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하며 날아다니는 러브버그, 너는 대체 누구니?

러브버그 by 안현지

천천히 날아다니는 검정색 벌레가 서로 꽁무니를 맞댄 채로 버스 정류장에서도, 날아다니고, 버스에도, 심지어는 밤에 집으로도 수십마리가 들어오고 있어요. 이 곤충의 집단 대발생은 이른 지역은 2주 전부터, 은평구 같이 느린 곳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죠. 짝짓기를 하며 날아다니는데, 사람을 봐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앉으려고 하는 이 곤충, 대체 정체가 뭘까요?

별명은 러브버그, 진짜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

짝짓기를 하며 배를 맞대고 세트로 날아다니는 습성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해요. 문제는 이 녀석들이 단체로 잔뜩 날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이 곤충도 동양하루살이처럼 성체의 수명이 3~7일 정도 생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곤충이라고 해요. 러브버그는 유충일 때 유기물이 가득한 토양에서 자라 낙엽이나 썩은 풀들을 분해하는 역할도 하고, 성충이 되면 꽃가루도 매개하는 곤충이에요. 그래서 이 녀석을 찾아보면 지자체에서 열심히 ‘익충’이라고 알리는 기사와 현수막을 볼 수 있죠.

서울시에서 만든 러브버그 관련 카드뉴스
왜 작년에는 본 적도 없는 곤충이
올해는 잔뜩 생겼을까요?

그건 여러 학자의 가설이 있는데요, 원래 죽은 식물 밑에서 자라는 곤충이라 집 근처로 잘 내려오지 않는 곤충인데, 지난겨울이 비교적 따뜻했고, 오랜 가뭄으로 생존 확률이 높아진 러브버그가 비가 오면서 순식간에 우화해서 집단 발생했다고 보고 있어요. 따뜻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곤충이기 떄문이죠. 실제로 작년에는 6월 15일경 처음 관찰되었는데, 올해는 6월 2일에 첫 관찰을 했다고 하죠.

또 어떤 학자는 대발생의 원인이 기존에 있는 곤충이 아닌 외국에서 들어온 붉은등우단털파리이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워서 유전자의 차이를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왜 자꾸 우리에게 달라붙고,
버스와 차에 붙을까?

자동차의 매연은 러브버그를 유혹한다고 해요. 몇몇 화학 성분이 마치 나방의 페로몬처럼 번식 활동의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밝은 곳과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밝은색의 차, 밝은색의 티셔츠에 잘 붙죠.

러브버그 by 안현지

처음 이 곤충을 마주친 사람들은 매우 불쾌해하거나 공포스러워해요. 정체모를 검정색 곤충이 날아다니며, 나에게 다가오고, 게다가 한 마리도 아닌 한 쌍으로 다가오니까요! 나는 비명을 지르는데, 녀석들은 한가하게 앉아 짝짓기를 하는듯한 모습에 괘씸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 녀석은 우리의 활동이 원인이 되어 대발생하고 있고, 무엇보다 해충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올해 이 러브버그를 대하는 시민들과 공공기관의 대응이 성숙해지고 있답니다.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벌레를 없애달라는 요구에 무작정 화학약품을 숲에 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화학 약품을 쓰면 단기적으로는 곤충을 줄일 수 있겠지만, 다른 곤충들도 죽게 되어 생태계가 무너지고, 그 문제는 또 다른 곤충이 대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런 생태계를 생각하는 결정을 시민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현수막을 보며, 사회가 생태계를 위해 불편을 감수할 마음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했어요.

물론 모든 대응이 생태적이었던 건 아닝랍니다. 그럼에도 물리적으로 곤충의 수를 줄이기 위해 숲에 끈끈이 트랩을 대규모로 설치했어요.

하지만 끈끈이 트랩 역시 다른 곤충들도 다 같이 죽는건 끈끈이 트랩도 마찬가지거든요.


러브버그를 죽이기 앞서서

정말 이 곤충이 우리에게 피해를 끼쳐서 죽여하는지, 그냥 단지 많이 보여서 혐오감에 죽이고 싶은지 고민해봐야 해요. 그리고 집이나 차에 있다면 우선 쫓아내보시고, 그래도 잡아야 한다면 물을 이용해서 쉽게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약품을 쓰거나 끈끈이를 설치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어요. (날개에 물이 묻는 것만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고, 어차피 성충의 수명은 6일을 넘기지 않아요)

저도 이 녀석의 달가운건 아니지만… 어쩌겠어요! 도시는 우리만의 것은 아니니까요. 집은 내 공간이니 불청객을 쫓아낼 수 있지만, (이것도 우리 생각이긴 합니다만) 도시 자체를 집처럼 관리할 수는 없죠. 참새나 박새 같은 도시의 먹이사슬을 이루는 동물들이 자연적으로 먹어주길 기다려보자고요.


그런데 징그러운 감정 너머로 가만히 앉아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궁금하지 않나요? 어떻게 한 몸이 아닌 이상, 어떻게 동시에 날 수 있죠? 더 주도적으로 나는 쪽이 있는 걸까요? 누가 먼저 날기 시작할까요? 동시에? 이렇게 물음표를 달고 바라보기 시작하면 마냥 징그러웠던 녀석이 흥미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 녀석이 수명을 다해 사라지기 전에 멀찍이 떨어져서 유심히 보세요. 어때요? 이 녀석들 크기가 서로 다른 게 보이나요?

찾아보니 러브버그는 암컷이 더 크다고 해요. 그래서 수컷이 암컷의 등에 딱 붙어서 짝짓기하기 때문에 암컷이 주도적으로 날면 따라가는 거라고 해요. 이렇게 보다 보면 러브버그가 예뻐보이지는 않더라도 보다보면 막연하게 무서운 감정은 덜어내실 수 있을 거에요. 물론 강요는 아니랍니다!

저는 막연한 두려움과 징그러움도 이겨낼 수 있는 감정이 호기심이라고 믿어요. 아예 모르니까, 덮어놓고 무서운거라고요! 옆에서 비명을 지르면 무엇이 무서운지 보지도 못했지만 갑자기 무서운 것 처럼요. 사실은 자라가 아니라 솥뚜껑일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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