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기존 방공망으로는 막을 수 없다면?
아이언돔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이스라엘이 한국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함께 새로운 방어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제안과 함께 말이죠.
과연 이 협력이 동북아 안보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미사일의 등장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의 유발 베이스키 부사장이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는 것을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상대하는 것에 비교한 것이죠.

"한 요격 미사일이 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추적하는 것은 르브론 제임스를 혼자 전담 수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의 뒤를 쫓기에 바빠 득점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 비유가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방공 기술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기존 방공 시스템은 요격 대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능력에 바탕을 뒀는데, 극초음속 미사일 시대에는 이 원리가 통하지 않는 것이죠.
마하 5의 공포,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무엇인가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권 내에서 마하 5, 즉 초속 약 1.7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를 내며 수평과 수직 기동까지 가능한 차세대 무기입니다.

기존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까지 발사됐다가 단순한 포물선 궤적으로 낙하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
탄도미사일의 경우 최대 속도가 마하 25에 달하지만, 대기권 진입 후 공기 저항으로 인해 목표물 타격 전에는 마하 3~5까지 속도가 떨어집니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에서 고기동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비슷하지만, 대부분 아음속에 불과해 속도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월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을 보면 이 무기의 위협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습니다.
평양 외곽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고도 약 100킬로미터에 도달한 뒤 약 42.5킬로미터 높이에서 '두 번째 정점'을 형성하며 활공해 동해상의 목표물에 명중했다는 것입니다.
이 두 번째 정점이야말로 포물선 궤적으로 하강하지 않고 저고도에서 높이를 유지하며 기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만의 독특한 특성인 것이죠.
북한과 이란,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 뛰어들다
베이스키 부사장은 "북한과 이란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2023년 파타흐-1 미사일을 공개하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파타흐는 아랍어로 '승리를 가져오는 자'를 뜻한다고 하니, 이란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방공 체계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베이스키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마하 10으로 움직이는 비행체를 격추하기 위해 마하 30의 방공망을 갖추는 것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현재 기술로는 공기와의 마찰저항 때문에 대기권 내 마하 30 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농구 지역방어에서 찾은 해답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베이스키 부사장이 제시한 해법은 의외로 농구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지역방어 전략입니다.
"여러 명이 각각 코트의 특정 위치에 서서 수비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각 수비수가 자기 구역을 책임지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공격자를 막는 방식이죠.

이는 기존의 일대일 추격 방식에서 벗어나 다층적이고 구역별로 특화된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개의 요격 미사일이 하나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끝까지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방어선을 설치해 각 구간에서 최적화된 방어 수단을 운용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132조 원 시장,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가 관건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체계 개발은 단순히 안보적 필요를 넘어서 엄청난 경제적 기회이기도 합니다.
베이스키 부사장은 "현재 시중에 기성 솔루션이 전혀 없는 전 세계적 도전 과제"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방공 시스템 시장 규모는 95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2조 원으로 평가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위협이 늘어날수록 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죠.
"효과적인 시스템을 먼저 개발한다면 상당한 전략적·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베이스키 부사장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입니다.
아이언돔 명성, 한국과의 협력으로 이어질까
라파엘은 이미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요격 성공률 90% 이상의 세계 최고 수준 방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언돔은 코카콜라처럼 한 산업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공식 행정명령에서 자국의 미래 방공망을 '미국판 아이언돔(Iron Dome for America)'으로 제안할 정도니까 말입니다.

베이스키 부사장은 라파엘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시스템 '스카이소닉'에 한국의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한국은 대규모 생산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스라엘에 드문 산악 지형에 적합한 시스템 개발에도 노하우가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한국 방산업계는 폴란드에 수출한 K9 자주포와 FA-50 경공격기를 경쟁국 제안보다 훨씬 빠르게 납품해 현지 정부의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실적이 이스라엘의 눈에 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9월 세계지식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베이스키 부사장의 제안이 과연 구체적인 협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 시대에 대비한 한국과 이스라엘의 협력이 동북아 안보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그 결과가 기대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