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에 대한 헌사" 내연기관 황혼기에 빛나는 V12, 페라리 '12실린드리'

[M 투데이 최태인 기자] 터보차저와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의 영역을 잠식해가는 오늘날, 수많은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자연흡기의 고집을 꺾고 터보와 하이브리드로 방향을 틀고 있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황혼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페라리는 마치 어떠한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 전통적인 프론트 엔진 플래그십의 계보를 잇는 '12실린드리(12Cilindri)'를 선보였다.

12실린드리의 뜻은 이태리어로 '12 실린더'다. 페라리는 수십 년 동안 브랜드 고유의 DNA와 핵심가치를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파워트레인에 대한 철학을 발전시켜 왔고, 12실린드리는 페라리의 타협 없는 파워트레인 철학을 고스란히 녹여낸 결과물이다.

페라리의 오랜 전통에 대한 헌사가 오롯이 담긴 '12실린드리'의 개발 배경에 대해 이탈리아 마라넬로 페라리 본사에서 관계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Q. 페라리는 과거 V12 엔진은 프론트 미드부터 미드리어 등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번 12실린드리가 프론트 미드 V12의 마지막 모델인지? 향후 또 다른 V12 모델이 나올 계획인지?

미래의 V12 모델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얘기할 수 없다. 따라서 향후 V12에 대해 미드십인지 프론트 미드인지도 답하기 어렵다.

우리는 12실린드리에 페라리 고유의 DNA 담고 싶었고 이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에 프론트 미드 V12의 계보를 이었다. 관성을 줄이고 무게중심에 최대한 가깝게 하기 위해 프론트 미드에 배치했다. 차량을 보다 민첩하게 만들고 반응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Q. 12실린드리가 1967년 데이토나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365 GTB4인지, 아니면 375 GTB인지 궁금하다.

365 GTB4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본적으로 순수한 효과와 기능들의 완벽한 통합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눈과 입을 가진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얼굴이 아니라, 일종의 공상과학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Q. 플랫폼이 궁금하다. 12실린드리는 완전히 새로운 섀시인지 즉,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된 것인지?

새로운 플랫폼이다. 섀시와 엔진은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다. 기술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12실린드리의 플랫폼은 새로운 플랫폼이다. 다만, 제품 측면에서는 812 슈퍼패스트를 대체하는 후속 모델이다.

Q. 차체에 탄소섬유가 적용됐는지, 아니면 다른 소재가 적용됐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12실린드리 외장과 실내에는 많은 탄소섬유가 적용됐다. 루프에도 옵션으로 탄소섬유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무게를 줄이고, 디자인을 위해 탄소섬유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중량을 몇 kg이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Q. 812 슈퍼패스트 후속 모델인 12실린드리를 개발하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프로세싱에 대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지?

매일 매일이 어려운 과제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특정한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 자동차를 구상했기 때문이다. 신차 개발을 시작할 때마다 디자인과 성능을 결합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그리고 기능은 항상 페라리가 먼저다. 우리는 성능이 뛰어나야 하지만 또한 훌륭해야 하며,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것이 항상 쉽지는 않다.

자유로운 선을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은 기능을 따라야 할 필요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12실린드리의 경우 우아해야 할 로마와 같은 그란 투리스모 스타일의 차는 아니고, 약간의 타협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매일매일 의논을 했고, 이것이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구상한 것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더 나은, 더 도전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회의를 하고 끝까지 함께 나아간다.

Q. 차의 성격과 포지셔닝이 궁금하다. 전작과는 라인업이 달라졌는데, 이미 푸로산게(Purosangue)와 SF90 스트라달레(SF90 Stradale)가 있기 때문이다. 12실린드리가 더 편안함을 지향하는 것인지, 다른 차량과 또 다른 의미의 플래그십인 것인지 궁금하다.

성격이 바뀌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812 슈퍼패스트에서 이미 변화가 일어났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과거 V12 베를리네타는 페라리 제품군에서 최고 성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우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더한 SF90 스트라달레를 출시했고, 해당 모델은 라페라리보다 빠르며 한정판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페라리 제품군의 최상위 슈퍼카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812 슈퍼패스트와 12실린드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제품군의 적절한 위치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12실린드리는 극단적인 성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라인을 가졌다. 즉, 12실린드리는 성능면에서 최상위가 아니라, 성능과 편안함을 결합한 제품군에서 최고의 모델이다.

Q. 12실린드리는 완전한 탄소섬유 모노코크가 아닌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이유는?

섀시의 경우, 우리는 매우 특별한 시리즈에 탄소섬유 모노코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 비용과 무게 등 균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알루미늄이 더 나은 선택이다. 알루미늄도 여러 종류, 다양한 형태로 주조해 사용하는데, 이는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구성 요소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후면의 분할된 리어 윙은 디자인적인 부분인지, 성능적인 부분인지? 또 하나의 윙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디자인은 기능을 따르므로, 우리는 당연히 차량의 정확한 성능과 움직임을 만들어내야한다. 두 개로 나뉜 액티브 플랩은 완벽한 성능을 내면서도 스타일링을 위해 타협하지 않았다. 리어 스포일러의 무게를 조금 늘리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가동 범위를 완성시키기 위해 능동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시속 60에서 300km까지는 후방에 다운포스가 필요한데, 액티브 에어 플랩은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원활한 공기 흐름을 만들어낸다.

Q. V12 엔진을 새로운 규정에 맞게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마지막 새로운 V12 엔진이 개발될 수도 있는지?

오는 2026년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큰 작업이었고, 이미 유로 6e를 준수하기 때문에 당분간 전 세계에 판매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전망을 보고 있다.

F8 트리뷰토가 8기통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모델이었던 것처럼, 우리는 12실린드리를 통해 V12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이 새로운 V12 엔진을 개발하면서 성능을 유지하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놀라운 작업들이 수행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V12 엔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제조업체들이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페라리는 세계 최고의 고객 요청과 전 세계적인 규제에 대응하기를 원한다. 모든 기술과 내연기관 엔진, 터보 기술, 하이브리드 및 순수 전기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