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누누티비를 차단하라: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6. 5. 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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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콘텐츠 불법 유통과의 전쟁①
창작자 생태계 위협하는 뉴토끼
정부 ‘긴급차단’ 저작권 보호할까
VPN 못 막는 등 한계 존재해

# 한국 콘텐츠 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월평균 이용자만 12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뉴토끼'가 문을 닫은 겁니다. 정부가 불법 사이트를 빠르게 차단하기 위해 행정 절차를 대폭 줄이자 배짱 영업을 하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꼬리를 내렸습니다.

#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릅니다. 범죄자들이 단속을 피해 폐쇄형 메신저로 둥지를 옮기는 등 제도의 무력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 자체에 기술적인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것도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더스쿠프가 視리즈 '콘텐츠 불법 유통과의 전쟁'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정부가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를 잡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제2 누누티비를 이젠 용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복잡한 절차도 손질했습니다. 불법 유통 사이트란 판단이 들었을 땐 이젠 긴급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는 완전히 사라질까요? 글쎄요, 살펴볼 점이 많습니다. '제2 누누티비를 잡아라: 끝나지 않은 싸움' 1편입니다.

"그동안 서비스를 이용해 주신 모든 회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4월 27일,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뉴토끼' 운영진이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향후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 전혀 없다. 이 홈페이지는 금일 자정까지 유지된 후 자동으로 폐쇄된다. 비슷한 이름의 사이트는 전부 사칭이니 주의하길 바란다."

운영진은 뉴토끼 외에도 마나토끼(일본만화), 북토끼(웹소설) 등 불법 공유 사이트의 운영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업계에선 반신반의했지만, 실제로 다음날인 28일 운영진은 3개 사이트 홈페이지의 접속을 모두 차단했습니다.

뉴토끼는 오래전부터 국내 창작 생태계를 어지럽혀 온 '대표 불법 사이트'입니다. 2018년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이트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뉴토끼의 월평균 접속 횟수는 1억3000만회,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1220만명에 달합니다. 월평균 추정 수익도 398억원으로 어마어마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뉴토끼와 마나토끼, 북토끼가 국내 콘텐츠 업계에 피해 입힌 규모가 연간 7215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단속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 정부가 국내 최대 OTT 불법 유통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진을 검거했을 때도 뉴토끼는 버젓이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홈페이지 주소를 변경해 수사망을 피해 왔죠.

이렇게 '배짱 영업'을 하던 뉴토끼가 하루아침에 종적을 감춘 건 왜일까요? 업계에선 정부가 최근 콘텐츠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진 | 뉴시스]
공교롭게도 뉴토끼가 사이트 폐쇄를 선언한 4월 27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사이트 긴급차단ㆍ접속차단 제도(이하 긴급차단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날입니다.[※참고: 뉴토끼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현재 운영진으로 추정되는 일당이 메신저 채널을 통해 복귀를 예고했습니다. 이 부분은 후술했습니다.]

기존엔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이트를 적발해도 정부가 즉각 차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차단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ㆍ의결 등 다소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었죠. 이 과정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곤 했는데, 역설적으로 이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도메인 주소를 바꿔 단속을 피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先차단, 후後심의'란 긴급차단 방식을 도입합니다. 저작권 침해가 명백하고 접속차단 외에는 조치 수단이 없다고 판단되면, 문체부 장관이 방심위를 거치지 않고 즉각 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불법 사이트 운영진에게 도피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의 말을 들어볼까요? "저작권 침해로 고통받아 온 창작자와 콘텐츠 업계의 오랜 염원과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문체부의 사명감이 제도를 마련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제도 시행으로 불법 공유 사이트가 사라질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4월 27일, 긴급차단 제도 시행 성공 다짐 행사에서)."

이 제도는 5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는데, 벌써부터 시장에선 가시적인 효과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웹툰 앱을 찾는 이용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4일 발표에 따르면, 업계 1위인 네이버웹툰의 일평균 신규 설치 건수는 1만5537건(4월 27일~5월 1일)으로 전주(4월 20일~4월 26일) 1만1853건보다 31.0%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지(77.3%ㆍ4119→7305건)와 리디(59.9%ㆍ3868→6186건)의 신규 설치 건수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불법 사이트를 즉각 차단할 수 있게 됐으니, 저작권 침해에 시달려 온 콘텐츠 업계도 큰 걱정을 덜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이 제도엔 엄연한 '한계'들이 존재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한계① 우회 접속 = 무엇보다 기술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불법 사이트 운영진이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을 꾀하면 정부의 차단망을 쉽게 피할 수 있습니다. VPN은 사용자의 접속 위치를 알려주는 'IP(온라인상 고유 주소)'를 숨겨주는 기술입니다. 원래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목적으로 쓰여 왔지만, 최근 들어선 불법 사이트를 접속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용자가 VPN을 켜고 자신의 IP를 한국이 아닌 일본ㆍ미국 등 해외 IP로 변경합니다. 그러면 국내 인터넷 통신망은 이 이용자를 '국내 접속자'로 인식하지 못하는데, 여기서 허점이 생깁니다. 정부의 차단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한국 IP'만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IP를 쓰는 VPN 이용자는 아무런 제재 없이 불법 사이트를 드나드는 게 가능하단 겁니다.

정부도 제도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VPN 이용자까지 접속을 제한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건 운영진을 검거하는 것이지만, 이 방법은 너무나 더디고 기약이 없다. 지금으로선 긴급차단 제도 같은 행정조치를 통해 불법 사이트들의 수명을 단축하는 게 최선이다."

문제는 긴급차단 제도의 허점이 이뿐만이 아니란 점입니다. 이 이야기는 '콘텐츠 불법 유통과의 전쟁' 2편에서 이어 나가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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