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5)=세계 바둑이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각축장으로 자리 잡은 지 어언 30년이 넘었다. 일본이 한 발 뒤로 처지면서 양강 체제는 갈수록 고착돼 가는 양상이다. 국제 바둑대회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한·중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어쩌다 두 나라 일인자끼리 맞붙게 되면 그야말로 최고의 대결이다. 이번 LG배 8강전에서 그 황금카드가 성사됐다.
신진서(23)는 한국 프로기사 424명을 대표하는 기사. 12월 현재 48개월째 부동의 일인자로 군림 중이다. 구쯔하오(25)는 프로 426명(등록 기사 수)이 속한 중국기원 톱 랭커로 올라선 지 4개월 됐다. 세계를 지배하는 양대 진영 두 정상(頂上) 간 만남이니 바둑계로선 극상의 성찬(盛饌)인 셈. 이 판은 지난 11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갯벌박물관서 진행됐다.
구쯔하오가 5까지 평범한 포진으로 먼 길을 출발한다. 흑번을 선택하고 노타임으로 두었으니 미리 구상한 구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진서도 서둘지 않고 차분히 따라간다. 14까지 자주 등장하는 수순. 구쯔하오는 9에 이어 15로 또 한 번 실리를 챙긴다. 하지만 15로는 참고도처럼 균형을 꾀하는 전략도 일책. 백은 ‘가’와 ‘나’ 중 어느 쪽으로 막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