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울하게 받은 고지서, 납부는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
운전자는 도로 위에서 언제든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블랙박스 신고 및 무인 단속 시스템이 늘면서 법규 위반 고지서를 받은 운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현실과 동떨어진 단속, 도로 표시의 혼란, 신고자의 과도한 주장 등으로 인해 억울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많은 운전자는 “고지서를 받았으니 어쩔 수 없이 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과태료를 납부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우리 법은 운전자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 바로 ‘의견진술 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과태료와 범칙금, 적용 방식부터 다르다
법적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대응의 첫 단계다. 과태료는 행정 처분으로 벌점이 없고 차량 소유자에게 부과된다. 반면 범칙금은 형사 처분으로 운전자에게 직접 부과되며 벌점이 따른다. 두 처분 모두 의견진술이 가능하지만, 절차와 영향이 다르므로 구분이 중요하다.
특히 블랙박스 제보로 인한 과태료는 도로 표시나 상황 해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의 신청으로 뒤집히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의견진술이 접수된 사건 중 약 27%가 감면 또는 취소되었으며, 이는 운전자가 권리를 행사할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으로 10분이면 끝나는 ‘의견진술’ 절차
운전자는 경찰청 교통민원24 사이트를 통해 간단히 의견진술을 접수할 수 있다.
① 홈페이지 접속 후 본인 인증
② 과태료·범칙금 조회 메뉴 선택
③ 단속 사진 및 영상 확인
④ “의견진술서 제출” 버튼 클릭 후 사유 작성
⑤ 블랙박스 영상, 도로 사진, 거리뷰 캡처 등 증거 자료 첨부
제출 후 경찰청 또는 지자체 담당자가 내용을 검토하며, 3~7일 이내에 처리 결과가 통보된다. 의견은 단순한 감정 호소가 아니라 도로교통법 조문과 현장 상황에 대한 객관적 근거로 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혼잡한 터널 구간에서 차선을 바꾸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주장보다 “해당 구간은 점선에서 실선으로 변경되는 복선구간으로,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에 따라 차선 변경이 허용되는 구간”이라는 법적 근거가 효과적이다.

실제 면제 사례가 보여주는 제도의 실효성
서울에 거주하는 한 운전자는 터널 구간에서 차선 변경을 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단속 사진이 찍힌 위치가 점선과 실선이 공존하는 복합 구간이라는 사실을 네이버 거리뷰와 블랙박스 영상으로 입증하며 의견진술을 제출했다.
단속 기준이 모호한 구간이라는 점이 인정되면서, 접수 3일 만에 담당 부서로부터 과태료 면제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처럼 실제 도로 구조와 신호체계를 근거로 제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단속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처분은 사람이 법과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지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시각 필요
많은 운전자는 단속 통지서를 받는 순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은 수많은 예외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긴급 회피, 도로 구조상 불가피한 상황, 허용 구간의 해석 문제 등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다.
또한 민간 블랙박스 신고의 경우 신고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위반 사실이 왜곡되거나, 제한속도 표시를 잘못 인식하고 신고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운전자의 권리는 스스로 주장할 때 비로소 보호된다. 의견진술은 단순한 이의 제기가 아니라, 법이 운전자에게 부여한 정당한 권리이자 실질적인 방어 수단이다.

고지서가 곧 유죄는 아니다
자동차 과태료 및 범칙금은 ‘지급 명령’이 아니라 ‘의견을 제출하라’는 통지서에 가깝다.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침묵하지 말고 증거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운전자가 의견진술을 통해 과태료를 면제받고 있다. 단속은 자동화됐지만,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법을 아는 운전자만이 권리를 지킬 수 있다. “무조건 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