 막막한 상황 속에서 물렁이는 절망에 빠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커짐〉은 희귀 질환의 경험을 단순히 공유하는 만화가 아니라, 고통의 파도를 넘어 이윽고 다시 일상으로 헤엄쳐 돌아온 하나의 투쟁사라 할 수 있다. 특히 환부가 가슴인 터라 성희롱 댓글이 매 화 빠지지 않았다는 내용도, 그 투쟁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할 만하다. 이러한 사건들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피로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상기시킨다.
반면 웹툰 〈별 거 아니겠지〉의 주인공 ‘쥐망’의 증상은 다리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 도중 다리 저림을 느낀 그는, 운동 부족 탓이려니 싶어 매일같이 운동에 매진하지만 증상이 나아지기는커녕 계속 악화하고야 만다.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디스크 진단과 함께 물리치료와 약이 처방되었지만, 이마저도 해답은 아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른 가능성을 의심한 의사의 권유로 정밀검사가 이루어졌고, 수많은 검사 관문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원인을 찾는다. 바로 척수신경에 붙어 있는 종양이었다. 쥐망은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고 기나긴 검사와 수술, 치료 과정에 다시 돌입한다. 그 여정은 물렁이만큼이나 녹록지 않다.

만화 속 주인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픈 청년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39세 암 진료 인원은 2020년 12만명에서 2024년 14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청년 당뇨병 환자는 2015년 2만1000여 명에서 2024년 4만5000여 명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발병 이후 회복 과정에서도 청년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2022년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의 청년 암 경험자 1500명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79.9%가 ‘암 진단 전의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투병 생활은 고된 일이지만, 청년 세대의 질병 서사에는 남다른 결이 있다. 우선 주변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한창 미래를 준비하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또래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병에 걸렸냐’는 식의 무례한 말들에도 대처해야 한다. 게다가 회복 후에도 취업을 준비하고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은 또 다른 짐이 된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커짐〉과 〈별 거 아니겠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자전 서사이지만, 그 자체로 우리 사회 아픈 청년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사회적 기록이기도 하다.
투병이란 무엇인가. 유병장수걸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질병을 다룬 만화들을 읽으며 나는 투병이 무너뜨리는 일상을, 그러나 투병을 통해 재구성되는 또 다른 시공간을 목격했다. 이러한 창작물은 청년 세대의 투병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동시에, 서로를 잇는 위로의 공간이 된다. 진솔하게 꺼내놓은 나만의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그 공감이 용기와 응원으로 이어질 때, 투병 서사는 더 이상 창작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그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이러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기대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터이다.
조경숙 (만화 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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