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에도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공모 회사채 인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년 새 10% 넘는 역성장에 빠진 데다, 공모채 시장이 여전히 확대되는 와중 오히려 파이가 작아졌다는 점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뒤를 바짝 쫓는 신한투자증권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진 현실에 올해는 긴장감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약일 기준 지난해 공모로 발행된 회사채 가운데 한투증권이 인수한 금액은 7조7502억원으로 국내 증권사들 중 3위를 차지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11.3% 줄어든 액수다.
이는 청약일이 지난해 중이었던 일반 회사채를 비롯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까지 집계한 실적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이나 담보부 발행, 그리고 이외에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이로써 한투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 톱3 증권사 자리를 유지했다. 한투증권은 2024년에도 KB증권(11조5480억원)과 NH투자증권(11조1815억원) 다음으로 많은 8조7408어치의 공모채 인수 성적을 거뒀다.
그래도 두 자릿수 대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찍은 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지난해 해당 실적이 조 단위를 넘겼던 16개 증권사들 중에서, 10% 이상의 감소율을 보인 곳은 한투증권뿐이었다. 이들 가운데 역성장을 기록한 증권사 자체도 한투증권을 포함해 네 곳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추격자의 도전이 한층 매섭게 여겨지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공모채 인수 실적 4위로 집계된 신한투자증권의 성적은 7조3615억원으로, 한투증권과의 차이는 4000억원 미만으로 좁혀졌다. 2024년까지만 해도 신한투자증권이 7조2163억원에 그치며, 한투증권에 1조5000억원 이상 뒤처졌던 것과 비교하면 갭이 대폭 축소됐다.
더불어 공모채 시장이 다소나마 성장 곡선을 그렸다는 점에서 한투증권의 부진은 대비를 이룬다. 실제로 지난해 조사 대상 공모채의 총 발행량은 73조6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업계에서는 DCM 영역에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양강 체제가 한층 고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그 뒤로는 저마다 접전을 벌이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만년 3위처럼 여겨지던 한투증권의 순위까지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쏠림이 심화하고 있는 DCM에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1~2위 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당분간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그 뒤로는 순위 바뀜이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공모채 등 회사채 주관과 인수 비즈니스는 덩치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는 않아 DCM 부문 전략에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대기업 고객들과의 접점이란 측면에서 여전히 수수료 이상의 가치가 내재해 있는 만큼, 경쟁이 잦아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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