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차도 못지키면 마무리가 맞나?" 기아, '끝내기 폭투' 패배로 최초 기록까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개막전부터 지난 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했습니다. 뒷문이 또 무너졌습니다.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를 당했습니다. 마무리 정해영이 무너지고, 소방수 조상우가 끝내기 폭투를 범했습니다. 정규 이닝 개막전 끝내기 폭투는 KBO 역대 최초 불명예 기록입니다.

7회까지는 완벽했다

KIA는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6-7 끝내기 패배를 당했습니다. 중반까지 경기 흐름을 주도한 쪽은 KIA였습니다.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6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타선도 해럴드 카스트로,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등이 활약하며 7회초까지 5-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문제는 네일이 마운드를 내려간 7회부터 발생했습니다. 네일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김범수는 선두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고명준과 최지훈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순식간에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습니다. KIA는 김범수를 성영탁으로 교체했지만 조형우 1타점 진루타, 포일 득점, 오태곤 1타점 적시타가 나와 3점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8회는 전상현이 깔끔하게 막았습니다. 9회초 KIA가 추가점을 내 6-3으로 달아나며 세이브 요건이 충족됐고, 마무리 정해영이 올라왔습니다.

정해영의 인천 징크스

그런데 정해영은 선두타자 최지훈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조형우는 삼진으로 잡았지만 안상현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고, 이어서 오태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1점 차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정해영은 9회를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정해영은 KBO리그 통산 332경기 21승 29패 148세이브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한 특급 마무리투수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인천에서 5경기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했는데, 이 약점이 개막전부터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2024년 SSG전 평균자책점 10.80, 지난해 4.70에 이어 이날도 무너졌습니다.

SSG 오태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해영 선수가 우리 홈구장에 오면 안 좋다는 것을 우리 팀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타석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니까 역시나 조금 좋지 않더라. 힘도 많이 없고 슬라이더도 날카롭지 않았다. 그래서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쳤는데 운 좋게 안타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상대 선수가 위압감이 아닌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 현재 정해영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조상우의 끝내기 폭투

KIA는 베테랑 불펜 조상우를 소방수로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조상우도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첫 타자 박성한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습니다.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한 조상우는 김재환의 타석에서 끝내기 폭투를 던지면서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 개막전 끝내기 폭투 패배입니다. 1997년 4월 12일 롯데 손민한이 해태와 경기에서 연장 11회 끝내기 폭투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정규 이닝 개막전 끝내기 폭투는 KIA가 역대 최초입니다.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고 말았습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박찬호(두산), 최형우(삼성), 한승택(KT)을 잃은 KIA는 불펜 보강에 힘을 쏟았습니다. FA 자격을 얻은 조상우와 2년 총액 15억원에 재계약했고, 지난해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한 김범수를 4년 총액 20억원에 영입했습니다. 이 때문에 불펜진만큼은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김도영이 복귀한 타선은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준 반면, KIA 필승조들은 넉넉한 리드조차 지키지 못했습니다. 전상현을 제외한 필승조가 모두 무너진 것은 너무나 뼈아픕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에이스 네일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김도영은 건강하게 개막전을 마쳤습니다. 새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는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KIA가 당장 마무리를 교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개막전에서 정해영을 빠르게 교체한 것은 지난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인천에서 약하다고 해서 SSG 원정경기에서만 마무리투수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정해영이 스스로 극복해야 합니다. KIA가 올해 다시 가을야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개막전에서 아쉬운 투구를 한 정해영의 반등이 무엇보다 중요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