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향 처음이지?… K향수, 달콤한 질주

샤넬·조말론·딥티크 같은 외국 브랜드가 점령했던 향수 시장에서 본투스탠드아웃·탬버린즈 같은 신생 한국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브랜드들은 프랑스 등 해외 향수 시장에서 기존에 없던 중성적이고 실험적인 향(香)을 앞세워 향수 시장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한국산 향수는 지난 2~3년 새 미국·일본·중국 등 수출이 2~3배씩 급등하고 국내 향수 시장에서도 프랑스 등 해외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한국 향수가 K컬처, K뷰티에 대한 고객의 인기와 신뢰를 등에 업고 차세대 K뷰티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K향수의 진화...집으로 ‘향’을 배달
국내 향수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때부터 급격하게 커졌다. 마스크를 쓰는 코로나 때 색조 화장 수요가 주춤하자 ‘향’으로 개성을 드러내려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고물가 속 ‘스몰 럭셔리’(일상 속 작은 사치) 열풍도 여기에 더해졌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작년 1조1894억원으로 2020년 5935억원의 두 배 정도다.
한국 향수 브랜드는 이런 국내 시장 성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패션·뷰티 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플랫폼인 ‘신세계V’에 입점한 향수 브랜드(131개) 중 27%인 36개가 한국 브랜드다. 2024년(16%)과 비교해 11%포인트 커진 수치다. 신세계V의 올 1~5월 한국 향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53% 증가했다. 전체 향수 매출 증감률(40%)을 크게 앞질렀다.
직접 맡아보고 구매하는 향수의 특성에 맞춰, 신세계V는 지난달 ‘홈 시향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송비만 결제하면 원하는 향수 샘플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준비한 한 달 치 물량이 10일 만에 소진됐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잠실점 본관 1층에 기존보다 면적과 브랜드 수를 2배 이상으로 늘린 140평 규모의 ‘니치(틈새) 향수 특화존’을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은 2024년 중동점에 유쏘풀·로에 등 K향수 브랜드 위주의 매장 ‘비클린 에센셜’을 출점했다. 매장 론칭 다음 해, 20%대였던 이 백화점의 매출 성장률은 올 1~5월 62%로 급등했다.
◇샤넬 등 프랑스와는 다른, 동백꽃·유채꽃 같은 한국 향
한국 향수의 인기는 K뷰티의 붐에만 의존한 건 아니다. 이니스프리는 동백꽃·유채꽃 같은 한국적인 향수를 내놨고, 신흥 브랜드인 본투스탠드아웃은 ‘쌀을 쪘을 때 나오는 향’이나 ‘매니큐어의 느낌이 나는 향’과 같이 실험적인 향수를 내놓고 있다. 논픽션은 향수의 포장을 분식집 그릇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었다. ‘외할머니 집에 온 듯 따뜻하고 편안한 감성’을 향수 마케팅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성에 치우치지 않은 한국 향수들은 남성 고객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 예컨대 올 1~5월 롯데백화점에선 니치 향수 매출 중 남성 고객의 비율이 35%였다. 2022년 20%에서 4년 새 15%포인트 오른 것은 이런 중성적인 한국 향수의 등장 덕분이다.
한국 향수의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를 내세워, 올해 일본과 중국에 매장 5개를 냈다. 현재 해외 매장이 13개에 달한다. 논픽션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이 회사는 일본, 홍콩, 태국에도 매장이 있다.
국내 향수의 해외 수출액은 올 1~5월 3362만달러(약 508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71.8% 늘었다. 작년에는 수출액이 5612만달러를 기록해 2022년(1721만달러)의 세 배 정도였다. 올 1~5월 미국 수출액(890만달러)이 작년 동기 대비 292% 늘며 성장을 견인했고, 이 기간 일본(464만달러)과 중국(436만달러)도 각각 46%, 65%씩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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