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제거' 지켜본 김정은... 위기감에 핵무력 집착 강해질 듯

구현모 2026. 3. 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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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군사작전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자, 북한은 1일 "철두철미 불법무도한 침략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지 두 달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북핵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한 참수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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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불법무도한 침략행위” 담화
북한이 두려워하는 '참수작전' 목도
'핵보유=체제유지 수단' 인식 강화
북미대화 관측에 대한 전망 분분
美와 대화, 마냥 거부 어려울 수도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주요 지도간부들과 군사지휘관들을 만나 신형저격수보총을 선물한 뒤 지도간부들과 사격장에서 저격무기사격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미국이 군사작전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자, 북한은 1일 "철두철미 불법무도한 침략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지 두 달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북핵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한 참수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핵을 갖지 못한 지도자들의 최후를 보면서 섣부른 북미대화에 나서기보다 핵무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한층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올해 들어 미국의 패권 행위 증가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붕괴시키고 있다"면서 "현 이란 사태와 무관한 지역에 정치·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참수작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권교체(레짐 체인지)를 목표로 이란 고위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시점을 사전 파악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지휘통제시설, 방공체계 등을 정밀 타격했다. 중동 군사강국으로 꼽힌 이란에서 최고지도자가 미국의 공습 하루 만에 사살된 사실은 김 위원장의 경계감을 자극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란 점에서 김 위원장이 보다 핵무력 강화에 매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란은 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공격당했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보유했으니 다르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핵무기야말로 체제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격 개시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8분짜리 영상을 통해 "조금 전 이란 내 중대 전투를 시작했다"며 미국의 이란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소셜미디어 X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에 호응할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당장은 이번 사태가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해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제안에 철저한 준비 없이 호응할 경우 북한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제9차 당대회에서 "미국이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이란 공격을 비난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북한도 보조를 맞춰야 해서 북미대화 수용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미국도 중동 문제를 마무리짓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에 나설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상황 관리' 차원에서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제안을 계속 거부했을 때 미국이 군사 옵션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2017년에도 미국이 3개 항모전단을 동시에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압박 정책을 편 이후 북한이 대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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