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결제 무인문구점, 뭘 사도 어른들은 몰라요
일부 매장 성인용 BB탄총 진열
연령인증 절차 없이 구매 가능
유해물품 외에 장난감 관리 허점
“잇단 총기·흉기 사고, 규제 필요”

‘사용연령 만 19세 성인’.
12일 오전 9시께 수원시 장안구의 한 무인문구점. 문구점 내 한쪽 매대에는 BB탄총 10여개가 종류별로 진열돼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어린이용(만 14세 미만)이었지만, 청소년용(14세 이상 19세 미만)과 성인용(만 19세 이상) BB탄총도 함께 놓여있었다. 매대 뒤에는 ‘14세 이하 어린이 구입 제한’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문제는 구매 과정에서 연령 인증 절차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실제 기자가 청소년용 BB탄총을 결제해 보니, 신분증 등의 특별한 확인 절차는 없었다. 무기류뿐만이 아니다. 문구점 내 대부분의 장난감에는 ‘14세 이상’이라는 사용 연령이 적시돼 있었다.
수원시 장안구의 다른 무인문구점에는 ‘접착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14세 이상 조립용 장난감이, 안산시 호수동의 문구점에는 ‘열기에 노출될 시 폭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적힌 14세 이상용 인공눈스프레이가 전시돼 있었다.
고객이 스스로 결제하는 무인문구점에서 연령 제한이 있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 직원이 별도로 없어 연령 인증없이 구매가 가능함에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점포는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으로, 별도의 인허가 절차가 없다.
이로 인해 지자체는 정확한 점포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제품법에 따라 연령 기준에 맞지 않게 어린이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지만, 이는 만 14세 미만 제품에만 해당된다. 이 때문에 무인점포에서 14세 이상 제품을 판매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담당 부서조차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만 14세 미만 어린이용 완구에 대한 안전기준을 맞췄는지를 점검하는 게 부처의 업무”라며 “청소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완구는 규제 대상이 아니고, 점포 판매 업무 역시 관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도내 한 지자체 (청소년과) 관계자도 “주류나 담배 등은 청소년보호법상 유해물품으로 규정돼 청소년에게 판매하면 행정처분을 내리지만, BB탄 등의 장난감은 별도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소관부서가 명확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뒤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무인점포와 미성년자는 책임과 권한을 묻기 어렵다”면서 “특히 최근에 총기·흉기 관련 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제재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 무인점포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의 연령대를 규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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