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307억 원의 노시환은 13경기 타율 0.145에 삼진 21개로 2군행 신세가 됐고, 엄상백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암흑 속에서도 빛나는 존재가 있다. 지난해 '먹튀', '오버페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던 50억 원의 사나이 심우준(31)이다.
지난해 커리어 로우, 올해는 다르다

2025시즌 심우준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94경기 타율 0.231, OPS 0.587.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0.11로 팀 승리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시리즈에서 결승타를 때려냈지만 개인 부진의 그늘은 걷히지 않았다.
그러나 2026시즌 심우준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11경기 타율 0.324, 도루 3개 시도에 단 한 번의 실패도 없다. 무엇보다 유격수로서 수비 실책이 단 1개도 없다는 점이 그의 가치를 증명한다.
개막전부터 터진 '빅뱅'

심우준은 3월 28일 키움과의 개막전에서 강렬한 신호탄을 쏘았다. 팀이 3-5로 뒤진 8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심우준은 배동현의 145km 직구를 통타했다. 좌측 폴대를 맞고 떨어지는 동점 스리런 홈런. 팀은 연장 11회 끝에 10-9로 승리했고, 심우준은 4타수 2안타 3타점 3득점을 올렸다.

4월 1일 KT전에서는 또다시 극적인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팀이 8-11로 뒤진 8회말 2사 1·2루, 우규민의 134km 직구를 공략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지난해 시즌 전체 2홈런이었는데, 올해는 4경기 만에 2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우준이는 마무리 훈련하면서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신뢰를 보냈다.
'오버페이'에서 '싸게 잘 샀다'로

KBO 유격수 시장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박찬호는 사실상 전액 보장 80억 원을 받았고, 오지환은 100억 원 이상의 계약을 맺었다. 박성한 역시 4년 1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흐름 속에서 야구계의 시선은 달라졌다. 4년 50억 원(보장 42억, 옵션 8억)에 심우준을 영입한 한화의 판단이 재평가받고 있다. "한화가 심우준을 싸게 잘 샀다"는 평가가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키스톤 콤비 완성, 강백호 적응도 빨라졌다

심우준의 파급효과는 개인 성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심우준이 유격수를 굳건히 지키면서 하주석이 2루수로 안착해 막강한 키스톤 콤비를 완성했다. KT 시절 절친한 동료였던 강백호의 팀 적응도 빨라졌다.

심우준은 올 시즌 목표를 '9번 타자로 80득점'으로 잡았다.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득점 기회를 만들겠다는 역할 인식이 명확하다. 11~12일 KIA전에서는 7타수 4안타를 몰아쳤고, 12일에는 외국인 투수 올러를 상대로 2안타·도루·득점을 모두 챙겼다.
노시환과 엄상백이 초반 슬럼프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심우준은 벤치와 팬에게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50억 원의 이적생이 1년 만에 대체불가 자원으로 거듭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