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10월의 충격'...부통령 토론후 미국 대선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JD 밴스 vs. 팀 월즈 TV토론 분석
각 대통령 후보 발언 옹호에 급급
국제 외교 주제는 관심 뒷전에
경제, 이민, 낙태권 등에 공방 오가
'10월에 무슨 일 일어날지 몰라' 긴장

부통령 후보들이 만났다. 미국 대선이 30여일 남은 가운데, 아마도 대선 전 마지막 토론이 될 부통령 후보 토론이 지난 1일(미 현지시간) 열렸다. 오하이오(밴스)와 네브래스카(월즈)라는 중서부의 가난한 배경 출신에서 전혀 다른 정치이념을 향해 나아간 두 사람 중에 과연 누가 미국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정중한 토론 그러나 팩트에 대한 논란

토론이 끝난 후 가장 두드러진 반응은 매우 예의 바르고 정중한(civil)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중서부 지역 사람들은 예의 바르다(polite)라는 스테레오 타입이 있다. 마침 두 사람이 그 지역 출신이다보니, ‘중서부 특유의 나이스함(midwestern nice)’이 이번 토론의 지배적 인상이 되었다. 해리스-트럼프 토론과 달리 인신공격이나 극단적인 발언이 적었고, 주택 문제, 학교 안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서로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다. 민주당 후보인 월즈의 아들이 총격 사건을 목격해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공화당 후보인 밴스는 위로와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비판은 주로 상대가 아닌, 상대의 러닝 메이트에 집중한(즉, 밴스는 해리스 비판, 월즈는 트럼프 비판)탓에 두 사람 간에 감정적인 대립은 적었다. 상대적으로 정책 토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래선지 토론이 좀 지루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현재 양측의 골수 지지자들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기에, 중도층에 어필해야 하는 상황도 이번 토론 분위기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1일(현지시간) 개최된 2024 미 대선 부통령 TV토론. 사진=연합뉴스

잘 알려진 대로, 트럼프는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토론하면서 “그녀는 지저분한 여자다(nasty women)”, “당신은 감옥에 갈 것” 같은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최근에도 유세중에 “바이든은 정신장애가 있고(mentally impaired)”, 아예 “해리스는 정신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과거 프로레슬링이나 리얼리티 쇼 등에 출연하면서 익힌 대중심리와 쇼비즈니스 경험을 정치로 끌고 왔고, 엔터테인먼트와 정치의 경계를 허물었다. 과거 주류 정치 무대에서 존재하던 규범이, 트럼프의 부상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막말이 지지층에게는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었겠지만, 동시에 비호감과 피로감을 누적시킨 면도 있다. 부통령 후보 토론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트럼프 현상 전후로 미국 정치의 분위기가 너무나 달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 토론은 지루하더라도, 이렇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정책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밴스는 보수 팟캐스트에서 논란의 발언들('아기 없이 고양이만 키우는 여성들', 혹은 폐경기 여성의 존재 이유는 '손주들을 돌보는 것' 등등)을 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번 대선후보 토론에서는, 트럼프 자신의 실책이 해리스에게 승리를 안겨준 면이 있었다. 해리스가 트럼프 유세장 분위기와 청중 사이즈 등을 지적하자 트럼프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아이티 난민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 먹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이야기 했던 것이 역풍을 가져온 것이다.

밴스는 이를 의식한 듯, 적어도 표현과 태도에서는 훨씬 정제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극단적인 트럼프 발언들을 최대한 완화시켜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실을 왜곡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예를 들어 '2020년 선거에 트럼프가 패배하지 않았고, 평화적인 정권이양을 추진했다'거나,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초당적 합의로 지켜냈다'던가, '자신은 전국적 낙태 금지를 지지한 적이 없다'는 주장 등 명백한 거짓말들을 눈도 깜박하지 않고 내놓았다. 상대편에서 보면, 밴스는 유려한 표현과 부드러운 태도로 트럼프의 주장들을 포장했지만 결국은 트럼프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것을 교묘하게 감싸주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특히 ABC방송이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에서는 사회자가 실시간 팩트체크를 하며 트럼프의 발언을 여러 번 지적했는데, 이번 CBS의 사회자들은 팩트체크를 하지 않았고, 밴스의 사실 왜곡들이 제지를 받지 않았다. 여기에는 지난 ABC 토론의 팩트 체크로 트럼프에게 불리했다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항의가 작용했을 수 있다. 월즈도 과거 천안문 사태때 중국에 있었다는 인터뷰가 날짜가 맞지 않아 문제가 되었고 과거 발언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10월의 충격' 앞두고 열린 부통령 토론

전반적인 평가는 두 사람이 비슷했거나 밴스가 약간 우세했다는 쪽이다. CNN 조사로는 '밴스가 잘했다'는 쪽이 51%, 월즈가 49%였고, CBS조사에서는 밴스 42%, 월즈 41%, 그리고 비겼다는 쪽이 17%였다. 논란의 발언 때문인지 이전까지 밴스의 호감도가 월즈보다 낮았는데, 이번 토론 이후 CBS조사 밴스는 40%에서 49%로, 월즈는 52%에서 60%로 올라갔고, CNN 조사에서도 밴스 30%에서 41%, 월즈 46%에서 59%로 양쪽 다 호감도가 올라갔다. Politico/Focaldata 조사에 따르면, 투표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 들의 지지는 50대 50이 나왔는데, 무당층에서는 57대 42으로 월즈 지지가 더 높았다.

토론에서는 예일대 변호사 출신인지라 밴스가 더 능숙한 모습을 보였고, 지지층은 밴스의 선전에 매우 만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밴스의 발언에 사실 왜곡이 더 많았고 이는 토론 이후 언론의 팩트체크들을 통해 지적받고 있다. 심지어 토론 이후,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냐는 한 기자의 끈질긴 질문에 밴스는 ‘예스’라고 대답해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조사로는 전국 지지율은 해리스가 3%정도 앞서지만 일부 경합주에선 트럼프가 우세해진다는 결과도 있고, 명백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의 중동사태와 허리케인 피해, 항만노조 파업(3일만에 임금인상 합의로 파업 종료됨) 등은 해리스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와 전부통령 펜스간의 대화록 등 트럼프의 대선 뒤집기 관련 증거들이 공개되고, 특검팀이 이를 면책대상이 될 수 없는 사적 행위로 규정했다. 재임시 활동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한 대법원과 상반되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부분도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미국 정치에는 ‘10월의 충격(October Surprise)’라는 개념이 있다. 선거가 11월의 첫 번째 화요일로 규정되어 있기에, 우연이든 의도한 것이든 선거 직전인 10월에 큰 사건이 벌어져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전이 지속되던 1972년 대선 직전에는 닉슨 측의 키신저가 베트남전 종전 가능성을 언급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도 했고, 1980년에는 이란 인질 사건이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는데, 상대 후보였던 레이건이 카터 측에 유리한 '빠른 석방'을 하지 않도록 이란과 비밀 합의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선거는 워낙 박빙이고, 트럼프 암살 시도,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 등 초유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기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고, 끝까지 승부 예측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까지가 전반적인 평가이고, 아래는 조금 자세한 정책 토론 내용이다.

TV토론이 끝나고 악수를 나누는 양당의 부통령 후보들. 왼쪽이 J.D.밴스, 오른쪽이 팀 월스. 사진= 연합뉴스

주요 토론 내용

공화당의 밴스 부통령 후보는 전반적으로 이민자 문제, 에너지 문제, 경제 문제를 강조했다.

해리스가 여러가지 공약들을 내세우지만 부통령으로 지난 4년간 왜 실천하지 않았는지를 공격하며,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에 대해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월즈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가 남긴 경제적 문제들을 떠안았다고 대응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원래 부통령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해리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건 옳지 않다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밴스는 적극적인 석유 시추 등 미국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월즈는 바이든 정부가 수십만개의 청정 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중국 등 무역 상대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고, 세금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월즈는 그것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이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밴스의 대응이 흥미로운데, 그는 박사학위가 없어도 상식과 지혜를 가지고 보면 트럼프의 정책이 맞고, 특히 경제전문가들은 과거 미국의 일자리를 외국으로 옮겨가는 아웃 소싱 정책을 제안했었는데 그것이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며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꼭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월즈는 트럼프가 지난 15년간 연방세금을 거의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는 중산층이 보기에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밴스는 이민 정책에서 해리스가 국경을 개방해 불법이민자들이 마음대로 들어오도록 방치하고 있다며(소위 국경 개방정책, Open border policy)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국내 주택 부족 문제와 마약문제에도 불법이민자들이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월즈는 불법이민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화당과 협의하고, 국경 실무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만든 초당적 이민법안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트럼프가 좌초시킨 것을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민문제를 해결하려는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었다.

밴스는 아이티출신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실의 진위 여부보다 이민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핵심이 중요하다고 옹호 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에서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사실인양 퍼뜨려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고, 스프링필드 시청에 테러위협이 쇄도하게 하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시도라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임기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추방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그리고 불법이민자를 추방한다면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과 가족들을 분리시킬 것인가라는 질문도 밴스에게 제기되었다. 1백만명에 해당하는 불법이민자를 한번에 체포하고 추방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트럼프는 밝힌 바가 없는데, 밴스도 구체적인 안을 언급하기보다 불법이민문제의 심각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반면 월즈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는 성경의 마태복음 25장 40절을 인용하며 이민자들에 대한 동정심이 필요함을 언급했다(월즈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났고 현재 진보적인 루터교단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해리스나 민주당이 국경 개방 정책을 지지, 실행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반면 바이든 정부 시기 불법이민자 유입이 줄었다는 통계가 있을 뿐이다. 또한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난민들은 불법이민자들이 아니라,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에 들어왔기에 합법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의료보험 문제에 있어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컨셉’은 있으나 ‘구체적인 플랜’은 없다고 해서 빈축을 산 바가 있는데, 밴스는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붕괴시킬 수 있었으나 초당적인 협력으로 유지시켰다고 옹호했다. 이는 명백히 사실과 정반대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고, 가입 기간을 줄이고, 홍보 예산과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폐지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었다. 공화당 상원의원 존 매케인 등은 대안도 없이 3천만명이 가입한 오바마케어를 성급히 폐기하려는 트럼프와 공화당에 반대해, 당시 뇌암 투병중임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고 공화당이 제기한 오바마케어 위헌소송에서 대법원이 합헌 결정을 냈었다. 이런데도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유지했다는 주장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

밴스의 트럼프 옹호의 정점은 2020년 선거 결과 승복 여부였다. 트럼프는 줄곧 자신이 2020년 대선에 지지 않았고,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부통령이던 마이크 펜스에게 대선 불복을 지시했고, 1월 6일의 의회 폭동 난입을 부추긴 바가 있다. 그러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선거부정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20년 선거에서는 양측이 총력전을 벌였는데, 트럼프는 2016년 보다 더 많은 7천4백만 표를 획득한 것만 강조하며 자신이 선거에 이겼다고 했으나, 바이든은 이보다 더 많은 8천백만 표를 얻었고 선거인단에서도 승리했다.

놀랍게도 밴스 역시 트럼프의 2020년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해리스 측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논점을 돌리며 답변을 회피했다. 선거결과를 부정했고, 의사당 난입 같은 폭력사태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가 오히려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했다고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측은 2020년 선거 관련 60여건의 소송을 제기 했었고, 이번 선거에서도 소송을 제기 중인데, 선거에 패배할 것을 대비해 선거 불복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선거의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는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이것이 무너질 경우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월즈는 밴스와의 토론에 자신감을 피력한 것에 비해서는(“I can’t wait to debate him”) 약간 긴장한 모습으로 출발했다. 그래서인지 첫 질문을 답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을 혼동하는 실수가 있었다(“the expansion of Iran and its proxies” 라고 해야 할 것을 “the expansion of Israel and its proxies”라고 말해 버림). 이어서 월즈는 트럼프가 이란 딜을 파기해버려 이란 핵프로그램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졌고, 트럼프처럼 변덕스런 인물에게 외교를 맡길 수 없다며 비판했다.

밴스는 바이든 정부 하에서 이스라엘이 공격받고 위험해졌다고 책임을 돌렸고, 트럼프 시기에 미국이 주요 전쟁에 연루되지 않았으며 트럼프가 효과적인 억지력으로 평화를 가져온 책임있는 통수권자라고 강변했다. 참고로 트럼프는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최근 ‘이란’을 ‘북한’이라고 잘못 말해 바이든과 유사한 말실수 고령논란이 제기되었다.

월즈는 과거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에 자신이 홍콩에 있었고 사태를 지켜봤다고 인터뷰 한 적이 있었는데, 사회자가 기록에 따르면 월즈가 홍콩에 있었던 건 8월이라며 확인을 요구하자(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발생), 답변을 피하다가 사회자의 거듭된 요구에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고(misspoke) 시인하기도 했다. 아마도 자신의 경험을 과장했거나 날짜를 착각했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외교문제에 대한 토론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고, 중국에 대해서도 관세정책 문제만이 간단히 언급되었다.

결국 이번 선거에는 경제, 이민, 낙태 문제 등 미국의 국내 이슈들이 결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24 미 대통령 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왼쪽)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월즈는 다소 유리한 낙태 문제가 나오자 강하게 주장을 이어갔다. 특히 낙태가 금지된 텍사스에서 산모 사망률이 다른 주들보다 올라간 점과 함께 심각한 건강문제로 낙태가 불가피했으나 낙태 금지 주에서 낙태 가능 주로 이동하는 중 시기를 놓쳐 생명을 잃었던 경우 등 구체적인 예를 들며 여성의 권리, 생식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식권 문제는 트럼프와 밴스가 전국적인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가 있었고,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최근 논란이 일어난 것인데 낙태 불법화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이 워낙 부정적이었다. 여론을 의식한 듯, 밴스는 자신은 전국적 낙태 금지를 지지한 적이 없고, 낙태문제는 각 주가 결정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밴스는 2022년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전국적 낙태금지를 주장했고 자신의 웹사이트에도 명시했던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월즈는 "여성의 생식권은 기본 인권"이라며, 그것이 어떤 주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밴스는 미네소타의 낙태법과 관련해, 만약 9개월 된 태아가 낙태시술에서 생존해도 의사에게 살려야 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토론에서 낙태 관련 9개월된 아기를 의사가 처형(execute)하는 경우가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사회자가 태어난 아기를 살해하는 게 합법인 주는 없다고 팩트체크를 했는데, 밴스는 이를 다소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미네소타주는 낙태권이 가장 강하게 보장된 주로, 낙태 기간 관련 제한이 없기에 실제로 임신 후기 낙태 (late-term abortion)가 가능하긴 하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일종의 논란이 될 수 있고, 낙태 반대론자들에겐 민감한 이슈일 수 있다. 월즈는 트럼프나 밴스가 법 조항을 왜곡해서 묘사한다고 반박했고, 여성의 몸과 관련된 선택권은 국가가 아닌 여성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월즈는 트럼프와의 연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프로젝트 2025'에서 국가가 임신 여부를 등록하고 통제하려 시도한다고 주장했는데, 팩트 체크 결과 이는 과장된 주장으로 익명의 데이터 수집계획은 있지만 '국가 임신 등록제'는 없다고 확인되었다.

월즈는 출산이나 질병 관련 전국적인 유급 휴가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밴스는 일괄적인 적용이 아닌 선택의 중요성과 국가가 아닌 민간에 의한 해법, 그리고 육아 도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월즈는 여성의 선택권이나 복지를 보다 확대하고 보편화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총기 소유 문제에 대해서 두 사람은 학교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는데, 밴스는 정신건강 문제, 그리고 학교 보안 강화 등을 이야기한 반면, 월즈는 자신도 사냥을 하고 총기를 소유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총기 자체가 문제라며 총기소유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유지하면서도 상식에 입각한 총기 규제(강화된 신분 검사 같은)로 학교의 안전도 보장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선거가 단 30여일 남은 상태이지만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고, 이번 토론도 판세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 것 같다.


※ 이인엽은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미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조지아 대학에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시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제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테네시텍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북핵문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미국 외교정책이고, 저서로는 "Politics in North and South Korea",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등이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며 미국과 한국의 정치, 미국 외교 정책과 한반도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