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 막으려…공무원 신상 비공개 전환

대구 구군 홈페이지 ‘변화 바람’
일각 “책임감·적극성 저해 우려”
“유명무실한 변화 불과” 지적도
“처벌 강화·시스템상 변화 필요”

최근 대구지역 기초자치단체에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위협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무원 신상 지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에 따른 불편을 방지하고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대구시 9개 구·군에 따르면 최근 남구와 동구, 수성구 홈페이지 조직도에 소속 직원들의 개인정보인 이름과 사진 등이 비공개 처리됐다. 달성군은 공무원의 이름 중간 글자를 비공개 처리했고 나머지 5개 구·군도 비공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전국에서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고충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결정이다.

하지만 민원인들 사이에서는 담당자를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공무원의 업무 책임감과 적극성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민 A씨는 “간단히 등본을 떼는 정도는 상관없겠지만 담당자와 여러번 소통을 해야할 때 이름을 모르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아무래도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나빠질 수는 있어도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비공개 전환은 악성 민원에 적절한 대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무원들은 직원 보호 방침을 반기면서도 업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드러나기 때문에 홈페이지상 비공개는 유명무실한 변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민원인 B씨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아예 민원 업무를 못 보도록 차단해 공무원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생각을 해야지 달랑 이름 하나 안 알려준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공무원들은 원칙상 사무실 내선 번호로 전화가 오면 소속과 이름을 밝혀야 한다. 홈페이지에 이름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결국 본인 입으로 이름을 말하는 꼴”이라며 “온라인 민원 사이트에서 답변할 때도 담당자의 이름과 소속, 번호가 공개될 수밖에 없어 시스템상의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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