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노키즈존' 첫 실태조사…앞으로 필요한 논의는?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노키즈존'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아이들을 차별하고 저출생 문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실태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는데요.
육아정책연구소의 김아름 연구위원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우리나라에 노키즈존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된 통계가 있습니까?
김아름 연구위원 / 육아정책연구소
현재 노키즈존에 대해서 정부 등 공공영역에서는 별도로 현황 등을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인 통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노키즈존을 공유하는 예스노키드라는 민간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국에 약 450곳 이상의 매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저희 육아정책연구소에서는 작년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전국 205곳의 노키즈존 매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76% 정도가 카페나 제과점업이었고, 18%는 식당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파악이 안 돼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 노키즈존이 처음 등장하게 된 건 언제부터입니까?
김아름 연구위원 / 육아정책연구소
지난 2011년 부산의 한 식당에서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어린이가 부딪쳐 화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2013년 법원에서 식당 주인과 종업원에게 약 4천만 원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사업주에게 배상책임을 묻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노키즈존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노키즈존이 등장할 때는 아동의 안전사고 우려가 큰 이유였는데, 최근 수행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로 인한 소란행위가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고, 또 이런 아이를 통제하지 않는 부모와 다른 손님 간에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게 되면서 노키즈존을 운영한다는 매장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서현아 앵커
사업주나 부모나 모두 애로사항이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 노키즈존에 대한 사람들 인식은 어떤 상황입니까?
김아름 연구위원 / 육아정책연구소
2023년 한국리서치에서 노키즈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73% 정도가 노키즈존의 설치는 업주의 자유에 해당하고,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반면, 18% 정도가 노키즈존은 어린이에 대한 차별행위이고, 출산 및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초등자녀 유무에 따라 결과가 좀 다르다는 점인데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26%가 노키즈존 설치에 대해 반대했는데, 이는 전체 평균보다 8% 정도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의 70%는 노키즈존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저도 아이 가진 부모로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찬성하고 계신 것 같아서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해외에도 우리나라처럼 이 노키즈존이 있을까요?
김아름 연구위원 / 육아정책연구소
해외에도 노키즈존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용어 자체가 "No-kids"라는 표현대신 "child-free zones"과 같이 "아이들로부터 해방되는 공간", "어른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이라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하는 곳들에 대해서도 연령이나 특정 대상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에 위배되거나 차별금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로 치면 "장애인 출입 금지", "외국인 출입금지"와 같이 불합리하게 특정 대상을 차별하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최근 CNN이나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에서 우리나라의 노키즈존을 특이한 현상으로 보고 보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해외에서는 일단 일종의 차별로 여겨지는 거네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굉장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이 노키드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김아름 연구위원 / 육아정책연구소
노키즈존이 꼭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 유독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가 저출산에 기인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명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OECD국가 중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입니다.
아이들이 줄다 보니, 아이를 동반한 손님을 받지 않아도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노키즈존 실태 조사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10곳 중 4곳 정도는 아이들은 입장이 안 되지만, 반려견은 입장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아이를 키우는 가구는 감소하는 반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다 보니 아이를 동반한 손님보다 반려견을 동반한 고객이 더 중요해진 것은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출산의 원인으로 주거, 교육 등의 문제를 꼽지만, 이러한 물질적 조건 외에도 현재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얼마나 행복한지와 같은 정서적 여건도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출산을 결심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이 아이를 통제하지 않는 부모에게 불만이 있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아름 연구위원 / 육아정책연구소
저희 연구에서도 사업주들이 노키즈존이 사라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공공장소에서 보호자의 책임 강화와 홍보" 그리고 "부모들의 인식 개선"이었습니다.
실제로 기저귀를 트레이에 반납한다던가, 식사를 하는 사람들 앞에서 기저귀를 가는 등 공공예절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부모들에 대한 원성이 높았는데요.
그래서 부모들에 대한 기본적 에티켓 교육을 강화하면서도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예절 교육 또한 병행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절대 다수의 부모는 에티켓을 잘 지키지만, 노키즈존 문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 원인으로 부모의 태도가 1순위로 꼽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일반 국민들에게 더 큰 이해심을 구하기보다는 공공예절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보호자들의 어떤 책임의식도 조금 더 높아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키즈존을 법으로 금지하자는 주장도 일부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노키즈존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어떤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아름 연구위원 / 육아정책연구소
노키즈존의 시작은 분명 아이들을 안전사고와 같이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겠다는 선의의 목적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른들의 보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아이들을 배제시키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키즈존을 연구하며 느낀 점은 비록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주라고 하더라도 대다수는 결코 아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안전사고 발생 시 발생하는 피해와 손님들의 컴플레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례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키즈존의 설치를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누구의 책임인지 법리적으로 따져보는 것보다는 우선 대상을 특정해 출입을 제한하는 행위 자체가 보편적 인권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안 되지만, 뛰거나 소란스러운 행위 금지 등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부모에 대해서도 제재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노키즈존의 법적 금지가 아닌 사실상 금지를 위해서는 현재의 법원의 입장과 달리 업주의 과실만을 크게 다룰 것이 아니라 아이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업주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배상책임제한 등의 법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현상이 심해지면서 사회 전반에서 아동과 함께하는 소중한 경험의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가소멸 위기는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와 부모들에게 조금 더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저출생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요.
다른 어떤 지원보다도 이 어린이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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