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추천 여행지

꽃 한 송이 피지 않았는데도 벌써 마음이 먼저 설렌다. 매년 6월 말쯤이면 어김없이 연못 위를 채우는 연꽃과 정자 기둥을 타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능소화가 그곳을 물들인다.
지금은 아직 조용하다. 꽃도 색도 숨을 고르고 있고, 연못 위 풍경 역시 담담한 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곧 피어날 여름의 장면을 예고하듯 어딘가 설레는 기운을 품고 있다.
그 정적 속에는 오히려 더 큰 기대가 숨어 있다. 누구보다 먼저 아직 아무도 닿지 않은 풍경을 기다릴 수 있다는 묘한 기쁨이 있다.
활짝 피어날 그 순간을 상상하며 한 발 먼저 다가가는 일에는 분명 특별한 여운이 따른다.

다가오는 6월, 꽃이 피기 시작하면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까운 풍경이 펼쳐지는 경상북도 문경시의 ‘주암정’으로 떠나보자.
주암정
“사진 찍다 시간 다 가는 곳”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서중리 368에 위치한 ‘주암정’은 조선시대 유학자 주암 채익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정자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단지 역사적 의미만 보고 오는 것은 아니다. 정자가 놓인 자리는 배 모양 바위 위라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정자 자체가 풍경이 되고, 그 아래 잔잔한 물결이 거울처럼 정자를 비춘다.
6월이 되면 이 정자 주변엔 여름의 대표적 꽃들이 어김없이 피어난다. 연못을 따라 피는 연꽃은 수면 가까이에서 고요한 미소를 머금고, 정자 기둥을 타고 피는 능소화는 붉고 화려한 선으로 그 공간을 채운다.
연꽃의 단아함과 능소화의 풍성한 곡선이 맞물리는 그 풍경은 단순히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한 여름의 정취다.

주암정은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이 편하고, 입장료도 없다.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게다가 점촌함창 IC에서도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며, 근처에는 문경철로자전거 진남역과 고모산성도 있어 함께 여행코스로 묶기에도 좋다.
이곳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너무 조용해서 더 강렬한 풍경’에 있다.
붐비는 유명 관광지와는 다른 결, 혼자 앉아도 허전하지 않은 풍경, 기다림조차 낭만으로 바꾸는 계절의 속도. 꽃이 만개하기 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월이 오면, 주암정은 다시 꽃을 피운다. 그 조용한 물가의 정자가 다시 계절의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무대의 관객이 되어 잠시 머물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