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벙커라고 해서 다 같은 벙커가 아니다.

골프장의 다양한 구역 중, 골퍼들이 정말 싫어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벙커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1~2타쯤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할 수도 있습니다. 연습을 하고 싶지만 실전에서 직접 겪는 것 이외에는 크게 개선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인데요. 오늘은 이 벙커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벙커는 기본적으로 페널티이다.

벙커의 여러 기능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지만, 기본적으로 벙커는 페널티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맞는 명제일 것 같습니다.

벙커가 생긴 목적이 무엇이냐와는 별도로, 벙커 안에서 볼을 쳐서 원하는 거리와 방향으로 보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벙커는 크게 세 가지의 기능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골프 코스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모인 '미국 골프 코스 설계가 협회(ASGCA)'가 벙커의 기능으로 분류한 다음 세 가지입니다.

  • Penal (형벌적) - 오직 하나의 안전한 루트만 허용하고, 실수에는 가혹한 처벌을 부과
  • Strategic (전략적) - 안전한 대안 경로를 제공하면서도 공략 방법과 결과에 따라 보상이 따름 (‘위험 vs 보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함)
  • Heroic (영웅적) - 도전 시 큰 이득을 주지만 실패 시 심각한 페널티가 발생하는 올오어낫띵(All-or-Nothing) 방식

직역을 하다 보니, 형벌적 혹은 영웅적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할 수 있는데요. 벙커 자체가 말 그래도 페널티적인 요소이거나,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벙커, 혹은 성공했을 때에는 큰 보상이 따르지만, 실패했을 때에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모 아니면 도'로 표현될 수 있는 벙커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벙커를 피해서 그린에 볼을 올리는 것이 꽤나 어려워 보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벙커의 위치에 따른 분류 - 페어웨이 벙커, 그린사이드 벙커, 크로스 벙커

벙커의 위치에 따라서도 그 이름이 달라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페어웨이 벙커와 그린사이드 벙커입니다.

페어웨이 벙커는 말 그대로 페어웨이 주변에 있는 벙커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린 사이드벙커에 비해서는 좀 더 얕은 벙커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때문에 적절한 로프트의 클럽만 가지면 상대적으로 쉽게 탈출할 수 있습니다. 골프볼만 적절하게 컨택하면 상대적으로 거리감을 맞추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페어웨이 벙커 중에는 골프볼이 페널티 구역이나 OB 구역으로 나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이프티 벙커(Safety Bunker)라는 표현으로도 쓰이는데, 주로 골프볼이 떨어질만한 위치에서, 골프볼이 코스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니, 벙커 중에서는 그래도 골퍼들에게 도움이 되는 벙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페어웨이 좌우로 OB 구역이 많은 골프장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해주는 벙커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그린사이드 벙커는 아마추어들에게는 좀 어렵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벙커들은 그린 주변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어프로치 샷 혹은 그린을 향한 샷을 놓친 골퍼들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벙커들은 종종 더 깊고 가파른 면을 가지고 있어 탈출이 어렵기 때문에, 골퍼들에게 기술적 숙련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그린사이드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벙커샷을 통해 홀에 최대한 가깝게 붙이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데요. 오히려 이 과정에서 미스 샷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빠져나온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스코어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크로스 벙커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로 링크스 코스에서 발견이 되는데, 페어웨이를 길고 좁게 가로질러 만들어진 벙커를 뜻합니다. 이러한 벙커들은 벙커를 넘길지 아니면 벙커 앞으로 떨어지게 할지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종의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그러니 이러한 벙커가 보이면 샷을 하기 전에 어느 거리까지 볼을 보낼지에 대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샷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벙커에 들어가면, 어느 방향으로든 나오는 것이 최선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그 밖의 벙커들

벙커는 기능상, 위치상으로 다양한 분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벙커의 소재와 모양에 따라서도 다양한 이름이 붙을 수 있습니다.

벙커의 소재라는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모래 벙커가 있는가 하면, 잔디가 채워진 그래스(Grass) 벙커라는 것이 있습니다.

난이도로 보자면, 그래스 벙커가 더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 벙커들이 오히려 스핀 컨트롤 등이 어렵다고 합니다. 모래 벙커에 비해서 샷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잔디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더 쉽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한편, 벙커의 모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벙커가 있습니다. 바로 포트 벙커(Pot Bunker), 혹은 팟 벙커라고 불리는 벙커들입니다.

'디 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의 골프장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벙커 턱이 너무 높고 벽이 가파르기 때문에, 탈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충분한 탄도가 확보되어야 하는 벙커들입니다.

이 벙커들의 문제는 벙커의 위치와 벽의 높이, 그리고 볼이 놓여 있는 위치에 따라서 홀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빼내야 할 경우도 생긴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한 타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되어 있는 것이니, 벙커의 기능상 분류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Penal(형벌적)' 디자인의 벙커인 것이죠.

오늘은 다양한 벙커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가끔은 도움이 되는 벙커도 존재하긴 하지만, 벙커는 기본적으로 골퍼들에게 '챌린지'를 주는 코스의 요소입니다. 그러니, 아마추어의 입장에서는 거리와 방향을 모두 맞춘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탈출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벙커에 볼이 빠진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 반갑지는 않지만, 벙커라는 구역 자체는 골프라는 게임에 있어서 기쁨과 좌절을 안겨 주는 또 하나의 요소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번에 플레이를 하실 때에는 각 홀에 왜 이 벙커들을 만들었을지에 대해서 한 번씩 고민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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