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버티니까 되네… ‘생숙’ 용도변경 완화에 이행강제금 유예까지
- 복도폭, 주차장 기준 완화... 오피스텔 용도변경 쉬워져
- 형평성 우려… 비용, 동의율 등 넘어야 할 문제 산적해
생숙 11만 실, 이행강제금 유예 연장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에 대해 이행강제금 부과를 추가로 유예한다고 발표하며 주거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이란 주거와 숙박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숙박시설로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란 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숙박시설이다 보니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종부세나 전매제한 등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과열기에는 마치 아파트를 대체하는 편법 주거상품으로 팔리기도 했습니다.
투기가 심화되자 2021년, 정부는 ‘생숙 불법전용 방지대책’을 발표해 생숙의 주거 용도를 제한했습니다. 해당 대책에 따르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고,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할 경우,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과한 것입니다. 이에 생숙 수분양자들이 생숙을 오피스텔처럼 준주택으로 인정해달라며 국토부 앞에서 집회를 열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됐죠.
결국, 국토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 10월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경기도 등 관계 행정기관 및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현재 준공된 12만8000실 중 숙박업으로 신고 후 사용하는 곳도 절반 정도인 6만6000실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나머지 6만2000실 중에서도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용도변경한 1만실을 제외하고, 5만2000실이 미신고 물량입니다. 여기에 공사 중인 물량인 6만실까지 더하면 향후 11만2000실이 자칫 주거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국토부는 이번 지원방안에서 기존 생숙 건물의 경우, 복도폭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피난시설 또는 설비 보완 시 안전 성능을 인정하고, 주차 기준 등을 완화해 주는 등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용이하도록 맞춤 방안을 내세웠습니다. 또한, 숙박업 신고 예비 신청을 한 소유자에 한해 조건부로 이행강제금을 2027년까지 유예하며 수분양자의 퇴로를 열어줬다는 평입니다.
비용, 동의 등 넘어야 할 문제 많아… 향후 대책은?
기존에 숙박업 신고 요건은 30실 이상 또는 건축물의 연면적 1/3 이상을 소유하거나, 독립된 층을 소유했을 경우에나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영세 소유자의 경우, 숙박업을 신고하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죠.
이에 국토부는 지자체별로 숙박업 신고 기준 완화를 위한 조례 개정을 유도해 해당 기준을 낮출 예정입니다. 숙박업 신고 기준은 지역 여건에 맞춰 변경할 수 있으므로 지자체별로 조례를 완화할 경우, 30실 이하도 가능하게 된 셈입니다.
여기에 기존에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 시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복도폭, 주차 기준이 있었는데요. 이번 지원방안에 따르면, 이제 복도폭이 1.5m여도 피난시설 또는 설비를 보완하거나, 주차장의 경우 직선거리 300m 이내에 외부 주차장을 추가로 설치 또는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자체에 납부하면 용도변경이 가능하게끔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비록 규제는 완화해줬으나,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영세 소유자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일례로 전남 여수의 생숙 소유자들은 외부 주차 공간을 설치하기 위해 가구당 3000만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부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롯데캐슬 르웨스트 역시 10월 25일 강서구청에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 절차를 마쳤다고 알려졌는데요. 해당 생숙은 주차 공간, 복도폭은 오피스텔 기준을 충족했으나,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이었죠. 단, 해당 시설은 무려 200억원 규모의 기부채납을 통해 지구관리계획을 변경하며 용도변경에 성공했습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렇게 용도변경에 성공한 곳은 소수일 뿐, 실제로 대다수는 비용이나 수분양자 동의율 등 다양한 문제로 오피스텔 전환이 어렵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자칫 ‘버티면 된다’는 식의 선례를 남길 수도 있어서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를 빌미로 생숙 수분양자들이 다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쳤는데요. 향후 정부의 정책 실현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