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의 즐거움은 안전에서 시작한다, 청소년 국가대표 지도자 김자하 코치 인터뷰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내내 암벽을 오르는 사람이 있다.흥미가 떨어질 법도 한데, 김자하 코치는 여전히 암벽 앞에 서면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말한다.

스포츠클라이밍 청소년 국가대표 전담 코치와 더불어 수많은 지도자 경력, 클라이밍 센터 총괄 매니저,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선수의 오빠까지. 그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끝이 없지만, 막상 그를 대면하면 모든 수식어가 무색하다. 그는 그저 순수한 열정으로 30년째 클라이밍을 사랑해 온 남자일 뿐이다. 선수를 거쳐 지도자로서 커리어를 이어온 김자하 코치. 그는 클라이밍의 즐거움은 안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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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하
· 락랜드 클라이밍 총괄 매니저
· 스포츠클라이밍 청소년 국가대표 전담 코치
· 서울특별시산악연맹 감독
· 캑터스 클라이밍 팀 감독
· 30년 차 클라이머

클라이밍이라는 스포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스포츠클라이밍은 원래 자연 암벽을 등반하기 위한 훈련 용도로 만들어진 종목이다. 이것이 점차 발전해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 암벽에선 돌을 잡고 올라가지만 스포츠클라이밍에선 ‘홀드’를 잡고 등반한다.

클라이밍은 ‘리드’, ‘볼더링’, ‘스피드’ 세 종목으로 구분한다. 리드와 스피드는 별도의 장비 사용법을 익혀야 하고, 파트너도 필요하기 때문에 볼더링에 비하면 접근성이 높지 않다. 또 종목 특성상 15m 내외의 층고가 필요하기에 클라이밍장이 많지 않다.

요즘 클라이머들이 많이 즐기는 종목은 볼더링이다. 볼더링은 원래 높이 4~6m의 자연 암벽을 로프 없이 초크와 매트리스만 두고 오르는 종목인데, 이것이 실내로 넘어온 것이다. 어느 정도 주어진 환경에서 암벽화만 신으면 쉽게 즐길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국내 대부분 센터는 비교적 높지 않은 층고의 볼더링 클라이밍장이다.

한편으론 볼더링이 도심에 최적화된 종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클라이머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볼더링은 보통 1분 미만으로 등반 시간 자체가 길지 않고, 한 번 등반할 때 일정 영역에서만 움직인다. 셀프 촬영과 SNS 업로드에 용이한 이유다. 또 클라이밍은 혼자 즐기는 스포츠 같지만 클라이밍장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며 함께 즐기는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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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은 완등했을 때의 성취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그런데 완등하지 못해도 재밌다.클라이밍을 30년간 해왔지만 재미는 여전하다.암벽을 보기만 해도 두근거린다.

클라이밍의 인기를 실감하나?

그렇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클라이밍의 인지도가 체감상 20배는 증가했다. 일반인 클라이머가 정말 많아져 이게 현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웃음) 예전엔 사람들에게 “클라이밍한다”라고 말하면 “클라이밍이 뭐냐”라고 되묻기도 했는데, 요즘은 “나도 클라이밍해 봤다”라고 답한다. 대회를 준비하는 청소년 선수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클라이밍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성취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초급자라면 코스를 완등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중급, 상급까지 난도를 높여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연 암벽은 누군가 그 바위를 깨지 않는 한 그 코스가 항상 똑같지 않나. 그런데 실내 클라이밍장은 루트 세팅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코스를 등반할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놀 수 있다는 점도 즐겁다.

올해로 클라이밍을 한 지 30년이 됐는데, 클라이밍을 하는 것이 여전히 즐겁다. 난도와 상관없이 클라이밍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주변만 보더라도,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취미에 비해 유독 빠져드는 것 같다

나도 신기하다.(웃음) 얌전히 회사 잘 다니던 분도 클라이밍을 더 하고 싶다며 갑자기 퇴사를 하기도 한다. 클라이밍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다.

클라이밍의 난도는 어느 정도인가?

사다리만 오를 수 있다면 클라이밍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다만, 부상 위험도 있는 만큼 취미를 즐기기 전 안전교육을 확실히 받고 시작하길 권한다.

초보자 기준으로 강습은 얼마 동안 배워야 하나?

일주일에 대략 2회 정도, 한두 달 수업을 받으면 누워 있는 벽까지 웬만한 벽은 이용 가능하다.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은 첫날부터 중반 난도까지 도전하기도 한다. 센터마다 다르지만, 보통 코스의 1~2단계 난도는 ‘할머니가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구상한다. 난도의 폭이 넓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일일 체험 시스템을 운영하는 센터도 많다. 일일 체험으로 추락법과 코스 보는 법, 등반하는 법 정도를 가볍게 배울 수 있다.

입문자라면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것 같다. 클라이밍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안전을 가장 강조한다. 보통 바닥에 두툼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도 잘못 떨어지면 골절이 생기기도 한다. 보통 손목과 발목을 가장 많이 다친다. 클라이밍은 추락할 때 많이 다치지만, 안전하게 추락하는 법만 배우면 크게 다칠 일이 없다. 벽에 설치된 홀드가 돌아가는 등 시설물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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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바닥에 두툼한 매트리스가 있어도 잘못 떨어지면 다칠 수 있다.안전하게 추락하는 법만 배우면큰 부상 없이 클라이밍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비용과 이용 시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센터마다 다르지만, 보통 하루 종일 이용하는 일일권은 2만원 내외, 한 달 내 자유롭게 이용하는 월 회원권은 13만원 정도다. 이용 중에 외부 출입도 자유로워 클라이밍을 즐기다가 사람들과 밥을 먹고 들어오기도 한다.

클라이밍에 필요한 장비는?

암벽화와 초크다. 복장은 편한 운동복이면 충분하다. 암벽화는 발과 딱 맞거나 더 작은 것이 좋다. 발이 아치형으로 오므린 상태가 되어야 홀드에 발을 걸고 힘을 주기 편하기 때문이다. 입문자라면 정사이즈 암벽화를 먼저 신어보고, 나중에 실력이 늘면 더 작은 사이즈로 바꾸는 것이 좋다.

암벽화와 초크는 센터에서 대여하기도 한다. 요즘은 마치 볼링장에서 볼링화를 빌리듯 암벽화를 빌려 신고 가볍게 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포츠를 넘어 오락의 영역과 가깝다고 느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그렇다. 다만 부상 위험이 존재하는 스포츠인데도 너무 놀이로만 접근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또 SNS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점프 등 액티브한 동작을 많이 시도하기도 한다. 클라이밍에 관심을 갖고 즐기는 건 좋지만 놀이보다는 스포츠로서 클라이밍을 즐겼으면 한다.

클라이밍 문화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클라이밍 인기가 거품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급격히 주목받은 만큼 인기가 사그라지는 것도 한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클라이밍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안전교육이 견고해야 한다. 체험과 유입에 집중해 안전교육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또 루트 스타일도 다양해지길 바란다. 최근 클라이밍 센터 난도가 전반적으로 너무 쉬워졌다.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난이도의 폭이 넓어져 클라이머들이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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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입문자를 위한 클라이밍 팁

➀ 신체 조건과 상관없이 일단 도전해 보라

자신의 몸무게나 키를 이야기하며 클라이밍에 도전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정말 많다. 고민하지 말고 집 근처 클라이밍장에 가서 일일 체험을 해보길 권한다. 막상 해보면 ‘아,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구나’ 느낄 것이다.

➁ 떨어질 때 자신이 추락한다는 걸 인지하라

자신이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걸 알면 무리한 동작은 지양하게 된다. 위험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다른 홀드를 잡거나 내려오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리고 추락할 땐 발, 엉덩이, 등 순서로 뒤로 구르면서 떨어져야 한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8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김덕창 포토그래퍼
장소 협조 락랜드 클라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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