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한화 이글스 김범수

조회수 2024. 1.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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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함 깨!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2015년 한화 이글스는 지옥이 아닌 북일고에서 1차 지명으로 그를 ‘우연히’ 데려왔다. 입단 당시만 해도 140km/h 초반의 구속과 뛰어난 제구력으로 안정적인 자원으로 꼽혔던 김범수. 이후 한계를 모르는 성장으로 프로7년 차까지도 구속이 솟구쳤고, 리그 좌완 평균 구속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렇게 누구도 그의 치솟는 불길을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라운드 가장 높은 곳에 홀로 서서 맞았던 바람은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왼손에는 여전히 뜨거운 지옥산 강속구가, 오른손에는 마운드를 함께 지키는 수호천사가 존재하니! 아직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onsu Kim Location Daejeon Hanwha Life Eagles Park

#중심을 지키며

3년 전 <더그아웃 매거진> 좌완 영건 관련 글에 소개된 이후로 처음이네요. 오늘은 직접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해요! (11월 29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한화 이글스 김범수입니다. 고등학교 때 촬영하고 한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아뵙게 됐는데 최대한 열심히 답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는 완전한 베테랑 선수로 돌아왔습니다! 9년 차였던 올 한해 어땠어요?
개인적으로 후회가 많이 남아요. 작년에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또다시 새 시즌을 맞이하면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시작했거든요. 근데 아직 그 자리에 머무는 것 같아 다른 때보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 시즌이었습니다.

올해 향상된 제구력과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좋은 평가가 많았는데, 스스로는 아쉬움이 남나 봐요?
아무래도 잦은 등판 기회를 받으면서 저만의 루틴도 생기고 밸런스도 잡히니까 몸이 저절로 따라주는 부분이 늘었어요. 근데 경기의 흐름을 읽고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부분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투수 코치님도 항상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동안 선발 투수부터 마무리 투수까지 투수로서 모든 경험을 했는데, 어떤 보직이 가장 편하다고 느꼈어요?
음… 확실히 마무리는 부담감이 조금 있었어요. 처음 마무리를 맡게 됐을 때는 자신 있었거든요? 근데 스프링 캠프 기간에 3주 간 부상을 겪고 마무리라는 자리도 처음 맡으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등판할 때면 마음가짐도 다르게 느껴지나요?
아무래도 9회에 경기를 끝내야 하니깐요. 중간 투수와 마무리 투수는 그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어요. 마무리로 마운드 위에 오를 때면 공기가 차갑달까요? 아무도 없고 혼자 있는 느낌이에요.

그 부담감 때문일까요? 시즌 초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이번 시즌 중 가장 야구가 안 됐던 시기가 4월이에요. 아까 말했듯이 다치면서 캠프를 제대로 치르지도 못했고 몸 상태도 완전히 안 올라온 채로 시즌을 맞았거든요. 그러면서 ‘내가 뭘 잘못했지? 어떤 준비가 부족했지? 아니면 피로가 쌓였나?’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그때 투수 코치님께서 “3주간 쉬었으니, 앞으로3주만 버티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코치님을 믿고 그냥 쭉 밀고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딱 3주가 지난 5월부터 컨디션이 올라오더라고요.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입단 이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러다가 은퇴할 때면 메이저리그에 가는 거 아니냐?’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관리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하하. 비결 없습니다. 저도 잘 몰라서 20대 중반까지는 무작정 야구하고, 운동 안 하고 놀기도 해보고, 막 몰입해서 던져도 봤어요. 입단할 때는 정말 부족했는데 투수 코치님과 얘기도 나누고 루틴을 만들어가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제는 매년 새로운 애들이 들어오고 후배들이 올라오니, 이번 시즌은 또 어떻게 1년을 보낼지 고민하죠.

구속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좌완 파이어볼러예요. 그런데도 구종에 대한 욕심을 꾸준히 드러내는 이유가 있나요?
왼손 파이어볼러의 직구가 리그에서 통하는 시대는 지난 거 같아요. 이미 타자들은 왼손 투수에 적응이 됐기 때문에, 직구 하나로는 승부할 수 없다고 봐요. 두 번째 구종은 완벽해야 하고 세 번째 구종까지 갖추고 있어야, 두 번째 구종이 흔들릴 때 세 번째 구종으로 그 힘든 시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투수라면 변화를 계속해서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2021시즌 8월 21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705일 만에 세이브를 달성하고 포효하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한데요. 그날의 경기 기억나요?
그때가 (라이언) 카펜터 선발 경기죠? 어우~ 그땐 잊을 수가 없어요. (평소에도 쇼맨십이 살짝 있는 편인데 의식해서 나오는 건가요?) 그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때도 안타 하나면 동점인 상황에서 김재환 선수를 삼진 잡았던 거잖아요. 중간 투수의 일원으로서 무조건 막아야만 했고, 최선을 다해서 던졌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나왔어요.

그럼, 삼진 잡을 때 헛스윙 삼진과 루킹 삼진 중에 더 짜릿한 건?
상황마다 다를 거 같긴 한데. 주자가 있을 때는 루킹 삼진이 좋고, 주자가 없거나 평소엔 헛스윙 삼진이 더 좋습니다.

지난해 홀드 27개로 역대 구단 소속 투수 단일시즌 최다 홀드를 기록했어요. 비결이 있다면?
주변에서 도와주신 덕분이죠. 특출나게 야구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예전부터 꾸준히 기회를 주셨고, 올해도 잘할 때든 못할 때든 꾸준히 내보내 주신 덕분에 27홀드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당시 오른쪽 고관절 수술 이후 맞이한 첫 시즌이었어요. 부담감은 없었나요?) 전혀요. 심지어 작년에 공 던지는 동안 수술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어요. 하도 게임에 나가다 보니 트레이너 파트에서 “너 작년에 수술한 거 알고는 있는 거지?”라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고관절 뼈에 선천적으로 질병이 있어서 반대편 다리도 수술했잖아요. 당시 수술 부작용으로 왼쪽 다리에 힘을 못 싣게 됐는데, 또다시 수술하게 되면서 생긴 불안감은 없었나요?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오른쪽이 정말 아팠는데 수술하기 싫어서 계속 미뤘습니다. 옛날에 왼쪽 고관절에 했던 수술이 매우 컸거든요. 괜히 수술해서 왼쪽처럼 못 딛게 될까 봐 그냥 주사 치료만 하면서 버텨볼까도 생각했습니다. 근데 저희 트레이닝 시스템이 정말 잘돼있으니, 코치님들을 믿고 수술해야겠다 싶었죠. (이제는 완전히 회복됐을까요?) 완벽합니다.

예전 감독 얘기도 한번 해볼까 봐요. 19년도에 있었던 한용덕 전 감독과의 선발 관련 일화가 아직도 화제입니다. 당시 무작정 찾아가서 선발 기회를 한 번만 달라고 했다면서요?
마무리 캠프 가기 전에 선발 준비를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캠프 내내 준비했는데, 그때도 부상 때문에 캠프를 제대로 못 치렀어요. 그래서 선발이 아니라 다시 중간으로 가라고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포기가 안 되는 거예요. 그동안 연습한 것도 있고 진짜 딱 한 번만이라도 던지고 싶었죠. 그래서 무작정 감독님께 찾아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만 던지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해서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후 코치한테 혼났다고…
네. (머쓱) 코치님과 상의를 먼저 해야 했는데, 다이렉트로 감독님한테 가버리는 바람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안일한 행동을 한 거죠. 경기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팀원들과 함께 하는 건데, 그땐 어려서 생각이 짧았어요. 다시는 그렇게 안 합니다!

그 덕분에 선발로서 팀에 많은 승리를 안겼잖아요! 예전에는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 앞에서 폭풍 눈물을 흘린 적도 있어요. 그 모습이 담긴 ‘클럽하우스’ 영상 봤어요?
봤, 봤죠. 다 보긴 했죠. 봤는데. (웃음) 근데 진짜 힘들었어요. 아마 감독님 오신 첫해였을 텐데, 그때가 야구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예요. 공 던지는 게 무서울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들었어요.
몸도 계속 아프고 고관절은 또다시 말썽이고… 최선을 다했는데 야구가 늘지 않으니까, 이제 한계인가 싶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도 무섭고, 투수인데 공 던지는 걸 두려워하게 됐어요.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옆에 있던 동료들이 가장 컸죠. 그리고 (정)우람 선배. 저보다 야구를 10년은 더 오래 하셨고 같은 중간 투수였기에, 저와 같은 경험을 이미 해보셨거든요. 힘든 부분을 털어놓으면서 선배님께 의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옆에는 항상 내 편이

최근 정우람 선수의 KBO리그 최초 1,000경기 출장을 기념하는 축하 케이크도 직접 준비했다면서요?
어떻게 아셨어요? (화들짝) 역사에 남을 경기를 하신 만큼 어떤 걸 해드리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제작 케이크가 영구 보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000경기 출장 당시 착용한 옷, 글러브, 스파이크까지 모두 똑같은 색으로 제작했습니다. (정우람 선수가 얘기 안 했으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어요. 챙겨주고 티 내는 성격이 아닌가 봐요?) 전혀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평소에 우리가 알던 괘씸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네요.) 챙겨줄 때는 다 챙겨주죠~

후배 중에서는 문동주와의 관계가 남달라 보여요. 7년 전에 먼저 한화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선배가 바라본 문동주는 어떤 선수예요?
동주가 애교도 많고 선배들한테도 되게 잘해요. 그러면서 혼자 튀지도 않고 팀으로 함께 뭉치려고 하죠. 성격도 좋은데 야구에 임하는 자세나 평소 생각하는 걸 보면, 제가 보기엔 후배로서 제일 남다른 거 같아요. 이제는 야구 하는 환경도 개선됐고 동주가 빠르게 야구를 깨우쳐서 어린 나이에 잘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습니다.

신인 시절 하니 생각났는데 예전 사진 속 글러브에 ‘보고 싶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무슨 의미예요?
어? 그거 엄청 옛날일 텐데. 한 16년도? 처음에 입단하고 선배들이 저를 이름으로 안 불렀어요. 항상 ‘보고 싶다’랑 ‘끝사랑’(가수 김범수의 노래)으로 불렀거든요. 그래서 장난식으로 적어놨습니다. (예전에 노시환이 ‘끝사랑’을 불렀던 게 아직도 화제예요. 나중에 노래 한번 불러주면 안 돼요?) 노래는 절대 안 돼요. 저 완전 음치예요. 사람들 귀 찢어집니다.

최근에는 ‘wild horse’와 직접 그린 ‘수호천사’ 자수가 새겨진 것 같던데, 다른 문구도 있어요?
항상 그 2개가 전부예요. 원래 그 수호천사는 글러브 안쪽에 그렸는데, 재작년에 글러브를 바꿀 때 글러브 업체 대표님이 안에 그려놓은 걸 보시고는 밖에 자수로 넣으면 괜찮을 거 같다고 해서 그때부터 넣었어요.

지켜주는 수호천사라니! 너무 귀여워요. 평소에 징크스나 미신을 믿는 편인가 봐요?
아뇨. 징크스는 아예 안 만들어요. 한번 만들면 계속 해야 할 거 같고, 성적이 안 좋을 때면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 거 같아서요. 수호천사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뒤에 항상 든든한 동료들이 있지만, 마운드에 혼자 서 있으면 외롭거든요. 함께 서 있자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같은 투수 동료 중에서 동갑내기 절친 김민우 선수와 케미가 엄청나요. 둘이 성격이 상극인데 어떻게 친해졌어요?
민우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경기할 때 마주쳐서 알고는 있었어요. 근데 저희 나이 때의 초등‧중학교 시절에는 핸드폰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경기장에서 또 마주쳤는데, 그때는 핸드폰이 있어서 제가 먼저 연락했죠. “너 혹시 그때 그 민우 맞아?”라고 연락하기 시작했다가 마침 같이 한화 이글스로 입단하면서 친해졌습니다. (요즘도 티격태격 지내요?) 지금은 안 그래요. 이제는 연차도 있고 서로 야구 하기 바쁘니까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어요.

지금 아내와의 소개팅을 주선해 준 사람이 김민우잖아요. 아내와의 첫 만남 썰 들려줄 수 있어요?
민우의 친구를 통해서 받은 소개팅이라 특별한 일화가 없어요. 당시 숙소 생활을 하던 때였는데, 민우가 먼저 “소개팅할래?” 물어봐서 만나게 됐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결혼했으니, 곧 1주년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있겠네요. 오래 연애하면서 생긴 설레는 러브 스토리도 없을까요~?
그런 것도 없는데. (멋쩍은 미소) 고마운 건 많죠. 그동안 제가 수술도 많이 하고 병원도 자주 다녔는데, 본인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느라 바쁜 와중에도 항상 제 옆에서 보호자 역할을 해줬어요. 힘들 때마다 의지가 되어준 사람입니다.

힘들 때 가족이 큰 힘이 되곤 하나 봐요. 특히 핸드폰에 ‘동생♥♥’라고 저장할 정도로 끈끈한 우애를 자랑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김윤수 선수와는 관계가 남다르죠?
아무래도 하나뿐인 동생과 같이 야구 하면서, 제가 먼저 걸었던 길을 이제는 함께 가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갑니다. (형제가 야구를 같이 시작한 계기가 궁금한데요?) 동생은 아무래도 제 영향을 받았죠. 항상 학교 끝나면 야구장에 붙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동생이 놀러 올 때면 같이 야구 하곤 했거든요. 전 어릴 때부터 공부를 안 해서요. (웃음) 학교 선생님이 한번 야구를 해 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공부보다 야구가 적성에 잘 맞았나요?) 그래도 학교에서는 제일… (수줍)

근데 김윤수 선수는 왼손잡이지만 우완 파이어볼러, 본인은 오른손잡이지만 좌완 파이어볼러예요. 형을 따라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반대네요?
저랑 동생 모두 원래 왼손잡이였어요.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왼손잡이로 살면 나중에 군대 가서 총도 없고 일상생활도 모두 오른손으로 해야 하니 고치라고 하셨어요. 근데 공은 이미 왼손으로 던지고 있던 터라, 공은 왼손으로 나머지는 오른손으로 해요. 밸런스가 맞아야 하니까. (웃음) 근데 또 윤수는 왼손으로 던지는 게 불편하다고 오른손으로 던져요. 왼손잡이는 안 고쳤고요. (청개구리 형제네요?) 밸런스를 맞춰야 하니까!

혹시 ‘라이온즈 TV’에서 김윤수가 “다음 생에는 내가 형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 영상 알아요?
봤어요. 괜찮을 거 같은데요? 제가 윤수한테 할 만큼 해줬거든요. 저도 동생 돼서 받아야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좋은 형이다?) 그럼요. 당연하죠. (동생도 동의할까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둘 사이의 끝나지 않는 외모 논쟁은 언제 결론 날까요?) 흠, 제 외모가 꿀리는 외모는 아닌데. 그냥 동생이 조금 더 잘생긴 거로 해주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나갈

최근에 등번호를 47번으로 바꿨어요. 아무래도 롤 모델인 이상훈 해설위원의 영향일까요?
선배님 영향이 크죠. 원래 달았던 17번을 선배가 줄 수 있냐고 해서 선뜻 드리고, 이상훈 선배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47번으로 바꿨어요.

어? 근데 이상훈 위원의 현역 시절 세대가 아니잖아요. 언제부터 롤 모델로 삼게 됐어요?
유튜브를 보다가 선배님이 공 던지는 모습을 봤는데 완전히 꽂혀버렸어요. 왼손잡이에 체격도 저랑 비슷한데, 거침없는 스타일에 반해버렸습니다. 당시 영상이 많지 않은데 모든 영상이 정말 너무 멋있는 거예요. 가끔 해설 오시면 마주치는데 여전히 멋있습니다. (프로 데뷔 이후에 이상훈 위원이 조언도 건네줬다고 들었어요.) “밀어붙여. 네 볼 좋으니까 생각 말고 공 잡으면 그냥 던지면 된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제는 본인을 롤 모델로 꼽는 후배들이 많아졌습니다.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나요?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로 생각되기 전에, 저 스스로 느끼기에 선배로서 ‘선배다운’ 모습을 갖춰야 할 거 같아요. 이도 저도 아닌 위치에서 얘기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일단 야구를 잘해서 먼저 앞서 나가야 후배들도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지 않나요?) 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들한테 야구 얘기를 잘 안 해요. 먼저 찾아와서 물어보면 알려주지만, 제가 나서서 조언하기엔 아직은 부족한 거 같아요.

내년이면 어느덧 10년 차 프로 선수가 돼요. 그동안의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그걸 토대로 앞으로의 선수 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내가 잘해야 가을야구를 간다. 지금까지 다사다난한 선수 생활을 했던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제 한 10년 정도 남은 거 같은데요.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10년이라뇨! 더 오래 마운드를 지켜야죠!) 10년 후면 마흔인데. (당황) 물론 더 오래 해야죠! 충분히 할 수 있죠. 몸 관리 잘해서 안 아프다면 오래오래 야구 하고 싶습니다.

먼 미래에 프로 선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우람 선배님 1,000경기 기록을 제가 앞으로 9년 동안 70경기를 꾸준히 나가면 깰 수 있더라고요? (웃음) 이제 2년 동안 70경기를 나갔는데, 앞으로 9년 더 나가서 우람 선배님의 기록을 한번 깨보겠습니다. (정우람 선수도 이 사실을 알까요?) 아직 모르실 텐데 들으면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우람 선배라면 기록을 깨 달라고 하실 거 같아요.

그럼, 그때 팬분들께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전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팬분들께서도 그 자리에 제가 서기를 항상 바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실수도 많이 하고 팬분들께 실망도 끼쳐드렸는데,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서든 ‘김범수가 올라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화 이글스와 김범수를 응원하는 팬분들께 한마디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매년 더 높은 곳에서 뵙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번 시즌 마무리도 잘되지 않아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근데 내년에는 정말 달라질 거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 (채)은성이 형도 1년 동안 함께 했고 이번에 안치홍 선배도 합류하게 됐으니, 그 힘을 얻어서 저희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꼭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3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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