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요한 실내, 넉넉한 3열⋯ 현대차 아이오닉9, 아빠들의 새로운 로망
거실처럼 안락하고 고요해진 실내 공간
가속력보다 훨씬 놀라운 건 진짜 3열
아빠 마음을 훔친 대형 전기 패밀리카

“이 차 공간이 정말 좋네, 우리 집에도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
시승 길에 우연히 동승한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진심 어린 감탄사다. 평소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던 어머니조차 단번에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육중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오르면 5m가 넘는 거구가 주는 위압감보단 탁 트인 시야와 차분한 실내가 먼저 반긴다. 무게가 2.5톤(t)에 달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으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간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의 첫인상은 ‘여유’ 그 자체였다.

아이오닉9은 3열 탑승객의 거주성을 고려한 대형 SUV인 만큼 압도적 크기를 자랑한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5060㎜, 3130㎜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없다. 전면부를 장식한 픽셀 램프와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어우러져 덩치에 비해 한결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는 것도 매력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매끄럽게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물리 버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작 편의성을 챙긴 것도 칭찬할 만하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로백 5.2초라는 폭발적인 수치도, 1회 충전으로 532㎞를 달리는 넉넉한 주행거리도 아니었다. 시승 내내 뇌리를 스친 건 처음 어머니가 말씀하셨듯 “가족들과 함께 타면 정말 좋겠다”는 확신이었다.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올라도 실내는 정적만 흐를 뿐이다. 차체가 커질수록 취약해지는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능동형 소음 저감 기술과 차음 유리, 흡음 타이어가 잡아낸다. 소용한 실내는 옆 사람 호흡 소리가 들릴 정도다. 2열에 앉아 전면에 있는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통해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으면 흡사 달리는 차 안이 아니라 안락한 거실 소파에 머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 차의 진짜 가치는 3열에서 빛을 발한다. 흔히 7인승 대형 SUV의 3열은 구색 맞추기용 짐칸이거나 어린아이들만의 전유물로 치부된다. 하지만 아이오닉9은 확실히 달랐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빚어낸 평평한 바닥 덕분에 발을 두는 자세가 무척 자연스러웠고, 2열 시트를 조금만 타협하면 성인이 앉아도 무릎과 머리 공간이 충분했다. 현대차가 3열에 ‘진짜 좌석’을 놓은 셈이다.
패밀리카로서의 실용성도 흠잡을 데 없다. 3열을 세워둔 상태에서도 대형 마트 장바구니나 유모차를 싣기에 넉넉했고,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광활하고 평탄한 공간이 나타난다. 여기에 이질감 없이 세팅된 회생제동 시스템은 가감속을 매끄럽게 이어줘 뒷좌석 탑승객의 멀미 걱정까지 덜어냈다.

확실히 아이오닉9은 패밀리카의 표준을 제시한다. 긴 주행거리와 24분 만에 80%를 채우는 초급속 충전 등 전기차의 탄탄한 기본기 위에 조용한 실내, 가족 모두가 만족할 넉넉한 공간을 현대차가 고심 끝에 만들어 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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