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또 다른 세계, 크루즈 여행
호텔보다 더 좋은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종류별로 다양한 미쉐린급 레스토랑에, 보고 듣고 체험하는 다양한 즐길 거리까지. 크루즈 여행은 심심할 틈이 없다.
떠다니는 테마파크
크루즈 여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움직이는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배 위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최고급 호텔 수준의 숙박시설까지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크루즈 내부에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시설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웅장한 워터파크와 극장 외에도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도 갖췄다. 또 밤이 되면 다양한 라이브 공연과 쇼가 펼쳐져 즐거움이 끝이 없다.
크루즈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미식의 세계에 빠져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줄지어 있어 매끼 새로운 맛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과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장점이다. 최고급 수준의 객실은 물론이고 스파, 피트니스센터, 도서관까지 휴식을 취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호캉스? 대세는 ‘크캉스’
최근 들어 세계 일주나 대륙 일주가 아닌 짧은 기간 동안 여행지 한 곳만 구경하고 돌아오는 크루즈 여행 상품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속초 또는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홋카이도 지방을 여행하는 크루즈 상품이 있다. 일주일 정도로 일정이 짧아 가격 역시 객실에 따라 200만 원에서 400만 원 선이다. 합리적 가격과 색다른 여행 방식 덕분에 작년 한 해 인기를 끌었다.
크루즈 여행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 때문에 여유 있는 소수의 기성세대만 이용한다는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 층도 크루즈 여행을 많이 떠난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크루즈 승객 평균연령이 2019년 46.2세에서 2021년 35.4세로 낮아졌다.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며 크루즈 여행객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 체류 기간 역시 3일 정도로 짧은 일정을 선호하는 승객이 많아져 휴가철 호캉스 대신 크캉스를 보내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행과 예술의 만남
테마파크를 비롯한 각종 놀이시설이 즐비하지만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예술과의 만남이다. 특히 선내 극장에서 열리는 다양한 쇼는 규모가 어마어마해 크루즈 밖에서도 회자되곤 한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큰 크루즈였던 22만 톤급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에서는 뉴욕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캣츠>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아바의 히트곡으로 구성된 뮤지컬 <맘마미아!>, 클래식 뮤지컬 <그리스> 등 지상에서조차 쉽게 볼 수 없는 명작 뮤지컬이 크루즈에서 펼쳐졌다.
그뿐 아니라 각종 연극, 음악회, 마술 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보통 10만 톤 이상의 크루즈에는 공연장이 여러 개 있어 매일 다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입장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니 이만한 여행이 따로 없다.
미술관 관람과 미술품 경매도 놓치지 말자. 초대형 크루즈에는 미술품 전시장이 있는데, 전시 작품은 여행 일정 중 열리는 경매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경매는 일반적으로 미술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전문가의 미술 작품 소개로 시작된다. 당일 경매에 나온 작가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12만 톤급 ‘샐러브리티 크루즈 살스티스’에는 무려 1만4000점의 예술품이 실려 있다고 하니 여느 미술관보다 규모가 크다. 모든 크루즈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니 예약 전 관련 내용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현지에서 즐기는 크루즈 여행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아직 외국에 비해 크루즈 여행 인지도가 낮을뿐더러 일본을 제외한 나라로 가는 여행 상품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크루즈 여행을 원한다면 현지에서 진행하는 크루즈를 예약해 보자.
크루즈 여행 상품은 특히 유럽에 많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을 도는 코스부터 영국 일주, 지중해 크루즈 일주, 바다 한가운데에서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노르웨이 일주 등 상품이 다양하다. 혹은 알래스카 빙하를 투어하거나 알래스카에서 출발해 미국 서부 연안 도시를 방문하는 미주 여행 상품도 많다. 호주 시드니와 뉴질랜드, 남미 일주 등 유럽과 미국이 아닌 곳이라도 크루즈 여행 상품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여행사를 통해서도 쉽게 예약이 가능하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다.
첫 출항에 나선 역사상 가장 큰 크루즈
올해 1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크루즈가 첫 출항에 나섰다. 미국의 크루즈 선박 회사 로열 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이 약 2조 원을 들여 만든 ‘아이콘 오브 더 시즈(Icon of the Seas)’호가 그 주인공. 무게 25만 톤에 길이 365m로 비운의 타이타닉호보다 5배 이상 커 세로로 세우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높이가 비슷하다.
최대 1만여 명이 탈 수 있는 이 배는 승무원만 2350명에 달한다. 7개의 수영장과 6개의 대형 워터파크, 40곳이 넘는 레스토랑에 심지어 배 한가운데에 2만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숲을 조성해 두었다. 각종 명품 편집숍, 대극장, 스파, 카지노, 아이스링크, 운동장, 노래방, 암벽장 등 도시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은 선실 타입에 따라 다르다. 선실은 총 28가지 타입으로, 바다 조망이 가능한 발코니가 딸린 선실이 1인 2,000~3,000달러(260~400만원) 선이다. 다만 이 가격은 7박 8일 기준이므로 일반 여행과 비교해도 절대 비싼 편이 아니다. 게다가 40곳의 레스토랑 중 뷔페, 칵테일 바, 카페를 포함한 14곳이 무료이며,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무료여서 추가로 돈 쓸 일이 많지 않다. 크루즈에 머무는 동안 배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크루즈 여행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
크루즈 뉴스페이퍼
크루즈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그날의 일정, 프로그램, 중요 공지 사항 등을 담은 뉴스페이퍼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하루를 계획하고, 중요한 행사나 활동을 미리 확인하면 좋다.
식사 및 야식 메뉴 확인
다양한 식사 옵션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 메인 다이닝룸 식사 메뉴는 물론이고, 야식 메뉴도 확인해 매일 다른 메뉴를 맛보며 미각 여행도 함께 떠나보자.
드레스 코드
특정 저녁 식사나 이벤트 자리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다.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면 당혹스러움을 피할 수 있고, 행사 분위기를 더욱 만끽할 수 있다.
크루즈 내부 병원 위치 확인
여행 중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형 크루즈에는 대개 병원이 들어서 있으니 만약을 대비해 위치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다양한 외국인과 친구 사귀기
크루즈 여행은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식사 시간이나 쿠킹 클래스, 운동 클래스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보자.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를 공유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4월호
에디터 이승제(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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