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세가 멈춘 진짜 이유… 예상 밖 ‘이 나라’ 때문이었다

금 대신 은·백금·비트코인으로 눈 돌리는 흐름
금 자료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

한때 끝없이 오르던 금값이 눈에 띄게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값 상승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 사면 손해”라는 말까지 돌게 했지만, 지난 4월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한때 온스당 3300달러(약 459만 원)에 가까웠던 금값은 현재 더 오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국제 금 시세가 쉬어가는 이 흐름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대응이 가장 크다. 그와 함께 비트코인과 은·백금 같은 대체 자산의 부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급등 멈춘 금값, 트리거는 중국 정부의 단속

금을 들고 있는 사람. / TSViPhoto-shutterstock

지난 18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금 시세는 온스당 1800달러(약 25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엔 3300달러(약 459만 원)를 넘기며 역대급 상승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금을 안전한 피난처로 여겼고, 자금이 쏠렸다. 그런데 이 흐름을 끊은 건 중국이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금 현물 상장지수 펀드(ETF)를 통해 무려 63톤을 매입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사들인 양의 3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 자금이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통해 금으로 몰렸다는 점이다.

실물 경제로 연결되지 않는 금 투자에 돈이 몰리자,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이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금을 사는 데 신용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에 들어간 것이다.

이 조치가 나온 이후 금값은 확실히 주춤해졌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으로도 등락만 반복할 뿐, 더 이상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지 않는다. 전날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날 대비 0.5% 하락한 온스당 3330.21달러(약 463만 원), 금 선물은 0.7% 내린 3335.70달러(약 464만 원)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수장인 제롬 파월 의장이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정치적 안정 소식과 달러 강세도 함께 작용하면서 금값은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은·백금·비트코인

백금 자료 사진. / VladKK-shutterstock

예전부터 금은 부유층이 선호하는 자산이었다. 경제 불안정 시기에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금 외에도 은·백금·비트코인 등 대체재가 있고, 최근에는 이들이 더 눈에 띈다.

특히 은과 백금은 리스크 회피 성격을 갖는 동시에 산업 수요가 크다. 은의 경우 제조업 수요가 전체의 58%, 백금은 68%나 된다.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도 함께 뛴다. 실제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하기 전부터 이들 자산의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은 가격은 올해만 해도 약 30.6% 상승했다. 온스당 약 38달러(약 5만 2000원)까지 오른 상태다. 금의 상승률이 27.5%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 높은 수익률이다. 백금 역시 제조업 수요 증가와 함께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제조업이 살아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보다 먼저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비트코인은 금과의 관계가 꽤 흥미롭다. 유동성이 기대되는 시기에는 금이 먼저 오르고, 실제 유동성이 풀리면 비트코인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최근 미국 연준이 투자은행들의 레버리지를 높이도록 유도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도 기분 좋은 신호가 전달됐다.

Fed는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 인민은행(PBOC)도 유동성을 1.3조 달러(약 1808억 원)에서 1.5조 달러(약 2086억 원)로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금값, 당분간 상승 어려울 수도

금 자료 사진. / Cloudy Design-shutterstock

대신증권은 이 흐름을 정리하며 중요한 예측을 내놨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경제에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약 417만 원)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회복과 맞물려 은과 백금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금의 위상은 여전히 ‘안전자산’이지만,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지금 같은 흐름에서는 약점을 드러내기 쉽다. 특히 비트코인처럼 단기간에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자산이 부상하는 가운데, 고점에 다다른 금은 선택지에서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금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3300달러(약 459만 원)라는 고점에서 추가 매입을 고민하는 건, 시장 흐름을 감안했을 때 쉬운 선택은 아니다. 거기다 중국 같은 큰손이 움직임을 멈췄다는 점은 분명한 경고다.

※ 이 글은 투자에 대한 조언이나 권유가 아니며,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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