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소식좌', 적게 먹으면 정말 오래 살까?
최근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푸짐한 음식을 많이 먹는 '대식'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매우 적은 양을 천천히 먹는 '소식'이 대세다. 음식을 적게 먹는 '소식'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좌'가 합쳐서 '소식좌'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소식', 건강에는 괜찮을까?
소식(小食)하면 덜 뚱뚱하고 덜 늙는다
예부터 건강하려면 '소식다작(小食多嚼)' 즉, 적게 먹고 많이 씹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음식 섭취 방식은 어떤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섭취하느냐가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의미한다.
소식(小食)은 필요 칼로리의 70~80% 정도의 적은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소식을 하면, 사용하지 않는 잉여 에너지가 몸 안에 쌓이는 것을 막게 되면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엄연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질병'으로 분류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비만과 관련된 암 13가지를 발표했다. 식도암, 위암, 대장-직장암, 간암, 담낭암, 췌장암, 유방암(폐경후), 자궁내막암, 난소암, 신장암, 수막종, 갑상선암, 다발성 골수종 등이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천식 등의 원인도 될 수 있다. 코로나19처럼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때도 고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
소식은 비만뿐 아니라 암도 예방한다. 일본 도카이 대학(Tokai University) 연구팀은 평소 식사량을 100% 섭취한 쥐와 80%만 먹은 쥐의 수명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평소 식사량대로 먹은 쥐의 평균 수명은 74주였지만, 80%로 소식한 쥐의 평균 수명은 1백22주였다. 또 80%만 섭취한 쥐 36마리 중 7마리가 암에 걸렸지만, 50%만 섭취한 28마리 중에 암에 걸린 쥐는 한 마리도 생기지 않았다. 이처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식사량의 50~60%를 꾸준히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암 예방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식은 암뿐만 아니라 일반 질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의과대학 월터 윌렛(Walter Willett) 박사가 2002년 발표한 연구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소식이 2형 당뇨를 90%, 관상동맥질환을 80%, 심장마비를 70%, 대장암을 70%를 예방한다는 내용이다.
소식이 염증을 줄여 노화를 막는 건강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페닝턴 생의학연구소 (Pennington Biolmedical Research Center) 연구팀에 따르면, 소식을 한 사람은 같은 몸무게의 소식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80~120kcal를 대사에 덜 사용한다고 나타났다. 대사로 발생하는 과도한 체내 활성산소는 노화를 일으키는데, 연구팀은 열량 섭취를 줄이면 대사와 노화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소식하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라는 속설이 과학적 근거가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노화 방지에 운동보다 소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the University of Groningen in Holland) 신경과학과 교수팀은 저지방식과 소식을 병행했을 때 염증이 가장 많이 줄어들고, 뇌의 노화가 늦춰진다고 밝혔다. 이때 핵심은 소식으로, 저지방식만 했을 때는 노화 방지 효과가 저조했다. 즉 운동보다 소식이 노화 방지 효과가 더 큰 셈이다.
청소년 · 노인 · 당뇨병 환자는 소식(小食)하지 마세요
소식이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좋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식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무조건 음식량을 줄이면 추후에 절식으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 면역 체계가 무너져 감염 대항력이나 상처 회복력에 손상이 일어나며, 피부가 얇고 건조해지며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빈혈, 호흡 부전, 월경 중단, 손발 저림, 근육 축소에 따른 운동 능력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이어트나 소식좌 유행에 따른 극단적 소식은 도리어 건강을 해친다. 전문가들은 소식은 기초대사량과 활동량이 함께 떨어져 잉여 에너지가 많이 쌓이는 40~50대에 시작하여 70세 이전에 끝내는 게 좋다고 말한다.
반면 소식을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성장기 청소년과 70대 이상 노인은 소식을 피하는 게 좋다. 청소년기는 뼈와 장기가 자라는 시기이므로 풍부한 영양 섭취를 통해 성장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필수 영양소를 고려하지 않고 소식을 하면 키가 크지 않는 등의 성장 발달 지연이 오거나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에너지가 부족해 몸속 면역체계가 약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대사 능력이 약해져 각종 감염병에 걸리기 쉬운 70대 이상 노인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 대사기능이 떨어져 음식물을 많이 섭취해도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든다. 중년층과 같은 양을 먹어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양이 적은 것이다. 따라서 노인은 소식보다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더 중요하다.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소식을 피해야 한다. 무작정 먹는 양을 줄인다면 칼슘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다. 칼슘과 단백질 섭취 부족으로 근감소증을 초래하거나 골다공증이 악화될 수 있다.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당뇨 환자도 당 수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과도하게 소식하면, 저혈당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은 몸 안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혈액 속에 포도당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질환이다.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보충해 혈당을 낮추는 식으로 치료하는데,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소식을 할 경우 저혈당이 올 수 있다.
20분 이상 천천히 씹고, 골고루 영양소 섭취해야…
일상에서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장수법이 소식이지만, 올바른 소식법이 필요하다. 소식의 전제 조건은 영양 균형이다. 반찬보다는 밥의 양을 줄여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채소나 고기 반찬 등을 평소 먹는 양만큼 섭취하여 비타민과 칼슘 같은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분 이상 꼭꼭 씹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 후 뇌의 포만감 중추가 자극돼 배부름을 느낄 때까지 약 20분이 소요된다. 너무 빠른 속도로 먹으면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아 소식에 실패하기 쉽다.
한편, 소식을 시작할 때는 4~6주에 걸쳐 천천히 양을 줄여야 한다. 갑자기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가 적어지면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 음식을 만들 때 한꺼번에 만들기보다는 한번 먹을 때 필요한 양만 준비하여 규칙적인 시간에 일정량을 나눠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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