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취향,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더욱 세분화되면서 SUV 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같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고 해도 모두가 우람한 차체와 대배기량 엔진을 원하는 것은 아니죠. 크기는 작아도 빼어난 스타일과 주행 감각, 브랜드 밸류를 갖춘 차를 눈여겨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수의 프리미엄 브랜드들 역시 체급을 낮춰 접근성을 높인 컴팩트 크로스오버들을 연달아 투입시키기 시작했습니다.

BMW 'X1', 벤츠 'GLA', 미니 최초의 SUV '컨트리맨' 등이 대표적이죠. 크기는 작은 대신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아 보다 스타일리시한 SUV를 원했던 젊은 소비자들, 그 중에서도 SUV의 든든한 느낌을 원했던 여성 고객들이 선호했어요. 얼마 안 가 프리미엄 소형 SUV는 무시할 수 없는 볼륨을 가진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서 럭셔리 SUV 'XC90', 중형 'XC60'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던 볼보 역시 이 노다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폭스바겐 '골프', 현대 'i30' 등과 경쟁하며 사실상 볼보의 엔트리 세단 역할을 했던 해치백 'V40' 그리고 'V40 크로스컨트리'의 포지션까지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소형 크로스오버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그렇게 오늘의 주인공 'XC40'이 탄생했습니다.

XC40은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합병 이후 그룹 내 차세대 소형차를 위해 제작된 모듈형 CMA 플랫폼을 활용한 첫 번째 모델로, 기존의 중형 'SPA' 플랫폼을 품은 상위 모델들처럼 후륜구동에 가까운 늘씬한 측면 라인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트레이드마크인 토르의 망치와 수직으로 뻗은 리어램프 등으로 상위 라인업과의 연결고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막내다운 경쾌한 분위기가 돋보였습니다.

스포티한 디자인의 19인치 알루미늄 휠, 투톤 처리한 루프와 사선으로 급격하게 치켜 올라가는 벨트 라인은 흔히 볼보하면 떠오르는 단정함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차를 보다 경쾌해 보이게 만드는 디테일이었고, 인상을 쓰듯 눈매를 바깥 방향으로 처리해 나름 SUV다운 터프함을 뽐내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덕분에 크기만 작을 뿐 존재감 만큼은 형님들 못지않았죠.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귀엽고 좀 작아 보였는데, 막상 실물로 마주하면 생각보다 커서 놀라게 되는 모델이에요.

실내 역시 젊은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흔히 '볼보' 하면 떠오르는 폭넓게 둘러진 고품질의 나무 장식이나 시선을 잡아 끄는 센터페시아 상단의 트위터가 없어 상대적으로 고급감은 덜했지만, 직물과 블랙 하이글로시 등으로 캐주얼하게 마감해 더욱 도시적인 분위기가 강조됐습니다.

볼보의 최신 라인업이 공유하는 12.3인치 LCD 계기판, 태블릿처럼 조작할 수 있는 9인치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중심을 잡아줬고, 인테리어 컬러에 따라 상위 모델 못지않은 포근함도 연출할 수 있었어요.
이 밖에 서라운드 뷰, 스티어링 휠 열선, 오토홀드가 포함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등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옵션들을 갖췄고,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선택조차 할 수 없지만, 대신 준수한 해상력의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가 탑재되어 약간의 아쉬움을 달래줬습니다. 특히 휴지통이 있는 것이 독특했는데요. 나름 용량도 적당하고 휴지통만 분리해 간편하게 비우거나 세척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XC40에서만큼은 구겨진 영수증이나 화장솜, 코 닦은 휴지를 주머니나 컵홀더에 넣어놓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한편 손에 쏙 감기는 아담한 크기의 전자식 기어레버가 눈에 띄죠. 하위 트림에는 어두운 가죽으로 감싼 레버가, 고급 모델에는 스웨덴 '오레포스' 사와 콜라보한 크리스탈 레버가 적용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서 만나본 상위 모델에서는 어딘가 허전한 인테리어 속 약간의 산뜻함을 더해주는 작은 꽃병 느낌이었는데, XC40의 캐주얼한 인테리어에서는 그것만큼의 감동은 덜한 것 같더라고요. 예쁘긴 한데 뭔가 과한 느낌이랄까요?
앞뒤로 까딱이는 조작 방식은 다른 브랜드와 차이가 없지만, 특이하게도 무조건 한 번 조작하면 중립인 N을 거치게 돼 있습니다. 크게 조작하면 한 번에 D와 R을 오가는 대부분의 차량과의 차이점인데, 덕분에 주차할 때 N이 들어간 상태에서 엑셀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뒷좌석 공간도 준수했습니다. 볼보가 늘 그래왔듯 동급 대비 널찍한 공간을 제공하진 않아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충분했고, 뒷좌석 승객을 배려하는 여러 옵션들도 돋보였습니다. 전용 에어벤트와 USB 충전 포트, 특히 이 차급 수입차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3단계 조절이 가능한 뒷좌석 열선 시트를 갖춘 점도 환영할 만한 구성이었죠. 역시 추운 나라에서 온 차들이 뭘 좀 알아요. 뒷좌석 헤드레스트를 직각으로 접어 후방 시야 확보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깨알같은 디테일이고요.

대신 외관에서도 짐작되듯 급격하게 치켜올라간 벨트라인으로 뒷좌석 시야가 좀 답답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유리창도 좁게 열리는데, 개방면을 구분하는 기둥이 굉장히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서 실제로 타보니까 약간 거슬리더라고요. 다행히 파노라마 썬루프가 개방감을 더해주긴 하지만요.
이 밖에 트렁크 공간은 무난했고 풀플랫으로 폴딩되는 뒷좌석 시트와 이 차급에서는 없는 것이 당연했던 스마트 전동 트렁크 기능을 갖춘 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앞서 친환경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며 디젤 라인업의 단종을 선언한 이후 등장한 모델인 만큼 파워트레인은 8단 자동 변속기와 AWD 시스템이 맞물린 2.0L 가솔린 터보 단일 사양만 제공됐습니다. 다만 실내로 넘어오는 엔진의 소음이 가솔린 엔진, 또 고급차에 기대하는 것 치고는 좀 투박했는데요. 꾸준히 지적받는 볼보의 '드라이브-E' 엔진의 특징 중 하나인데, 가솔린과 디젤이 기본 설계와 주요 부품을 공유하면서 디젤은 소음과 진동이 준수해졌지만, 반대로 가솔린은 소음과 진동이 거칠어졌습니다.
그래도 승차감과 방음은 고급차에 기대하는 수준이었고, 컴팩트한 차체에 AWD 시스템까지 탑재된 만큼 거동이 민첩하다는 평가를 받았죠. 특히 안전을 강조하는 브랜드답게 판매되는 모든 트림에 최고 수준의 주행보조장치와 안전장치를 탑재한 것은 이 모델의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2021년에는 주요 제품들이 모두 연식 변경되면서 파워트레인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는데요. 디젤 폐기라는 폭탄 선언 이후 진짜로 단번에 디젤을 없애버린 볼보는 이번에는 단번에 모든 모델을 하이브리드로 바꿔버렸습니다. 거의 모든 차량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통일됐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추진력이죠.

XC40도 예외 없이 업데이트되면서 기존의 가솔린 T4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B4로 변경됐습니다. 볼보의 'B' 모델은 흔히 '하이브리드 차' 하면 떠올리는 고용량 배터리에 연결된 모터가 직접 바퀴를 굴리는 '풀 하이브리드 방식'이 아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차량입니다. 엔진에 별도의 보조 모터를 더해 시동을 걸 때나 초기 가속을 할 때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엔진의 움직임이 더욱 가뿐해지고 배출가스도 크게 줄어들죠. 별도의 배터리 덕분에 정차 시 시동을 걸지 않아도 에어컨이나 전자장비를 좀 더 오래 쓸 수 있는 건 덤이고요.

이후 2022년에는 최초의 순수 전기 모델인 '리차지' 모델이 추가됐습니다. 앞뒤 2개의 모터로 4바퀴를 모두 굴리는 트윈 모터 사양으로 최고 출력 408마력, 67kgf.m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선사해 색다른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습니다. 개발 단계부터 전기차 설계가 고려되었던 만큼 78kW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완충 시 300km를 가뿐히 넘는 안정적인 주행 가능 거리를 제공해 경쟁력도 충분했죠.
또 실내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이 무렵 차량용 안드로이드 OS를 도입하면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눈에 띄게 개선됐는데요. 전기차 전용 콘텐츠가 추가된 점 외에도 SKT와 공동 개발한 T맵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되면서 T맵 내비게이션과 'FLO', AI 음성인식 등을 제공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이전의 순정 내비게이션은 보기에만 좋지 기능은 썩 별로였거든요.

이 밖에 트렌드에 발맞춰 준비한 쿠페형 크로스오버 'C40'을 함께 선보인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죠. '우와, 볼보 맞아?'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해치백 C30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단순히 지붕만 깎아낸 것이 아닌, 곳곳의 디테일이 꽤나 다른 모델이었는데요. 헤드램프, 뒷좌석 도어 등 곳곳의 생김새가 달랐고 중식도를 연달아 붙여놓은 것 같은 무시무시한 20인치 전용 휠과 동물의 귀를 연상케 하는 상단 스포일러 등 XC40보다 훨씬 스포티한 분위기가 돋보였습니다.

또 생긴 것 치곤 생각보다 뒷좌석이 답답하지 않아서 신기했는데, 뒷좌석 도어의 형상을 달리하면서 벨트라인이 수정된 것이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연기관 없이 전기차 전용 모델로만 제공되는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가격과 사양면에서 'XC40 리차지'와 큰 차이가 없어 그냥 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는 점은 좋더라구요.
그래도 가격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볼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XC40의 고성능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차라리 싱글 모터 사양으로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게다가 같은 집안 식구 '폴스타'도 있으니까요. 볼보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최근 국내 출시된 EX30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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