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發 케이뱅크 균열···관계기업 제외 이어 9월 오버행 촉각
우리은행, 케이뱅크와 전략적 거리두기 본격화
9월 보호예수 해제 앞두고 추가 매각 가능성 부상
시장에서는 "결국 KT 중심 체제 강화 흐름" 해석 확산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우리은행이 케이뱅크를 관계기업에서 제외하며 사실상 전략적 거리두기에 나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KT 중심 체제가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공시한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우리은행의 특수관계자 및 관계기업 목록에서 케이뱅크를 제외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이사회 참여를 통한 유의적 영향력을 근거로 관계기업으로 분류해왔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설립 초기 컨소시엄부터 참여한 핵심 주주다. 한때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BC카드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된 뒤에도 2대 주주로 남아 케이뱅크의 주요 우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케이뱅크 상장을 기점으로 양측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케이뱅크 상장 당일 의무보유 물량을 제외한 보유 지분 753만6442주를 주당 8738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를 통해 약 658억원 규모 현금을 확보했고 지분율은 기존 11%대에서 9.22%로 낮아졌다. 당시 지분 보유 목적 역시 기존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됐다.
여기에 우리은행 추천 사외이사였던 이동건 이사가 지난 3월 말 임기 만료 후 연임되지 않으면서 우리금융 출신 인사는 사실상 케이뱅크 이사회에서 모두 빠지게 됐다. 우리은행 측은 "주주추천 이사 임기 종료 이후 신규 추천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회계상 관계기업 분류 기준이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단순 회계상 변화 이상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경영 참여 목적 철회와 관계기업 제외가 잇따라 이뤄진 만큼, 우리은행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정리하고 투자금 회수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오는 9월 보호예수 해제 이후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보호예수 물량은 약 3739만주 규모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요 주주 매각 가능성까지 남아 있다는 점은 투자심리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점차 KT 중심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최대주주인 BC카드는 KT그룹 계열사다. 우리은행이 경영 참여에서 한발 물러설 경우 KT 측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케이뱅크가 최근 AI·플랫폼·디지털자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KT 그룹 전략과 맞물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색채가 옅어질수록 케이뱅크가 통신·플랫폼 기반의 KT 계열 디지털 금융사 성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가 하락 역시 우리은행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을 지분법상 관계기업 투자주식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 재분류 가능성도 거론된다.
FVOCI로 전환하면 주가 변동에 따른 영향을 당기순이익이 아닌 자본 항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실적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최근 케이뱅크 주가가 장부가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기대했던 평가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 주당 장부가는 약 6172원 수준이다. 주가가 7000원대일 경우 수백억원 규모 평가이익 반영이 가능하지만 최근처럼 5000원 안팎에서는 실익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실이 크다. 반대로 지금 FVOCI로 전환할 경우 향후 주가 반등 시 차익을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이 당장 추가 매각에 나서기보다는 주가 흐름과 시장 상황, 회계상 유불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미 경영 참여에서 사실상 발을 뺀 만큼,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투자자보다 재무적 투자자 성격이 더욱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회계 분류 변경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9월 보호예수 해제 이후 실제 추가 매각 여부와 KT 중심 체제 강화 가능성이 향후 케이뱅크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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