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추방, 테트리스 장벽 쌓기...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게임’ 논란

미국 백악관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거나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아케이드 게임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에 불법 이민자 추방과 건강 캠페인, 신생아의 미래 자산 형성을 위한 ‘트럼프 저축 계좌’ 등을 홍보하는 저해상도 게임 모음집 ‘아케이드(Arcade)’를 공개했다. 현재까지 올라온 게임은 총 5종이며, 백악관은 여섯 번째 게임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공개된 게임 내용을 살펴보면, 모바일 게임 스네이크와 비슷한 ‘리오 런(Rio Run)’은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 캐릭터가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하나씩 붙잡아 연행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사람을 많이 붙잡을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 방식인데, 추방 대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주로 갈색·검은색·노란색 피부로 그려졌다. 블록을 회전하고 옮겨서 가로줄을 빈틈없이 채우는 퍼즐 게임인 테트리스를 본뜬 ‘장벽을 쌓아라(Build the Wall)’는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장벽을 쌓는 내용이다.
보건 정책을 다룬 게임 ‘서플라이 라인(Supply Line)’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음식 가운데 마하(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정책에 맞지 않는 품목을 골라내야 한다. ‘트럼프 세이빙스 타이쿤(Trump Savings Tycoon)’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신생아들의 미래 자산 형성을 돕는 트럼프 저축 계좌를 홍보하는 게임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 자녀의 계좌에 1000달러를 한 차례 넣어주고, 인덱스 펀드(지수 연동형 펀드)에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를 내놓았다.

백악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도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의 로딩 화면을 패러디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아케이드 출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 게시물에서는 “승리는 계속된다, 장벽을 쌓아라. 추방하라. 트럼프 계좌를 채워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 콘솔 게임사 세가(SEGA)의 로고가 트럼프 행정부의 슬로건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변형돼 등장한다.
인권 단체와 게임 디자이너들은 백악관의 이 같은 게임 공개를 비판하고 나섰다. 텍사스주 인권 단체 프론테라 연맹의 공동대표인 아메리카 가르시아 그레이월은 “그들은 수년 동안 사람들의 인생을 놓고 장난쳤는데, 이제는 그들이 하는 짓을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게임 디자이너들도 백악관이 공개한 게임이 타인에 대한 인간다움과 배려를 잃어버린 사례라고 비판했다.
특히 게임 ‘장벽을 쌓아라’는 테트리스의 IP(지식재산권)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원작 제작사의 반발을 샀다. 테트리스 컴퍼니는 게임이 공개된 다음 날 성명을 내고 “해당 게임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테트리스 브랜드나 지식재산권 사용을 승인하거나 라이선스를 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테트리스가 블록을 쌓아 벽을 없애는 게임이라는 점을 들어, 해당 게임이 원작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트리스는 40년 넘게 놀이와 즐거움을 통해 세대와 문화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해 왔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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