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ECM] KB증권, 1위서 3위로 '빛바랜 성장' [넘버스]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 사옥. /사진 제공=KB증권

KB증권이 지난해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인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직전 해보다는 성적이 나아졌으나 순위는 1위에서 3위로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빛바랜 성장이 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유증으로 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게 아킬레스건으로 남은 가운데, 그래도 IPO에서는 최대어였던 LG CNS를 잡으며 선두를 꿰차는 성과를 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이뤄진 IPO와 유증 등 지분 자본 조달 거래에서 KB증권이 인수한 금액은 1조7628억원으로 국내 증권사들 중 3위를 차지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35.1% 늘어난 액수다.

IPO는 일반적인 기업이 아닌 리츠의 상장을 비롯해 합병을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인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과 기업 분할 후 재상장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증은 지난해 중 신주배정 기준일이 설정된 딜을 기준으로 했다.

실적 자체는 불어났지만 ECM 영역에서 KB증권의 위치는 오히려 추락했다. 지난해 KB증권의 ECM 성적은 NH투자증권(4조3280억원)과 한국투자증권(2조6345억원)을 밑돌았다. 반면 2024년까지만 해도 KB증권이 1조3047억원을 기록하며, 한투증권(1조2915억원)과 NH투자증권(1조814억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부문별로 보면 대체로 고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KB증권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유증에서 인수를 맡았던 물량은 89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0% 늘었다. 이 역시 NH투자증권(3조7548억원)과 한투증권(2조4509억원) 다음이었다. 2024년에는 7195억원으로 선두를 차지한 부문이었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조9188억원짜리 유증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해당 딜에서 빠졌던 KB증권과 달리 NH투자증권과 한투증권은 나란히 주관사단에 들어가며 격차가 벌어졌다. 이어 규모가 컸던 삼성SDI(1조6549억원)와 포스코퓨처엠(1조1070억원)의 유증에는 세 증권사가 모두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대신 IPO 시장에서 실적을 만회했다.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모집한 자금 중 KB증권의 인수액은 8632억원으로 47.5% 증가하며 1위에 올랐다. 2024년에는 5852억원으로 한투증권(6461억원)과 미래에셋증권(6044억원)에 밀렸지만 이번에 역전에 성공했다.

덩치가 1조2000억원에 이르며 지난해 최대 IPO로 기록된 LG CNS 상장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제외한 채 외국계 증권사 두 곳과 손을 맞잡은 전략이 주효했다. 최종 모집액이 1조1994억원이었던 LG CNS IPO에서, KB증권은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과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과 공동 주관사단을 꾸렸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ECM에서는 유래를 찾기 힘든 대형 딜이 많아 관련 증권사 실적에도 불확실성이 컸다"며 고 평가했다.

부광우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