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에 환율, 1200원대 가능성...日 금리동결에 ‘엔캐리 청산’ 한숨 돌렸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4·4분기 1250원 하방 전망”
BOJ 속도 조절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美 경제 연착륙 여부에 따라 환매압력 좌우”
지난달 초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이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일본은행(BOJ)이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부담을 덜게 됐다.
2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0.1원 오른 1329.1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마감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13일(1329.5원), 19일(1329원)에 이어 3거래일 연속 1320원대에서 마감했는데 이는 3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1330원을 하회한 것이다.
이같이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된 배경에는 미국의 '빅컷'(금리 0.5%p 인하)이 있다. 지난 4월만 해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미뤄지며 달러인덱스는 106선을 유지하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로 0.5p 낮추면서 달러인덱스는 100선까지 떨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의 점진적 금리인하에 힘입어 연말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연말까지 0.5%p 추가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달러인덱스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하락세를 보인다”며 향후 원·달러는 1250~1370원 사이에서 움직여 연평균 환율값이 1250원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달러 약세를 좌우하는 유로존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수출 등 원화 가치 상방 요인이 오는 4·4분기부터 힘을 잃을 수 있는 점은 변수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모두가 다 같이 금리인하를 하는 상황에서는 펀더멘탈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10월부터 수출 기저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원화 강세 요소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엔저로 인한 물가상승 위험이 감소해 시간적 여유는 있다“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내놨다.
이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당분간은 낮아졌다는 평가다. 엔화값이 달러보다 강세를 띨수록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커지는데 일본의 금리인상 속도가 늦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순 BOJ가 금리를 올리고, 7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상업 엔화선물 매도포지션은 같은달 2일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143억달러)으로 늘었다가 8월 초 청산됐다.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을 낮추는 재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8~14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9000건으로 일주일 새 1만2000건이 줄어 4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고용관련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지고, 이에 미·일 금리차 축소를 우려한 엔화 투자자금의 회수가 진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선물시장의 투기성 엔 캐리 트레이드와 달리 은행 대차대조표상으로 나타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최근에도 규모가 축소되지 않아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일본의 해외증권 및 주식투자는 중장기적인 성격이 강해 최근에도 특별한 변동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미 경제의 경착륙 우려 현실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회의론 등이 나타날 경우 환매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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