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서 태국·일본 등 선박 4척 피격…트럼프 경고 안 통했다
이란 "유가 200달러 각오하라"
트럼프 "대가 치를 것" 경고했지만 안 통해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과 중동 해역에서 선박 피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 적 없는 수준의 군사적 결과"를 경고했지만, 이란은 "배럴당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응수했다.
11일(현지시간) 해상 위험관리업체 밴가드 등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는 선박 4척이 이란군의 공격을 받아 손상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 회사가 소유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이 경고를 무시한 채 운항해 타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태국 화물선도 경고를 무시하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고 해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태국 해군은 자국 벌크선이 공격을 받아 선박에 있던 승무원 23명 중 20명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확인했다. 남은 3명은 구조 중이다.
페르시아만을 항해하고 있던 일본 해운업체 상선미쓰이의 컨테이너선도 이날 발사체에 맞아 손상됐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탑승자 전원이 무사하다고 전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 오만만 인근에서 운항하는 선박과 관련한 공격 및 의심 활동 보고를 총 17건 접수했다고 밝혔다.
피격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파트너 국가들의 유조선과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이뤄졌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인 카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국영TV를 통해 성명을 내고 "우리는 단 1ℓ의 석유도 도달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 그들의 동맹국들에 소속됐거나 이들 나라의 석유 화물을 실은 어떠한 선박도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케 한 역내 안보에 달린 것인 만큼 배럴당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위협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미군이 기뢰 부설용 이란 선박 16척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기뢰는 적 함선을 파괴하기 위해 물속이나 수상에 설치하는 폭탄이다. 미국 CNN방송은 깔린 기뢰가 아직 수십 개에 불과하지만 수백 개까지 설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뢰는 설치보다 제거에 최대 200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한 번 대량으로 깔리면 당분간 정상적인 해협 통행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기뢰를 설치하면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적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미 해군이 호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가능할 정도의 여건을 만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걸프국들이 호르무즈해협 주변의 이란 군사 자산을 대상으로 연합 폭격을 시작한다면 호위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봐도 된다는 게 미 정부 당국자 얘기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미 해군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는 글을 X에 올렸다가 두 시간도 안 돼 삭제했다. 혁명수비대와 백악관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치솟는 유가(油價)에 얼마나 민감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컨설팅업체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올해 미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상회할 수 있고(현재 2%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당초 예상치 2.4%에 한참 못 미치는 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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