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해피 엔딩

상속과 증여는 가족을 이어주는 제도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속은 가족 해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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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어느덧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무엇을 더 이룰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도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부모님께서 남겨 주실 유산이 있다면 ‘언제 어떻게 가족과 나누고 지혜롭게 사용할 것인가’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상속은 단순히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마지막으로 정리되는 순간이자 남겨진 가족이 고인을 다시 바라보고 기억하는 방식이다. 준비된 상속은 위대한 유산(Legacy)이 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속은 분쟁과 가족 해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유산은 큰 복처럼 보이지만, 사실 독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산이 적다고 가족 사이에 분쟁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많을수록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남긴 유산이 혹은 내가 평생 일군 자산이 사후에 가족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넣고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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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원 유산, 그리고 가족의 균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아온 A씨는 담도암으로 75세에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가족은 아내와 두 딸, 그리고 막내아들. 잠실 아파트와 시골 토지, 펀드 등 90억원을 남겼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인 삼우제 식사 자리, 자녀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당연히 n분의 1이지”라고 말하는 아들과 “네가 이미 받은 게 얼만데!”라며 분개하는 딸들. 아들이 11년 전에 증여받은 성수동 건물이 당시에는 10억원이었지만 현재는 60억원으로 폭등한 것이 문제였다. 아내 역시 생전에 3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A씨 아내는 자식들에게 싸우지 말라고만 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지만, 은근히 아들 편을 든다. 딸들은 그것도 섭섭하다. 딸들의 귀에, 남겨진 재산을 ‘법대로 나누자’는 말은 이미 많이 받은 자의 배짱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 장면은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속을 둘러싼 가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많이 받은 아들이 좀 양보하고 딸들이 남아 있는 상속재산을 사이 좋게 나눠 가지면 될 것 같지만, 그들이 각각 처한 과거와 현재의 처지, 숨겨진 감정과 생각 때문에 현실에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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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에 남겨진 법률 관계
사람은 죽음과 함께 모든 인격적·재산적 권리를 잃는다. 그리고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심지어 빚뿐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남겨진다. 이것을 ‘상속’이라고 한다.

상속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죽음’, ‘사람’, ‘재산’이다. 타인에게 재산을 대가 없이 넘겨준다는 점에서 증여와 같지만, 재산 소유자가 사망 후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증여와 다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생전에 재산을 타인에게 나눠 주는 것을 흔히 상속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증여다.

판사와 변호사로서 수많은 상속 분쟁을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유산이 많을수록 더 감사하고 너그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예민해지고, 더 억울해하고, 더 공격적이 된다. 함께 상속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사이인데, 갈등 양상만 보면 그들이 과연 피를 나눈 사람들이 맞나 의심될 정도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상속재산은 불로소득에 가깝다. 그런데 분쟁 현장에서 사람들은 마치 평생 자신이 피땀 흘려 일군 재산을 일면식도 없던 강도에게 빼앗기는 듯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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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순위
법은 상속인(상속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의 순위와 비율을 정해 두고 있다. 자기보다 앞선 순위의 상속인이 있으면 후순위는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같은 순위에 있는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공동상속인’이 되어 함께 상속을 받는다.

상속 1순위는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으로서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자식 또는 손자·손녀와 같은 ‘직계비속’이며, 그런 사람이 없을 때는 피상속인의 부모 또는 조부모, 외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2순위 상속인이 된다. 자식이나 부모 등이 없을 때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3순위 상속인이 되고, 그마저도 없으면 삼촌・고모・이모・외삼촌, 4촌 형제 등이 4순위 상속인이 된다.

피상속인이 유산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 유언으로 정해 주지 않았다면 상속인들이 서로 협의해 나눠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협의가 잘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끝까지 싸우면 결국 가정법원에 가서 판사가 정해 주길 기다려야 한다. 판결을 할 때 기준으로 삼도록 법에서 정해 둔 비율을 ‘법정상속분’이라고 하는데, 그 비율은 상속인 사이에 균등하다. 예외적으로 피상속인의 배우자만 다른 상속인보다 50%를 가산한다. 예를 들어 A씨처럼 아내와 자녀 3명의 상속인이 있다면, 법정상속분 비율은 1.5:1:1:1이 된다. 그래서 아내는 전체 상속재산의 9 분의 3을, 자녀들은 각각 9 분의 2씩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

ㅣ 덴 매거진 2026년 2월호
글 김성우(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에디터 정금산 (gold@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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