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상자만 한 크기가 '1억'?…전 세계서 가장 비싼 납골당

[땅집고] 홍콩에 위치한 하얀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12층 건물인 ‘샨슘(Shan Sum) 타워’는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납골당’이다.

CNN에 따르면 산슘타워에 신발상자만한 작은 공간이 지난 3월 거래된 홍콩 고급 주택 단지인 ‘더 피크(The Peak) 맨션의 30㎠당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유골 항아리 가격을 제외한 2개의 유골함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7만6000달러(한화 약 1억원)다. 또한 최대 8명의 유골이 들어가는 가족 단위 공간은 43만달러(한화 약 6억원)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시장으로 유명한 도시인 홍콩에서도 비싼 편이다.

[땅집고] 홍콩의 '샨슘(Shan Sum) 타워'의 신발상자만한 납골당 한 공간이 7000만원부터 시작한다./CNN

샨슘 타워의 납골당은 영원한 안식처가 아니다. 홍콩 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납골당 운영은 10년 기한이 있어서 샨슘 타워는 2033년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사후세계에서도 이용 가능한 에어컨 시설

[땅집고] 지난 10년간 홍콩의 사망률은 연간 4만6000명을 기록하며 납골당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다./CNN

샨슘 타워는 보석과 부동산 사업으로 부를 쌓고 현재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선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70대 여성 사업가인 마가렛 지의 아이디어다.

마가렛 지는 “중국 문화에서 망자에 대한 경의는 중요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전통을 기리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CNN에 말했다.

마가렛 지는 2007년 고인이 된 남편을 추모할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고인을 기릴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죽어서도 걱정해야 하는 개인 공간

CNN에 따르면 홍콩에서 부동산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올린 수요와 공급 불일치 현상이 납골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7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일부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기록하는 홍콩에서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에게 공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홍콩의 면적은 1110 ㎢으로 뉴욕 면적의 약 1.4배에 달하는 작지 않은 도시지만, 홍콩의 산악 지형은 부동산을 개발하기에 부적합하다.

이로 인해,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전통적으로 샨슘 타워와 같은 가능한 많은 공간을 수용할 수 있는 고층 빌딩을 선호한다. 그 결과, 202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홍콩의 평균 주택 크기는 39㎡에 불과하고 평균 주택 가격은 100만 달러 이상이면서 가격 대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으로 꼽힌다.

이러한 공간 부족 현상은 홍콩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사후세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인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2069년까지 그 숫자는 3명 중 1명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사망률 약 4만6000명…홍콩은 현재 납골당 공급난

[땅집고] 지난 10년간 홍콩의 사망률은 연간 4만6000명을 기록하며 납골당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다./CNN

홍콩인의 90% 이상이 화장을 선택하지만, 유골을 보관할 공간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유골을 흩뿌리기보다 고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제사를 지낼 수 있는 물리적인 장소를 선호한다. CNN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홍콩의 사망률은 연간 약 4만6000명에 달하며, 납골당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알려진다.

홍콩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현재 13만5000개 미만으로 20년 임대료는 약 300달러다. 그러나 이 시설들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서 몇 년 동안 대기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납골당의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2017년부터 샨슘 타워와 같은 14개 사설 납골당 사업자의 인허가를 내주고 공공시설 또한 늘리기로 했다.


납골당에도 프리미엄이?

홍콩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2400달러(한화 약 320만원)에 불과하지만 억만장자들에게 샨슘 타워는 비싼 곳이 아니다.

마가렛 지의 아들이자 샨슘 타워의 운영 책임자인 판 통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샨슘 타워에는 다양한 숭배 관습에 맞게 층별로 다른 종교 컨셉으로 이뤄져 있다”며 “예를 들어 불교 신자들을 위해서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곳과 납골당 문을 중국의 자비의 여신인 관음보살로 꾸민 공간이 있다”고 했다.

글=정진택 땅집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