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 생존 전략: 뭉쳐야 산다!

변화의 해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손을 잡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차가 무엇인지는 따로 알아볼 필요도 없다. 그냥 토요타 코롤라다. 무려 25년간 세계 판매 1위를 독식하면서, ‘1위=코롤라’는 자동차 세상의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지난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코롤라가 2위로 내려앉았다. 그럼 줄곧 2위를 지켜온 토요타 라브4가 1위일까? 아니다. 놀랍게도 2023년 세계 판매 1위 자동차는 테슬라 모델 Y였다.

철통같이 믿던 공식이 보기 좋게 깨졌다. 새삼 해일처럼 몰아치는 변화의 흐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1위 찬탈을 시작으로 전기차는 점차 시장을 잠식해 나갈 테고, 전동화로 등장한 테슬라 같은 신생 제조사의 영향력은 계속 늘어날 테다. 특히 저렴한 가격과 탄탄한 자국 시장 수요를 바탕 삼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의 약진이 매섭다. 모델별 판매 1위를 빼앗겨 어안이 벙벙할 토요타처럼, 기존 내연기관 시장을 이끌어온 정통 자동차 제조사에겐 악몽 같은 상황이다.

2023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간 테슬라 모델 Y

다가올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오늘날 정통 자동차 제조사들은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28일 일본 혼다-닛산 동맹에 미쓰비시가 합류하며 세계 판매 대수 800만대 수준의 연합을 결성했고, 반대 진영의 토요타는 스즈키, 스바루, 마쓰다와 이미 제휴를 맺고 있다. 비단 일본차 업계만은 아니다. 독일과 미국을 대표하는 폭스바겐그룹과 포드는 2019년부터 전반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5개국 14개 브랜드가 하나로 뭉친 다국적 그룹 스텔란티스 역시 미래를 대비해 몸집을 키운 연합체다.

의도는 명확하다. 여러 제조사 역량을 끌어모아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값비싼 개발 비용 부담은 서로 나누기 위해서다. 더욱이 부품 하나를 개발해도 손잡은 제조사끼리 돌려쓰면 훨씬 많은 생산량을 확보해 제조 단가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결국 기술 수준은 높이고 자동차 가격은 낮춰,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브리티시 레일랜드 광고 자료. 랜드로버와 재규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차종을 선보였다

이토록 협력사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지만…. 그렇다고 밝은 미래만을 점치긴 어렵다. 역사적으로 큰 동맹은 대부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가령 1960~1980년대 영국 대다수 자동차 브랜드를 하나로 합친 브리티시 레일랜드는 브랜드끼리 싸움만 벌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 전체를 몰락시켜버렸다. ‘세기의 합병’이라고 추켜세웠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해체한 다임러-크라이슬러 역시 마찬가지. 자동차 제조사 사이엔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환경이 얽히고설켜있어 이상적인 협력을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동맹 성공의 열쇠는 진정으로 함께 나아가려는 마음가짐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유기적인 협력이다. 과연 닛산과 혼다와 미쓰비시가,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가 서로 한 마음 한 몸처럼 끈끈하게 움직여 전동화로 재편하는 산업 속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자.

윤지수


'케르쉐' 연합은 어렵겠죠?
일러스트 ChatGPT

국산차 시장은 지난해 점유율 89.8%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이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럴 때 KG 모빌리티, 르노코리아, 쉐보레가 힘을 합친다면 어떨까? 르노 하이브리드 기술과 KG 모빌리티 프레임 골격, 쉐보레의 견고한 만듦새가 어우러진 픽업트럭…. 어차피 안 되니까 상상이나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