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은 부모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요?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하고 고민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부터, 아니 문장을 바꾸셔야 해요. “나는 자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가 아니라 “내 아이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가 중요합니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요? 저는 연구를 위해 20세 이상에서 60세까지 13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당수가 “ 듣고 싶은 말보다 부모님이 저에게 질문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어요. 부모님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먼저 자녀에게 직접 물어봐달라는 것입니다. “너는 성장 과정에 어떤 얘기가 듣고 싶었니?” “지금은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니?” 이렇게 직접 물어보는 것을 원했던 거죠.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상대가 원하는 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장기일 때는 대개 목적을 가진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나 성장이 끝나고 성인이 됐다는 건, 이미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제 성인이 된 자녀에게 물어보세요. 성장기에 어떤 얘기를 듣고 싶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성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커 줘서 고맙다”는 말의 강력한 힘
두 번째로 자녀가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잘 커 줘서 고맙다”, “잘 살아 주어서 고맙다” 같은 말을 원했습니다. 더불어 ‘자랑스럽다’ 말도 듣기를 원했습니다.

인터뷰했던 사람 중에 46세인 인터뷰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둘 다 80대였는데, 두 분 다 말이 없고, 엄격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이분은 장남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는 말 그대로 거의 폭군에 가까웠습니다. 말도 거칠게 하고, 조금만 잘못해도 필요 이상의 체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한 성장 과정을 거친 후 46세가 된 아들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인터뷰 자리에서 한 40분을 우시더군요. 옆에는 그의 아내도 같이 있었는데, 결혼 생활 20년 동안 남편이 우는 걸 오늘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나를 칭찬해 주세요.”

세 번째는 공개 칭찬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나를 좀 칭찬해 줬으면 좋겠다고요. 이는 고맙다는 말과 자랑스럽다는 말을 합쳐 놓은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식화라는 건 선언이지요. 저는 이것이 사랑의 선언이자, 지금까지의 기여의 선언이자, 현재 모습에 대한 인정의 선언이라고 봅니다. “잘 커 줘서 고맙다, 그동안 고생했다.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이 말을 다른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 말들은 절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3가지 말이 절대 어려운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렵지 않은 이 말들은 자녀에게 하는 순간 특별한 기능을 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자신의 성장 과정을 재해석하고 재평가하게 됩니다. 성장하는 내내 거대하게만 보였던 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가졌던 사랑과 분노, 때로는 상처들이 ‘고맙다, 네가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통해 재평가하고 재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현재의 인정이 과거 부모와 나 사이에 모든 허점과 잘못했던 것들과 실수를 덮어버리게 되는 거죠. 또한 자녀가 가지고 있던 섭섭하고 아픈 기억, 트라우마, 내면의 상처, 아픔과 고통, 마음의 생채기들이 부모의 말 한마디에 봄눈 녹듯 녹아버리게 됩니다. 이는 자녀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특히 손자, 손녀, 친척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서 자녀를 공개적으로 칭찬한다는 것은, 증언자 역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아이가 태어나서 수십 년 동안 보아왔는데, 이 아이는 너무 훌륭해, 너무 자랑스러워. 이걸 한꺼번에 묶어서 고맙다는 말과 자랑스럽다는 말과 공개적인 선언으로 진행하는 겁니다.
지금 당장 이야기해 주세요

이러한 고백과 선언이 지금까지 서먹했던 부모님과의 관계를 다시 연결해 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고백의 순간에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세상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어요. 내일도 어떻게 될지도 몰라요. 지금밖에 없습니다. 내 아이에게 지금 이야기해 주세요.
나이 들수록 재미, 가족, 관계, 행복, 품격, 지식이 높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