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불법 사채 키우는 이자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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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불법 사채로 인해 협박을 당하고 곤욕을 겪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았다.
모두가 돈을 잘 갚는다는 전제하에선 매우 불합리한 이자율이지만 실제론 그만큼 갚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그 손실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이자율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자제한으로 인해 자금줄이 말라버렸기에 돈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빌릴 창구가 없다면 결국 돌고 돌아 불법 사채로까지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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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막힌 서민 불법사채 손뻗어
법의 테두리에서 부작용 살펴야

최근에 불법 사채로 인해 협박을 당하고 곤욕을 겪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았다. 사실 이유야 어떠하든 간에 불법 사채는 절대 손을 대지 말아야 할 영역이다. 법과 규제하에서는 채무자도 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지만 불법 사채의 경우엔 애초에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불법 사채까지 이용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돈줄이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대부업을 포함한 모든 여신기관들은 외부에서 돈을 조달한 후에 여기에 이자를 붙여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여신을 제공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이자 장사다. 이 이자 장사가 겉으로 보기엔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금 조달을 저렴하게 하면서도 돈을 빌려간 사람이 부도가 나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5%의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예대마진은 2%다. 이 2%의 금리를 거저먹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1억원을 빌린 차주 한 명이 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났다고 가정해보자. 이 손실을 감당하기 위해선 50억원의 대출이 안전하게 회수돼야 한다. 쉽게 말해 무려 50배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물론 이 계산은 이해를 위해 단순화한 것이고 실제 계산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만 알아두자.
안정성이 높은 대형 은행들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사람과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기에 이 부도율 관리가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보다 하위 금융기관으로 갈수록 문제가 복잡해진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은행 이용이 어려운 소비자들이다. 그만큼 채무불이행 확률이 높은 것이고 이 높은 손실 가능성을 감당하기 위해선 그만큼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 모두가 돈을 잘 갚는다는 전제하에선 매우 불합리한 이자율이지만 실제론 그만큼 갚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그 손실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이자율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은 하부로 내려갈수록 이자율이 높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딱히 하부 금융기관들이 은행보다 더 악독해서가 아니다.
자,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에서 최고 이자율의 상한선을 정해두고 있다. 2014년까지 연 30%의 상한이었던 이자율은 이후 점점 낮아져 2021년 7월부터는 연 20%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그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이자율 상한을 20%로 낮춘 2021년 7월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였던 시절이다. 지금은 무려 3.5%다. 0.5%였던 시절에는 이자율 상한이 20%여도 충분했지만 3.5%인 지금은 하부 금융권으로 내려갈수록 역마진이 발생하는 금리가 된다. 대출을 해줄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최적의 행동은 아예 대출 창구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즉, 언제든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을 제외하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자금줄이 말라버리는 상황이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도 자금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이자제한으로 인해 자금줄이 말라버렸기에 돈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빌릴 창구가 없다면 결국 돌고 돌아 불법 사채로까지 가게 된다.
이자제한법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저신용자를 위한 금융기관들이 과도한 금리로 사람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고금리는 분명 채무자에게 무거운 짐이 된다. 하지만 자금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서 말라 죽어가는 쪽이 나은지 고금리가 나은지는 분명 따져 봐야 할 문제다. 부작용이 있다 해도 불법보다는 법의 테두리 안이 훨씬 낫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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